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교육과정 개정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고 있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에서는 그동안 없었던 새로운 시도가 있었다. 우선 ‘국민과 함께하는 교육과정 개정’을 표방하면서 시작 단계부터 현장교원과 학생·학부모, 시·도 교육청 관계자 등 교육공동체 구성원과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지난달 말부터는 현재까지 정리된 총론과 각론의 시안을 ‘국민 참여 소통 누리집’에 올리고 이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교육과정 개정에서 처음 도입한 혁신적 변화이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은 “교육정책이 사회적 합의에 기반하여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추진되도록 함으로써 교육의 자주성·전문성 및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교육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치하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의 심의와 의결을 거치는 첫..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는 왜 ‘세상을 구하는 기술’을 ‘회사 밖’에서 구하려 했을까? 그는 구글과 NASA가 후원하는 실리콘밸리 민간 창업 대학 싱귤래리티의 설립자 피터 디아만디스와 세계 최초 민간 여성 우주여행자 야누세흐 안사리와 함께 세계 최대 벤처재단 엑스프라이즈 재단(XPRIZE Foundation)을 운영 중이다. 이 재단은 인류를 이롭게 할 기술을 얻고자 공공 대회를 설계하고 개최 중이다. 작년 4월 지구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법을 개발하면 1억달러(약 1380억원)를 수여하겠다는 ‘엑스프라이즈 탄소 제거’ 프로젝트를 발표하여 화제가 되었다. 포상형 공개 경쟁 방식은 일장일단이 있고 상금의 규모가 압도적이라 놀라기도 했지만, 훌륭한 인재를 많이 보유한 대기업이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구..
종종 사람들은 내게 그린피스 환경감시선을 타고 전 세계 환경문제 현장에 다닌 이야기를 묻는다. 백번 묻기보다 한번 보는 게 낫다. 나는 구글 지도를 켜고 남아메리카 대륙을 화면 한가운데 놓는다. 흔히 ‘지구의 허파’라고 부르는 남미 대륙이 한눈에 잡힌다. 구석에 있는 위성사진 버튼을 누르면 천연색 지도가 나온다. 푸른 화면을 천천히 확대하면 대륙 한가운데에 이상한 그림이 나타난다. 세계 7대 불가사의 나스카 지상화 이야기일까? 아니다. 남미 대륙은 요즘 군인 전투복에 쓰는 디지털 무늬처럼 초록색과 갈색, 황토색 사각형으로 얼룩덜룩하다. 처음 보는 사람은 인터넷 통신 속도가 느려 픽셀이 깨졌다 추측한다. 아니다. 조금 더 확대해보자. 집과 자동차가 선명하게 보일 만큼 확대하면 알게 된다. 픽셀이 깨진 게 ..
지금부터 딱 50년 전인 1972년 3월2일, 로마클럽의 유명한 가 발표되었다. 이 책은 세계적 반향을 불러왔고 환경 문헌의 고전으로 자리매김되었다. 그런데 ‘고전’이라는 칭호는 마치 이나 이 그렇듯이, 실은 사람들이 읽지는 않고 인용하고 비판하는 책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마르크스는 에서 자본주의의 종말이나 자본가 타도를 주장한 게 아니라 자본의 본성을 고찰했다. 역시 성장 자체의 끝을 말한 게 아니지만 사람들은 쉬이 오해하고 단순한 종말론의 하나로 여긴다. 이런 오해는 특히 한국에서는 제목 번역 탓도 있었을 것 같다. 엄밀하게 보자면 영어 제목(Limits to Growth)은 성장의(of) 한계가 아니라 성장에 관한 또는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한계들이다. 이 책의 내용 역시 자원이 고갈되거나 식량 ..
쓰레기 줄이는 제로웨이스트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내가 지금 가게를 하는지 고물상을 하는지 민원실에서 일하는지 헷갈릴 때가 온다. 우리 가게는 땅값이 제법 비싼 홍대와 서울역 근처에 있는데 공간이 부족해 더 이상 새 상품을 들이지 못하는 처지에도 이 ‘쓰레기 공간’만은 침범하지 않는다. ‘쓰레기 공간’이란 따로 모으지 않는 한 재활용이 안 되는 쓰레기를 쌓아두는 곳이다. 고장 나거나 사용 후 쓰임을 다하면 종량제봉투에 버리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원래 버려지는 물건도 재활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재활용하면 실리콘 도마는 전자제품 부품이, 커피 찌꺼기는 커피 화분이 된다. 양파망은 농촌에 돌아가 다시 양파망이, 유선 이어폰과 멀티탭은 구리가, 프린터 토너는 잉크를 채워 다시 토너가 되는 식이다. 이들만 따..
교육부 장관이 취임 한 달도 안 된 지난달 29일 야심차게 만 5세 취학 정책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업무보고를 받은 대통령도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만 5세 취학 정책에 대해 대통령이 힘을 실어준 것이다. 여론이 나빠지자 박순애 장관은 이달 1일 기자회견을 열어 3개월씩 4년 동안 취학연령을 낮추는 게 문제라면 12년 동안 서서히(매년 1개월씩) 낮출 수 있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일 대통령비서실 사회수석이 대통령의 지시사항은 만 5세 취학 정책에 대한 공론화를 추진하라는 의미였다고 대통령 지시 사항을 재해석했다. 박순애 장관도 지난 2일 학부모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폐기할 수도 있다’고 발언했다. ..
산골 마을에 서울 손님이 왔다. 3년째 지구촌 돌림병(코로나19)으로 마음 놓고 오가지도 못하다가, 3박4일 겨우 짬을 내고 용기를 내어 왔다. 더구나 서울과 합천은 큰마음 먹어야만 오갈 수 있는 거리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사나흘 전부터 귀한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그 손님이 누구냐고? 여섯 살 손자 ‘서로’다. 이름은 ‘로’인데 성을 붙여 그냥 ‘서로’라 부른다. 서로 혼자 온 것은 아니다. 서로 엄마도 같이 왔다. 서로 아빠는 일터에 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둘이만 왔다. 서로 엄마는 눈이 불편한, 정확하게 말하자면 1급시각장애인이다. 서로는 엄마 손을 꼭 잡고 서울 마포구 성미산 아래에서 서울역으로, 서울역에서 케이티엑스를 타고 대구역으로, 대구역에서 다시 합천 황매산 자락까지 무사히 왔다. ..
도시에 살면 사람이 참 유능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자동차는 신발이 된 지 오래고 대중교통도 때론 막힐 뿐이지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믿는다. 스마트폰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고 하루이틀이면 원하는 것이 배달되는 환경에서 재난은 영화에서나 스릴을 높여줄 장치에 불과했다. 더위나 추위가 좀 별스러웠지만 에어컨과 난방시설로 쾌적함을 더해줄 뿐이었다. 특히나 사계절로 단련된 나라에 살다보니 100년 만의 폭염, 1000년 만의 폭우는 해외토픽쯤으로 지나쳤다. 그러나 기후변화는 지구 차원의 변화라 누구도 비켜날 수 없다는 걸 여실히 체감하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사는 동네가 80년 만의 폭우로 완전히 마비되었다. 그날 하필이면 서울 강남역 근처에 모임이 있어 뉴스에 나오는 장면들을 목격하였고, 평소 시간의 10배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