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주민센터 게시판에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 포스터가 붙었다. 2014년까지 ‘신재생에너지’로 석유 50만t에 해당하는 전기를 생산하겠다고 한다. 국제 표준단위로 나타내면 약 48억㎾h를 만들어내고 절약하는 것이다. 이 양은 큰 원전에서 1년 동안 생산하는 전기의 약 60%에 해당한다. 이와 함께 내년 말까지 똑같은 양의 전기를 절약하겠다고 하니 계획대로만 되면 ‘원전 하나 줄이기’는 성공한다. 2012년 이 계획이 발표됐으니 2년 만에 외부에서 공급받는 전기의 약 10%를 줄이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대단한 성과를 거두는 셈이다. 48억㎾h를 만들기 위해 이용하려는 신재생에너지에는 태양광과 소수력도 있지만, 그 중 3분의 2는 연료전지라는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이다..
1977년 12월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이 일제히 “독재정권 물러가라” “유신헌법 철폐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는, 이른바 ‘집단 샤우팅’이 일어났다. 이미 긴급조치 위반으로 형을 받은 이들은 다시 기소돼 추가로 형을 받았다. 그런데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었다. ‘독재정권 퇴진’만 외친 사람에 대해서는 적용할 죄목이 애매했다. ‘유신헌법 철폐’는 헌법 개정 주장을 금지한 긴급조치 9호에 명백히 위배됐지만 ‘독재정권 퇴진’은 그렇지 않았다. 유언비어 날조·유포죄를 적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독재정권’이 당시 정권을 지칭하는 것이고 그것이 유언비어라는 게 법적으로 증명돼야 했다. 치열한 법리논쟁이 필요했다. 유언비어 또는 허위사실 유포 행위에 대한 처벌은 독재체제에서 남용한 사회통제 수단이었다. 요즘은 ..
올해는 2008년에 이어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는 해이다. 기본계획은 국내 에너지 관련 계획들의 기본방침을 좌우하는 최상위의 것으로, 2030년대 초까지의 국가에너지 수급정책을 정하는 매우 중요한 계획이다. 그런데 기본계획이 핵발전소 비중을 정할 때, 과연 경제성과 안전성을 고려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현재 1만2000톤 이상의 누적량에 더해 매년 약 700톤 이상의 사용후 핵연료가 쌓이고 있다. 막 끄집어낸 사용후 핵연료라면 17초 정도의 피폭만으로 치사량일 만큼 강력한 방사능을 배출한다. 그러나 이런 사용후 핵연료를 과학적으로 해롭지 않게 하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사용후 핵연료를 지하 수백미터 이하의 깊은 곳에 처분해 생태계에서 격리시켜야 하는데,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
옆 나라의 아베 신조가 희색이 만면하다. 선거에서 압승을 했단다. 대단찮은 투표율을 보면 그 나라의 정치 혐오증도 여간 깊지 않은 듯한데, 그 점에서는 주류 언론의 야무진 외면 속에서도 시국선언이 늘어나고 촛불이 다시 켜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훨씬 건강한 편이긴 하다. 역사를 거칠지만 간명하게 요약하라고 한다면, 어떤 답이 비교적 수긍에 값할까? “인간의 역사는 대개 소수 권력자가 다수를 지배하고 착취해 왔다”라는 답이 아닐까. 그리고 “그럼에도 ‘다수 중의 소수’는 끝없이 소수 권력자에 저항하기 위해 다수와 어깨동무를 하며 고군분투해왔다”, 대충 그렇게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국가가 군주의 사유재산이던 시절에도 그랬고, 한시적 선출직을 국가의 대표자로 거푸 뽑게 된 근대국가도 힘의 행사라는 측면에서는 달..
한국의 에너지와 전력 수요는 1980년대 이후 급속하게 증가했다. 특히 전체 에너지 소비 가운데 전력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원전 건설 등을 통해 전력 공급량을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 이후 국내 원전은 23기까지 늘었지만 전력 공급량은 여전히 부족하다. 이는 전력의 수요 관리보다는 원전 확대 등 공급을 통한 안정화에 초점을 맞춘 정부 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 전력 공급 확대는 다시 수요 증대를 불렀고, 다시 원전 등 발전설비를 추가로 지으면서 만성적인 전력난이 계속되고 있다. 공급 중심의 전력체계 때문에 밀양 송전탑 반대 등 심각한 지역갈등도 끊이지 않고 있다. 원전 폐쇄 정책을 추진 중인 독일은 전력난 이슈가..
길거리 가수 허각씨(28·사진)는 2010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하며 ‘슈퍼스타’가 됐다. 인기와 부를 얻었지만 에어컨 없는 집에서 부채질을 하고 찬물 샤워로 여름을 나는 ‘절전형 연예인’ 생활을 한다. 2011년 3월 당시 지식경제부의 에너지 절약 홍보 대사로 선정되면서 절전은 이제 습관이 됐다. 허씨는 스타가 된 뒤에 에어컨 정도야 살 수 있는 처지가 됐지만 지금도 설치하지 않고 있다. 선풍기도 웬만하면 틀지 않는다. 허씨는 “선풍기도 생각보다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일단 집에 들어오면 창문을 다 열어 놓고 부채질로 더위를 식힌다”면서 “TV를 보며 세숫대야에 찬물을 담아 발을 담그고 있으면 에어컨이 거의 필요 없다”고 말했다.’다. 그는 피서조차 절전형을 선호한다. 그가 제안하는 최고의 ..
여름철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 등이 피크타임 절전 대책과 캠페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11일 환경운동연합은 ‘2~5시 함께해요 캠페인’을 시작했고, 어제는 전국 262개 환경·소비자·여성단체 연대기구인 에너지시민연대가 ‘2013년 여름철 국민 절전 캠페인’ 출범식을 가졌다. 여름철 블랙아웃 위기는 냉방 전력 수요가 폭주하는 오후 2~5시에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그때를 슬기롭게 넘기자는 취지다. 에어컨을 놔두고 무더위를 참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최근 나온 피크타임 절전 대책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냉방 자제나 규제보다 낭비되는 전력의 차단이다. 7~8월 피크시간대에 지하철 운행 간격을 늘리고 청계천·중랑천 권역에 내보내는 물의 양과 펌프 가동 시간을 줄인다는 ..
원전이 안정적인 전력수급에 불안요인이라는 점이 이번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사건으로 다시 한 번 확인됐다. 원전은 한 기가 100만㎾ 안팎의 대용량인 발전소인데 끄고 켜는 데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출력 조절 자체가 위험하다. 그리고 이번처럼 안전과 관련해서 갑자기 원전 가동이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런 불안정적인 원전에 전력수급을 맡기는 자체가 불안정한 전력수급이다. 올 여름에 멈춘 원전은 3기, 300만㎾라고 한다. 우리에게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인 셈이다. 그동안 전력당국은 원전 없이는 전기소비가 어려울 것처럼 홍보해왔지만 과연 그럴까. 우리의 절약 실천만으로도 원전을 가동하지 않아도 된다면 굳이 목숨을 맡기고 원전을 위험하게 가동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전력수급체계를 들여다 보면 전력난의 답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