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장관 후보자 중 2명이 낙마했으면 ‘인사 참사’에 가깝다. 다주택 보유 논란에 휩싸인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 사퇴했고, ‘해적 학회’ 참석·자녀 호화 유학 의혹 등이 불거진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을 철회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해 지명 결정을 번복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흠결 사유가 심각하다는 것을 인사권자인 문 대통령이 인정한 셈이다. 인사청문회에서 비리의혹 백화점이 된 장관 후보자들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실망감을 헤아렸다면, 진정 어린 사과와 함께 엄격한 검증 체계를 마련해 다시는 ‘인사 실패’가 없도록 하겠다고 벼렸여야 할 터이다. 하지만 인사 실패에도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자기합리화와 면피성 해명을 사흘째 되풀이하는 윤도한 국민소통..
청와대에 들어가기 전, 기자 김의겸은 견결한 진보주의자였다. ‘함께 잘사는 길’을 설득하려 애썼다. 그런 김의겸도 결국 각자도생(各自圖生)을 택했다. 14억 재산으로도 안심하지 못했다. 은퇴 이후 인생을 서울 흑석동의 낡은 건물에 걸었다. ‘갓물주(God+건물주)’의 유혹에 ‘대통령의 입’이란 본업을 잊었다. 사퇴는 불가피했다. 한국은 부자 나라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를 넘었다. 그런데 모두가 전전긍긍이다. 서민층은 물론 김의겸 부부 같은 중산층에 이르기까지.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가 공개한 ‘2019 세계 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민의 평균 행복지수(10점 만점)는 5.895점이다. 조사 대상 156개국 중 54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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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31일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자진 사퇴했다. 2기 내각 장관 후보자 7명 가운데 2명이 낙마했다. 정부의 국정철학과 배치된 ‘내로남불’ 인사라는 비판 여론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조 후보자에게 제기된 아들의 ‘황제 유학’, ‘군 복무 특혜’ 의혹 등은 시민 정서와 거리가 먼 것이었다. 여기에 해외의 ‘해적 학술단체’와 관련된 학회에 참석한 새로운 의혹이 더해졌다. 최 후보자 역시 잠실·분당·세종에 아파트와 분양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23억원이 넘는 투자 이익을 얻는 등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에 올랐다. 그는 딸 부부에게 집을 팔고 월세로 사..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11억원을 빌려 공시가격 26억원에 달하는 재개발지 건물을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서울 집값이 폭등하던 지난해 7월 서울 흑석동에 있는 2층짜리 건물을 샀다고 한다. 이 지역은 매입 두 달 전 롯데건설이 재개발사업을 수주한 ‘흑석뉴타운 9구역’으로 고급 아파트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는 이 건물을 사기 위해 자신의 전 재산 외에 은행에서 배우자 명의로 10억2080만원을 대출받았고 지인에게 1억원을 빌렸다. 은행금리 4%를 적용하면 매년 이자만 5523만원을 내야 한다. 김 대변인 연봉의 절반 이상이다. 말 그대로 부동산에 올인해 재테크에 나선 셈이다. 김 대변인은 28일 상가 매입을 놓고 파문이 일자 “투기에 해당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언제 ..
고위공직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물화처럼 익숙해진 풍경이 있다. 인사청문 대상자들은 각종 도덕성 의혹에 휘말리고, 막상 청문회에서는 해명은커녕 ‘죄송·불찰·송구’를 읊조리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장면이다. 아무리 결격 사유가 등장하더라도 “죄송하다”고 납작 엎드려 인사청문회 순간만을 모면하면 된다는 경험칙의 산물이다. 25일부터 시작된 ‘3·8 개각’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어김없이 이러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26일 청문회에서 배우자·자녀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송구하다”고 했다. 문 후보자의 배우자와 두 자녀는 1998년 위장전입했고, 2006년에는 한 달에만 총 3차례 위장전입을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고위공직 후보자들이 위장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70여년의 위대한 대한민국의 역사가 좌파정권 3년 만에 무너져 내리고 있다”고 했다.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도 했다. 연설에선 ‘좌파정권’이란 말만 5차례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석에서는 삿대질과 고성이 쏟아져 나왔다. 급기야 여야 의원들끼리 몸싸움까지 벌이는 아수라장이 연출됐다. 나 원내대표는 도를 넘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위헌” “먹튀정권, 욜로정권, 막장정권”이라고 했다. 이쯤 되면 연설이 아니라 저주에 가깝다.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정치..
1952년 12월 런던 스모그 사건이 떠오른다. 단 7일 동안 석탄 연소에 따른 스모그 현상으로 1만2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환경 재앙.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었고 수도권과 세종, 충청도에는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7일 연속 발령되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가능한 방안 총동원’을 주문하였다. 7일의 먼지 지옥. 국제암연구소는 미세먼지를 발암물질 1군으로 분류한다. 그 위해성이 명백하다. 1952년 런던의 재앙이 2019년 한반도에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번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비상한 재앙’에 ‘비상한 조치’를 취했는가. 작년 한국 정부와 미국 항공우주국이 공동 조사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초미세먼지(PM2.5)의 52%가 국내에..
2015년 울산과기대가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으로 전환되면서 초대 총장 선출이 있었다. 유니스트 교수, 직원, 학생 중 어느 누구도 총장 후보자들이 누구였는지, 총장이 어떻게 선출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정관에 따르면 총장은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에서 추천된 후보자를 이사회가 선임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승인하는데, 총추위는 물론 총추위 규정 자체도 없었다. 귀신이 유니스트 총장을 뽑은 것이나 다름없다.이제 곧 유니스트는 과학기술원(과기원) 전환 이후 두 번째 총장을 뽑아야 한다. 2018년 5월 유니스트 교수, 직원, 학생은 다른 과기원과 대학의 총장 선출 규정을 면밀히 조사하고 연구한 후, 모든 학내 구성원이 참여하는 총추위 구성안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비공식 면담에서 과기정통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