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수 | 스포츠칼럼니스트 성경 말씀에 “네 눈 속의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고 했거늘, 최근 한국 축구가 직면한 현실이 그와 같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지난 25일 회원국별 201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발표했다. 한국 출전권은 3.5장으로 결정됐다. 이로써 정규리그 최종 순위 1, 2위팀과 FA컵 우승팀이 ACL로 직행하고 정규리그 3위팀은 플레이오프전에 나가게 된다. 포항스틸러스가 그 쓴잔을 마시게 되었다. 이를 두고 중동 축구의 마법에 걸려들었다는 비판이 먼저 나왔다. 그런 측면이 없지 않다. 현재 아시아 축구의 권력은 중동(특히 카타르)으로 쏠려 있다. 이번에 카타르는 기존 2장이었던 출전권을 4장으로 확대하는 성과를 올렸다. 확실히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이후 중동..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교수 지난 15일 발생한 ‘전국적 규모’의 정전은 1960년대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미국과 일본에도 없는 고압(765㎸) 송전망에다 국토면적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집적도를 자랑할 정도로 걱정 없이 투자비를 쓴 국영독점전력산업이 큰 사고를 쳤다. 이상고온, 무절제한 소비 등 많은 이유들이 변명처럼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전력수요 하계성수기가 다 지난 지금 7800만㎾ 설비용량을 가지고도 6700만㎾ 정도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예고방송도 못하고 다급하게 정전을 단행한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더욱이 예상외(?) 수요 증가량이라는 게 공급능력의 2.5% 수준인 200만㎾ 정도에 불과하다. 대통령의 직접 점검이 없었다면 값싼 전기를 낭비한 소비자 탓으로 쉽게 결론지었을..
경향신문 노응근 논설위원 전국적인 정전 대란 이후 ‘블랙아웃(blackout)’이란 생소한 전문용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한전이 “전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때 발생하는 블랙아웃을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30분씩 순환 정전을 실시했다”고 발표하면서다. 자칫 나라 전체의 전기 공급이 셧다운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블랙아웃이란 도시나 넓은 지역의 전기가 동시에 모두 끊기는 최악의 정전사태를 말한다. 보통 전력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나 전력망 설계의 취약성에 기인한다. 블랙아웃이 발생하면 해당 지역은 온통 암흑천지가 되고 모든 기능이 마비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발전시설을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려 피해는 더욱 커진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전력 본사에서 정전사태에 대해 관..
정희준 | 동아대 교수·문화연구 동계올림픽으로 인한 경제효과가 65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누구 표현대로 이는 ‘거의 사기’다. ‘구라가 예술의 경지’에 오른 것이다. 그 자료를 나에게 주면 세 시간이면 100조원으로 만들어줄 수도 있다. 어느 경제학자가 그랬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거짓말을 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경제효과가 450조원이라는 ‘창조적 연구’도 있지 않았던가. ‘경제효과’는 과학이 아니라 신념의 문제요, 상상력의 공간인 것이다. 올림픽을 이렇게 이해하면 된다. 평상시라면 절대 짓지 않을 불필요한 시설을 단 보름간의 행사를 위해 짓는다. 신나게 환경을 파괴하며 많이도 짓는다. 누가? 재벌 건설사가. 누구 돈으로? 우리 세금으로. 이게 ‘경제효..
김호수 | 뉴욕시립대 스테튼 아일랜드 캠펴스 사회학과조교수 5월11일은 정부가 제정한 입양의 날이다. 지난 55년동안 ‘혼혈아동, 기아, 미아, 결손가정아동, 장애아동, 미혼모의 아이들’이라는 이유로 해외로 입양 보내어진 아동이 약 20만 명에 이르며, 국내에서 입양된 아동도 약 6만 여명에 이른다. 이처럼 입양을 권장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입양이라는 선택 아닌 선택을 해야만 하는 친생 부모의 상황에 대한 관심은 전무하다. 지난 세월 동안 입양은 사정상 키울 수 없는 자식을 다른 누군가가 키우는 아름다운 실천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안전망과 복지의 미비로 인한 필연적인 결과였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번 입양의 날은 자식을 떠나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수 많은 친생부모들의 상실을 애도하면서, ..
김도현 | 해외입양인센터 뿌리의집 원장 5월 11일은 입양의 날이다. 그런데, 귀환입양인단체 ‘TRACK(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뿌리의 집’이 뒤따르고, ‘한국미혼모가족협회’와 ‘한국한부모연합’이 거들면서 같은 날 5월11일을 ‘싱글맘의 날’ 로 기념하기로 하고, 기념 국제 컨퍼런스와 기념행사를 준비 중이다. 기념 국제 컨퍼런스는 이 날 하루 종일 한국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강당에서, 기념행사는 낮 12시에 광화문교보의 선큰가든에서 열기로 했다. 영아 일시보호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위탁가정이나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를 돌보고 있다. 입양의 날에 맞추어서 싱글맘의 날을 지키겠다는 것은 일종의 대항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입양의 뿌리에는 가족해체가 있고, 특히 미혼모 가..
양호환|서울대 교수·역사교육 우리 역사 속에서 국가가 성립된 이래, 후세에 대한 교육의 큰 틀은 언제나 제도적인 차원에서 그 정비가 이루어져 왔다. 후세를 가르쳐 국가의 동량으로 키우는 일은 실로 국조장구(國祚長久)를 위해 필요불가결한 과제였고, 급변하는 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기본이었다. 교육의 목적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고 동시에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교육 정책의 목적은 ‘학습부담 경감’이고, 이를 위한 제도 개혁의 결과는 공교육 부실과 학생들의 학교이탈, 그리고 체감 학습부담과 사교육비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최근 교육과정상 한국사를 필수화하고 5단위(1, 2학기로 나누어 할 경우 1..
김우열 / 서울시교육청 기능직공무원 "그게... 가능해요?" 눈을 크게 뜨고 되물어 본다. 교육시설공사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오는 반응이다. 교육활동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담는 그릇이 교육시설이다. 과거에는 소프트웨어가 부족해서 교육시설의 필요를 못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교육활동의 질은 높아졌으나 교육시설의 질이 따라주지 못해 교육활동의 질까지 낮추는 경우가 많다. 주로 교육시설공사의 근본적인 부실 때문이다. 시설의 계획과정이 중요하다. 과다 대충 계획한 프로젝트는 업자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고 예산이 새는 통로가 된다. 시설의 생애 과정에서 계획과정이 제일 중요하며, 시공보다 중요하다. 학교시설에 학교에서 감당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 교육청 기술직에게 연락한다. 문제는 이들이 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