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벌써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전력사용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동을 멈춘 원전과 산업계의 경직된 전력 소비 구조를 감안할 때, 여름철 대정전(Black Out)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정부는 전력 사용 자제를 요청하고 있고, 지자체와 기업들도 절전을 위한 실천들을 약속하고 있다. 하지만 전력 사용의 13%에 불과한 시민들에게 절전을 강요하고, 기업들이 이런저런 이벤트를 벌여봐야 별 도움은 안 된다. 시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비효율적인 절전 캠페인을 넘어, 전력대란에 대처하는 현명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다행히 방법은 있다. 전기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피크타임에만 부족할 뿐, 나머지 시간에는 남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생활과 산업계의 전력 이용 패턴을 변화시키면 충분히 대응이 가..
부품 시험성적서 조작으로 인한 원자력발전소 가동중단과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로 전력난이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어떻게 하면 전기 소비를 줄일 수 있을까. 의외로 친환경 건축물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아부다비의 친환경도시 ‘마스다르시티’의 핵심빌딩인 마스다르 H Q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친환경 빌딩이다. 이 건물은 에너지 절감률이 103%나 된다. 상하이에 짓고 있는 드래곤타워에는 최고층에 풍력발전기 133개가 설치된다. 건물 전기비의 상당 부분을 이 풍력발전기가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오는 7월 완공되는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빌딩도 친환경 빌딩으로 손꼽힌다. 이 빌딩은 일반건물보다 에너지를 40%가량 줄일 수 있다. 이 같은 에너지 절감 건축물은 설계단계부터 풍력이나 태양광을 효율적으로 활용..
원전의 발전 단가는 사고 위험, 폐로 및 사용 후 핵연료 처리, 환경·사회적 비용 등 ‘드러나지 않은 비용(hidden costs)’까지 계산할 경우 결코 저렴하지 않다. 그러나 그 비용을 후손들에게 전가함으로써 값싼 에너지라는 착시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저임금 노동력에 기반을 둔 산업, 환경오염물질 대량 배출 산업이 시대의 변화와 함께 구조조정 과정을 거친 것처럼 값싼 전력을 다량으로 사용하는 산업 역시 이제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녹색 성장’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던 것도 이러한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8년 수립된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서 원전의 설비 비중을 2006년 26%에서 2030년 41%까지 높이겠다고 발표..
아직 초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전력대란’이란 말이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2011년 9월 사상 유례없는 계획정전을 겪으면서 전력부족은 이제 단순한 우려에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왜 이런 일들이 갑작스레 일어나고 있을까. 혹자는 그동안 환경론자들과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발전소 건설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하곤 한다. 그러나 정부는 오랫동안 자신의 의지대로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어왔다. 현재의 전력대란은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 몇년간 전력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5년 이후 한국의 전력수요는 연평균 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독일과 영국은 각각 0.05%, 마이너스 0.17% 변화하는 데 그쳤다. 전력수요 중에서는 특히 산업용 전력이 증가세를..
인간은 조그만 진드기 때문에 생명을 잃을지도 모르는 불완전한 존재다. 위험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으며 넘어설 수 없는 벽과 같다. 문명은 인간을 위협하는 위험과 맞서 싸워왔지만 정작 현재 인류가 골머리를 앓는 최대 위험 중 하나는 스스로 만들어낸, 핵이다. 핵은 적을 굴복시켜야 하거나 보다 편리한 삶을 바라는 인간의 본능과 과학이라는 외피를 씌운 오만이 결합돼 덩치를 키워왔다. 여기에 더해 지구온난화라는 또 하나의 위협이 원자력발전소를 확대시켰다. 값싸고 탄소 발생을 줄이는 깨끗한 에너지라는 인식 때문이다. 하지만 원전의 사고 위험과 해체 비용, 사용후 핵연료 처분 등 드러나지 않는 비용을 감안하면 화석연료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경제성이 더 떨어진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원전 1기를 짓는 데 3조원가량이..
불법포획돼 쇼에 동원됐던 돌고래 제돌이가 마침내 바다로 돌아간다. 드라마틱한 제돌이 이야기에 사람들은 환호하고 안도한다. 하지만 제돌이의 ‘해피엔딩’에는 아쉬운 구석이 있다. ‘스타 제돌이’가 아닌 다른 돌고래들의 이야기는 별로 해피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3년 대한민국, 돌고래들의 엇갈리는 희비극. 이야기는 이렇다. 이야기 하나. 제돌이를 포함해 5마리 남방큰돌고래가 바다로 돌아가게 됐는데, 정부는 야생방류 비용을 대지 않고 있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바다에 100여마리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 국립 고래연구소에 따르면, 개체수 감소가 계속되면 남방큰돌고래는 2020년이면 개체수가 절반으로 줄고, 2050년이면 멸종될 수도 있다. 이 귀한 돌고래들을 쇼에 동원했던 ‘퍼시픽랜드’에 유죄판결을 내리고 ..
컴퓨터와 TV, 24시간 편의점이 일상의 삶이 되면서 우리는 밤을 잊어버렸다. 눈앞 50㎝ 거리엔 항상 명멸하는 컴퓨터 모니터가 켜 있고, 조금 쉰다고 거실로 나오면 대형 평면 TV가 끊임없이 빛을 쏟아내고 있다. 길거리라고 해서 별로 다르지 않다. 다닥다닥 붙은 광고판과 진열장엔 형형색색의 네온 불빛이 사람들을 유혹하고, 대낮보다 더 밝은 조명이 동공을 찌른다. 도대체 도시의 밤은 어디에 숨어 있는 것일까. 이런 불빛이 싫어 시골 산중턱으로 귀농한 지 어언 10여년. 낮의 땡볕을 피해 오후 늦게 일을 시작하면 저녁 어스름에야 식사를 하게 된다. 저녁식사를 준비할 때만 해도 해질녘의 잔광이 남아 있어 일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식구들끼리 둘러앉아 두런두런 얘기하며 밥을 먹다보면 어느덧 주위가 어두워..
잇따른 원전 납품 비리로 인해 원전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긴급대책을 내놓고 시민들에게 절전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의 태도를 보면, 절전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진다. 원전에 의존하는 전력수급 시스템을 만들고, 그마저도 부실하게 관리한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그런데 그 책임을 시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사실 한국의 전체 전기 소비에서 가정용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문제는 전체 전기 소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다. 정부가 원가 이하로 대기업들에 싸게 전기를 공급하는 바람에 전기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를 보면 절전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그러나 나는 절전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집 베란다에 초소형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했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