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렬 | 방송대 문화교양학부 교수 1970년대에 독일에서는 원전 반대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졌다. 대학생이나 고등학생들도 이 운동에 꽤 많이 참여했다. 그들 중에는 하노버에서 대학을 다니던 학생 그룹이 있었다. 이들은 반대시위에 적극 가담하면서 동시에 원전의 위험을 알리는 시민계몽 운동을 벌였다. 그 다음에는 구체적인 대항 운동으로 태양열 온수장치를 만들어 설치하는 일을 시작했다. 첫 작품이 좋은 반응을 얻고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에 고무되어 1979년에 아예 원자력을 몰아내는 것을 궁극의 목표로 삼은 태양에너지 기업을 설립했다. 여덟 명의 친구들이 설립자이자 직원이 되어 출발한 이 기업에서는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공동소유, 공동운영, 공동 수익분배가 이루어졌다. 초기에는 수익이 거의 나지 않았고, 수..
이명박 정부는 임기가 끝나가는 무렵에야 사용후 핵연료의 처리 문제를 두고 ‘대책 아닌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엊그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지식경제부 및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등이 참석한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열고 사용후 핵연료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내용인즉 내년 4월쯤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2014년까지 저장고 건설에 대한 국민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이다. 2009년 7월 공론화 위원장으로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을 내정까지 해놓고 유야무야하더니, 골치 아픈 공론화 문제는 차기 정부에서 떠맡으라는 주문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인체에 무해하게 되기까지 10만년이 걸리는 고준위 폐기물이다. 국내 23개 원전에서 해마다 1만7000다발(1다발=핵연료봉 256~289개 묶음)이 배출된다. 현재 원전 내 임시저장소에 보..
양이원영 | 환경운동연합 탈핵에너지국장 영광 3호기 제어봉 균열 등 원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큰 사고로 이어지기 전에 문제가 발생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불안한 원전 가동 중단에 대해 문제의 본질을 논하기보다 전력대란을 운운하는 언론의 보도행태가 아쉽다. 전기가 부족하니 위조 부품을 끼우고서라도 원전 가동을 강행해야 한다는 말인가. 전력난은 최대전력수요를 줄이는 것으로 대처하는 것이지, 원전이 감당할 일이 아니다. 원전은 최저전력소비를 담당한다. 전력소비량은 최대, 평균, 최저전력소비가 다르다. 24시간 중 시간대별로 다르고 날마다 다르다. 전력난은 그중 전력소비가 많을 때 발생하는 문제다. 전력난을 우려할 만큼의 최대전력소비를 기록하는 날은 1년 중에 며칠이다. 이런 최대전력소비가 예..
한정희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활동가 지난 7월, 파나마에서 열린 제64회 국제포경위원회 연례회의에서 한국정부가 과학포경 개시를 선언하자 이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쳤다. 미 국무부가 반대성명을 발표하고 호주 총리, 뉴질랜드 외무장관까지 나서 외교적 압박을 하자 농림수산식품부는 어업인과 환경단체, 국내외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충분히 거친 뒤 과학포경 계획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11월1일에 열린 환경단체 의견수렴 회의에서 농수산부는 애매한 입장만을 반복했다. 이런 가운데 과학포경 금지와 모든 고래종 보호를 위해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이 발의한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마저 지난 14일 국토해양부 상임위원회 법안 소위원회 심사에서 찬반논쟁..
윤순진 |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11월11일, 지난해 3월11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탈핵에너지교수모임이 창립한 지 꼭 한 해가 된 날이었다. 국내외 1052명의 교수들은 ‘탈핵선언문’을 통해 원자력 발전은 “통제할 수 없는 위험을 통제한다”는 모순된 논리에 기초해 있으며 “미래세대, 미래의 생명을 죽음과 파멸로 몰아가는 폭력행위”임을 분명히 했다. 이어진 그린피스의 인터넷 브리핑을 통해 한국과 아랍에미리트, 브라질, 남아공을 제외한 대다수 원전 운영국들이 원전 비중을 축소하거나 신규 원전 건설을 연기 또는 취소하는 가운데 다수 유럽 국가들과 일본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려가면서 탈핵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위험하고 폭력적인 에너지 너머’, 그것은 미래가 아..
서형림 |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기후변화 캠페이너 지난 5일 지식경제부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원전 부품 납품업체로부터 제출받은 해외 검증기관의 10년치 검증서를 조사한 결과 총 60건의 검증서가 위조됐다고 밝혔다. 또한 위조된 부품 7682개 중 5233개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영광 5, 6호기는 부품교체가 완료될 때까지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이번에 확인된 부품은 핵심 설비에 사용될 수 없는 부품”이라며 원전 안전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람의 작은 실수와 부품의 오작동 등이 맞물려 대형 원전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원전 반경 30㎞ 내 거주 인구수가 402만명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의 허술한 원전관리는 국민을 더욱더 불안 속으로 몰아넣고 있..
영광 원자력발전소 5·6호기가 어제부터 전면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원전부품 공급업체 8개사가 미국 품질검증기관 품질검증서를 위조해 공급한 부품이 영광 원전에 집중적으로 들어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 부품을 진짜 부품으로 바꾸기 위해 연말까지 원전 가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품질보증을 받지 않은 부품을 공급받아 원전을 가동했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한국수력원자력 감사실 조사 결과 이들 납품업체는 2003년부터 최근까지 9년 동안 총 237개 품목, 7682개 제품, 8억2000만원어치를 공급하면서 60건의 품질검증서를 가짜로 만들어 제출했다. 외부 제보가 없었더라면 원전은 계속 가짜 부품을 공급받아 가동할 뻔했다. 한수원은 이번에 문제가 ..
전 세계에서 20기 이상의 원자로를 가동하는 국가 가운데 원전용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연료봉 재활용 권한이 없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2014년 3월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협상에서 한국의 안정적인 핵연료 확보를 위해 농축 및 재활용 권한을 되찾는 문제가 양대 쟁점이 된 까닭이다. 양국이 2년째 머리를 맞대고 있는 개정협상에서는 한국이 농축·재활용 권한을 되찾되 핵 비확산 우려를 불식시키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보도다. 한국이 다국적 기업이 미국 내에 보유한 상업용 농축우라늄 시설의 투자지분을 확보함으로써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제공받는다는 것이다. 원자력협정 개정은 올해 말 등장할 한·미 양국의 새 정권이 내년 벽두부터 떠안아야 할 최대 현안인 만큼 큰 틀에서나마 합의를 찾아가는 것은 반가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