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목록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바람난 애인의 뒤통수 치던 행동, 블록체인 열풍, 재개발을 앞둔 아파트 단지 등이 있지 않을까. 나는 그 목록에 제지회사 주식도 추가하고 싶다. 온라인 배달 사업이 쭉쭉 성장한 덕에 택배상자와 종이 포장재 시장 역시 조용하고도 건실하게 떴다. 쓰레기 ‘덕후’인 나는 주택가의 재활용 분리수거가 얼마나 엉망인지 잘 알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분리배출이랍시고 검정 비닐봉지에 죽은 고양이, 똥 묻은 기저귀 등을 몰래 버린다. 그런데 주택가 재활용 분리배출 중 유일하게 아파트보다 나은 품목이 딱 하나 있다. 바로 폐지다. 폐지 줍는 어르신들은 택배상자에 붙은 테이프를 면도칼로 뜯어내 상자는 상자끼리, 책은 책끼리, 복사지는..
교육부는 통계청이 새로운 인구추계를 발표하면 그 자료를 이용하여 학생 수를 예측하고 새로운 교원수급계획을 발표해 왔다. 2016년 통계청의 인구추계는 실제 출생아 수를 전혀 예측하지 못해 2018년 4월 발표한 교원수급계획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교육부는 2019년 통계청 특별추계를 바탕으로 2020년 7월 ‘미래교육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교원수급정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교원수급계획은 통상 10년의 계획을 발표한다. 하지만 2020년 교원수급 계획은 2021년까지 한시적인 계획으로 2024년까지의 예측자료만 발표했다. 교육부는 2022년 상반기까지 교원수급체계인 ‘K교육 선도형’도 새롭게 만들어서 발표하겠다고 했다. 교육부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교원수급정책의 목표로 삼아왔던 ‘교사 1인당 학생..
파업에 ‘옥쇄(玉碎)’란 말이 곧잘 붙는다. 그러면 사생결단 기운이 더해진다. 이 말은 중국 남북조시대 역사서 에 나온 ‘대장부 영가옥쇄 하능와전(大丈夫 寧可玉碎 何能瓦全)’에서 비롯됐다. 장부가 옥처럼 아름답게 부서질지언정 하찮은 기와가 돼 목숨을 부지하랴는 글귀다. 쇄자를 걸어잠근다는 ‘쇄(鎖)자’로 잘못 아는 이도 본다. 글자 그대로의 옥쇄는 대의를 위해 한 몸을 던지는 걸 뜻한다. 옥쇄파업은 2009년 1월 용산 남일당 건물 옥상과 그해 5월의 쌍용차 평택공장이 먼저 떠오른다. 철거민·경찰 6명이 불에 타 숨진 용산참사와 노동자 450여명이 77일간 정리해고에 저항한 쌍용차 사태가 일어난 곳이다. 두 농성장에선 최루탄·물대포·헬기를 앞세운 공권력의 토끼몰이식 작전이 벌어졌다. 희망버스는 2011년..
누워서 책 읽다 스르륵 잠드는 맛, 주말의 일과다. 너무 빨리 잠들어 책이 얼굴에 떨어지곤 했는데, 이 책은 읽다가 벌떡 일어나고야 말았다. 2016년 말에 ‘미식가의 성서’라고 불리는 미쉐린 가이드가 한국 식당을 대상으로도 평가를 한다는 소식에 요식업계가 술렁였다. 특급호텔 레스토랑, 정상급 셰프들이 운영하는 고급 식당들이 결과를 기다리던 중, 놀라운 내용이 발표됐다. 총 24곳 중 마포구 서교동, 변변한 상가조차 없던 골목에 자리 잡은 작은 중식당, 게다가 개업한 지 2년도 안 된 신생 가게가 별 다섯개 호텔 중식당과 나란히 별을 받았다. 이곳이 바로 미쉐린으로부터 “합리적인 가격에 다양하고 수준 높은 중식을 제공하는 중식 전문점”이란 평가를 받은 ‘진진’이다. 주말 낮잠을 떨쳐내게 한 책 는 허름한..
다음주에 또 폭염과 폭우가 올 것이라고 한다. 복합재해의 불씨가 댕겨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 예민하게 대응을 해야 한다. 지난봄에 산불이 크게 났던 지역들은 이번 폭우 대비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폭염도 마찬가지다 복합재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많은 분야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야 한다. 함께 논의하면 복합재해 불씨를 꺼버릴 수 있다 지난주 장마에 이은 폭염으로 완전히 썩어버린 농작물에 대한 TV 뉴스를 보니 마음이 좋지 않다. 겨울이 지나 따뜻한 봄이 오고 풍작을 기원하며 열심히 농사를 지었을 농부들의 마음은 나보다 더 힘들겠지만, 괜히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로서 내가 제대로 연구를 안 해서 그런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바로 이 폭염이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과학..
앞을 보면 ‘기후위기’라고 난리인데, 옆을 보면 석유제품을 빛나게 광고한다. 새 내연 자동차가 굉음을 내며 달리는 영상이나 석유를 사는 만큼 나무를 심는다는 주유소 홍보물이 눈길을 잡아끈다. 광고는 얼른 비행기를 타고 떠나라 유혹하고, 매끄러운 플라스틱 제품을 구입하라며 소비자 가슴을 들쑤신다. 찬물과 더운물 사이에서 시민들은 혼란스럽다. 뉴스는 기후위기 소식으로 난리인데, 광고 속 세상은 마냥 아름답다. 얼른 내연차를 타고 숲속을 달리란다. 이건 담배가 해롭다는 프로그램이 끝나자마자 담배를 권하는 상업광고가 나오는 꼴이다. 굴뚝 없는 광고·홍보업도 온실가스를 유발할까? 내 생각은 ‘그렇다’이다. 광고·홍보업계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소비하라고 보챈다. 화려한 영상과 소리로 기후위기를 까마득히 잊게 하고,..
1992년 춘천 출생, 형과 함께 아버지로부터 축구 교습 시작, 서울 동북고 1학년 때 대한축구협회 해외 연수 프로그램으로 독일행, 동북고 중퇴 및 독일 잔류, 독일 4부리그 함부르크 SV에서 프로 데뷔, 이듬해 1부리그 함부르크로 콜업, 2013년 독일 명문 레버쿠젠 이적, 2015년 잉글랜드 토트넘 이적, 2022년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축구팬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손흥민(30)의 프로필이다. 그의 인생에서 최대 터닝 포인트는 독일 1년 연수 후 한국 컴백이 아니라 독일 잔류를 결심한 것이다. 17세 나이에 그런 험난한 길을 왜 자초한 걸까. 그건 세계 최고 선수로 성장하려면 한국보다 독일에 있는 게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독일은 손흥민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유스 시스템은 훌륭했고 리그 시스템도 ..
우리나라에는 특별한 자연자산으로 불교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사찰림이 있다. 삼국유사에는 신라시대에 이미 경주에 사찰림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사찰림은 통일신라시대 선종의 도입과 고려시대 도선 스님의 영향으로 산지 가람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오늘날 이름난 사찰들이 경치가 아름다운 산속에 자리잡게 된 것은 이와 같은 역사적인 배경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국토 면적의 약 0.7%, 전체 산림 면적의 1.4%에 해당하는 사찰림이 있다. 사찰림은 542개 사찰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사찰당 그 면적이 평균 166㏊에 달한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과 같은 시련을 겪으면서도 중요한 사찰 주변에 이처럼 넓은 사찰림이 보전된 것은 삼국시대 이후 전승되어온 숲을 보전하는 불가의 수행방법 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