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근무하다 검찰로 복귀 조치된 김태우 수사관에 대해 중징계인 해임을 청구했다. 대검 감찰본부는 27일 감찰 결과를 발표하며, 청와대가 통보한 비위 사항 대부분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찰 중 특혜성 취업을 시도하고, 민간업자들로부터 골프·향응 접대를 받았으며, 건설업자의 뇌물공여 혐의 수사에 개입하려 했다는 것이다. 감찰본부는 또 김 수사관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의 금품수수 첩보 등을 언론사에 제공해 비밀엄수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감찰 결과대로라면 김 수사관의 처신은 공직자로서 부적절했고, 엄중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김 수사관의 잇단 폭로 역시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럼에도 김 수사관이 제기했거나 연루된 의혹은 실체를 규명해야 ..
문재인 대통령을 감싸던 신성(神聖)이 벗겨졌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촛불정신을 계승한 지도자라는, 특수한 정치적 지위를 누렸다. 촛불과제의 실현이라는 신성한 사명을 띤 문 대통령과 정부는 시민들이 응원하고 지켜줘야 할 그 무엇이었다. 그 사명은 웬만한 잘못에도 비판하기보다 격려해줘야 할 만큼 중한 것이었다. 이런 마음가짐은 무능하고 부패한 기득권이 아닌, 시민 뜻을 진정으로 떠받드는 정부가 탄생했다는 벅찬 감동의 발로였다. 햇수로 집권 두 해째를 마감하는 지금, 신성의 아우라가 사라지고 있다. 대통령은 중요한 문제에서 실수를 반복했다. 정부는 오락가락하며 중심을 잃더니, 최저임금과 탄력근로제 확대 혼선 끝에 내년 경제정책 방향 수정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핵심은 재벌 민원을 들어주더라도 경제 활력을 자..
데드 크로스 논란이 한창이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처음으로 긍정평가보다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앞뒤가 맞지 않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사실인데, 다른 한편으로 사태가 심상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설 이전에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 이후 여론지형은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을 해야 하나. 첫째, 성장담론을 장악해야 한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성장론자들이다. 안보나 성장보다 인권이나 환경 같은 가치를 중시하는 탈물질주의자의 비중이 다른 OECD 국가들에서 보통 절반 가까이 나오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15% 내외에 그친다. 성장에 대한 희망을 공유하지 못하면 지지는 없다. 대선이 끝날 때마다 어느 후보에게 투표했는지에 따라 그들이 중시하는 정책을 분석..
홍남기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을 보고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이나 주 52시간 근로 등에 관해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면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기자들에게 “내년 3월까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최저임금이 고용 악화에 미친 영향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대통령과 경제정책 수장이 한목소리로 속도조절론을 꺼내든 게 심상치 않다. 정부는 지난 7월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사실상 접었다. 이번에는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를 늦추려 한다. 재계와 소상공인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재계는 고용 악화의 책임을 최저임금에 돌..
‘나라다운 나라’,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슬로건이다. ‘이게 나라냐’고 절규하는 사람들을 위한 약속이기도 하다. 시작은 뭉클했다. 취임 3일째, 대통령은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천명했다. 며칠 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은 역사에 남을 감동극이었다. 대통령과 유족의 포옹에 모두가 울었다. 아픔을 보듬은 눈물, 이제 나라가 제대로 가겠구나 하는 벅참의 눈물. 1년 반이 지났다. 대통령 지지율이 절반 아래까지 내려갔다. 주변 여론도 심상치 않다. 대부분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고대하는 사람들이다. 머뭇거리는 민생 정책을 한탄한다. ‘나라다운 나라’가 떠오르지 않고, 묵직한 발걸음도 보이지 않는다고. 청와대는 억울해할지 모르겠다. ‘다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주창했다. 역사상 처음으로..
자유한국당의 새 원내사령탑에 4선의 나경원 의원이 선출됐다. 친박계와 잔류파의 지지를 받은 나 신임 원내대표는 비박·복당파가 미는 김학용 의원과의 맞대결에서 전체 103표 중 68표를 얻어 압승을 거뒀다. 나 의원으로서는 세 번째 도전 끝에 원내대표 입성이라는 성취도 크겠지만, 보수정당 사상 최초의 여성 원내대표라는 기록도 썼다. 전임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해 5월 당시 바른정당을 탈당해 한국당으로 돌아온 소위 복당파의 핵심이었고, 역시 복당파인 김학용 의원이 패배했다는 것은 한국당 계파구조의 복잡성과 변화를 동시에 드러낸다. 한편으로 친박계의 여전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한국당에서 천형 같은 계파 패권주의를 청산하고 야당다운 정치를 복원하라는 당내 여망이 투영된 결과로 볼 수도 있다. 그만큼 정통..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세계인권의날 7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한반도에서 냉전의 잔재를 해체하고 항구적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민족 모두의 인권과 사람다운 삶을 위한 것”이라며 “평화를 통해 인권이 보장되고, 인권을 통해 평화가 확보된다”고 말했다. “한반도에서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와 번영이 함께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그 말대로 한반도 현실에서 인권과 평화는 떼어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한국 사회 인권 침해,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도 평화정착 없이는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남한의 경우 국가보안법을 손대지 않고 인권을 말할 수는 없다. 한반도 분단과 적대의 종식도 국가보안법과 긴밀히 연계돼 있다. 한반도 평화를 우리가 이끌어 가기 위해서도 국..
문재인 정부가 2년차 끝에서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끝 모르던 고공지지율은 어느새 50% 선도 무너졌다. 원인이 된 경제 부진은 좀체 반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속도를 내던 한반도 평화 바퀴도 멈칫거리며 위태하다. 바람은 사납고, 하늘엔 눈폭풍을 머금은 먹구름마저 보인다. 지지율보다 심각한 변화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태도들이다. 지난 1일 3년 만에 열린 대규모 민중대회에선 “문재인 정부의 개혁 역주행”을 질타하는 목소리들이 쏟아졌다. 진보 성향 야당은 물론 자유한국당조차 “개혁의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조소한다. 한국당부터 민주노총 등까지 ‘개포(개혁 포기) 정부’로 비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약점을 보인 맹수와도 같다. ‘청와대는 무능하고, 정부는 일하지 않는다’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