최기련 아주대 교수·에너지학 최대 400억달러 규모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을 수주하고 세계 6번째 원전 수출국이 되었다는 소식에 우리는 어떤 소원도 들어준다는 ‘요정(genie·램프 속에 사는 정령)’을 만난 것 같이 행복하다. 더구나 1조달러 규모 시장이 열리는 원자력 중흥 시대에 즈음하여 터키·중국 등지로의 추가 수출도 가능할 것 같다. 글로벌 녹색경쟁 시대에 새로운 국부 원천을 개척한 셈이다. 하릴없이 에너지문제 학습에만 종사해온 필자는 원전 수출로 에너지부문이 국부(國富) 해외유출의 중죄인 신세를 면하는 ‘역 종속이론’을 국제학회에서 발표할 생각에 마냥 행복하다. 오랜만의 사회통합을 보는 것도 흐뭇하다. 그래서 흥겨운 노랫가락이 생각난다.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 봐”다. 이 노래 제목을..
이유진 녹색연합 에너지기후변화팀장 정부는 한국전력컨소시엄이 1400만㎾급 한국형 원자력발전소 4기를 아랍에미리트연합에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방송은 뉴스 속보로 보도하는가 하면, 신문은 이명박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를 대서특필하고 있다. 언론은 이번 수출이 자동차 100만대 수출에 맞먹는 경제적 이득을 가져올 것이며, 원자력발전 수출의 청신호가 켜졌다고 전망하고 있다. 어느 때부터인가 언론의 날카로운 심층보도는 사라지고, 정부 발표를 그대로 전달하거나 영웅담을 생산하고 있다. 김영학 지식경제부 차관은 이번 수주의 성공은 ‘경제성’에 있었다고 했다. 한국형 원전(APR1400)은 ㎾당 건설단가가 2300달러인데, 프랑스(EPR)는 2900달러, 미국(AP1000)은 3582달러였다는 것..
임지현 (한양대교수.역사학) 2009-03-27 1996년이니 이미 10년도 지난 옛일이다. 폴란드에 삶의 둥지를 틀고 있던 나는 그해 가을 벨라루스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로드노 대학에서 강연을 마치고, 차로 두세 시간 거리의 노보그로덱에 있는 폴란드의 대문호 아담 미츠키에비츠의 생가를 둘러보고 오는 길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이 마침 '고기 없는 날'이라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아 배를 쫄쫄 굶었던 기억이 아련하다. 당시만 해도 폴란드에서는 이미 사라진 현실 사회주의의 결핍의 유제를 벨라루스에서 경험했던 것이다. 그러나 배고픔보다 더 생생한 기억은 슬라브 벽돌로 조잡하게 갓 지은 집들이 길가에 줄줄이 늘어선 새로운 정착촌들이었다. 동행한 그로드노 대학의 친구에게 물으니, 체르노빌의 원자력 ..
이유진(녹색연합 기후에너지국장) 도시의 밤은 휘황찬란하다. 번쩍이는 네온사인과 나무를 칭칭 감은 전구들, 아파트 옥상 경관 조명등까지. 문득 지금 우리가 쓰는 전기가 얼마나 먼 '여행' 끝에 서울에 도착하는지 궁금해졌다. 울진핵발전소에서 만들어져 신태백-신가평 765kV송전탑을 타고, 백두대간을 넘어온 것일까? 아니면 충남 당진화력발전소에서 시작해 신안성 765kV송전탑을 타고,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서울에 입성한 것일까? 수도권은 우리나라 전체 전력의 38%를 소비한다. 하지만 대형발전소가 수도권, 특히 서울에 자리잡는 법은 거의 없다. 핵발전소는 울진·고리·월성·영광에, 화력발전소는 서산·태안·당진에 집중해 있다. 수도권에서 전기를 흥청망청 쓰는 동안, 누군가는 핵발전소와 화력발전소, 송전탑 근처에 ..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상공의 버섯구름이 핵 시대를 열어젖힌 지 63년이 됐다. 오늘날 핵무기에 대한 신념은 거의 보편적이다. 세계의 안보가, 안보를 가장 위협하는 바로 그 물질에 달려있는 셈이다. 핵 관련 용어는 국가들을 세 종류로 나누고 있다. '클럽'과 '우산', 그리고 아웃사이더들이다. '클럽'은 핵 특권을 주장하는 초강대국들로 이뤄져 있다. 이들은 핵비확산조약(NPT·1968)이 아웃사이더들에게 (핵을) 허락하지 않는 반면, 그들 자신의 핵 독점은 인정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우산' 국가들은 명목상으로 비핵국가이지만 그들의 국가 방위는 동맹의 핵 '우산'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여기에 포함된다. 세번째 그룹의 국가들은 핵무기 없이는 안보도 없다는 논리를 공유한다. 안보를 확보하려는 그들..
안병옥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최근 지구온난화 해결을 두고 원자력이 대안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생물학자 제임스 러브록의 주장이다. 그는 언제 상용화될지 모르는 바람이나 햇빛 에너지에 매달리는 것은 '녹색 낭만주의(Green Romanticism)'에 기댄 어리석은 환상이라고 환경론자들을 비난했다. "수천명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희생자도 앞으로 수천만에 이를 기후재앙 희생자보다는 값싼 대가"라는 것이다. 이 러브록의 주장을 원자력산업 부흥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사람들도 외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원전 홍보의 선두에 원전업계가 있고, 일부 언론이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형국이다. 이들은 국내 환경론자들이 원전 비판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그들은 지구온난화에 맞서 싸우..
강기성 (전력경제연구회장) 선택과 집중은 시장경제이론과 기초경영학에서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최근 과학기술부가 만든 '원자력진흥종합계획안'을 보면서 다시 한번 선택과 집중을 언급할 필요를 느낀다. 한눈에 보기에도 계획안이 수립되는 과정에서 원자력계, 특히 연구개발 분야 안팎에서 이번 계획안에서 누락되면 향후 5년간 먹고 살 것이 없어진다는 위기감이 앞섰던 것으로 보인다. 올바른 계획을 만들고자 했다면 연구개발 분야의 모든 것을 다 넣기보다는 재원조달의 한계와 연구개발 인력의 한계를 감안해 적지 않은 연구과제나 항목들을 잘라냈어야 했다. 인력.재원조달 한계 감안해야 원자력진흥종합계획안에 언급된 사업 중에서 향후 5년간 대규모 재원과 인력이 투입될 대표적인 분야는 '원자력종합과학공원(Nuclear Sc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