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돌아섰다. 검찰이 등을 돌린 것은 시민들에게 총을 겨눈 군과 경찰이 시민의 편에 선 것과 같다. 살아 있는 권력에 굴종하고 죽은 권력만 물어뜯는다는 ‘하이에나 검찰’의 재빠른 변신이다. 검찰은 촉이 빠르다. 검찰의 표변은 박근혜 대통령이 더 이상 살아 있는 권력이 아니란 뜻이다. 오동잎이 떨어지면 가을이 온 것을 안다. 국정복귀 일성으로 던진 ‘엘시티 철저 수사’ 지시는 지금 박근혜가 갖고 있는 패가 흑싸리 껍데기만큼 보잘것없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한 꼴이 됐다. 특검 후보로 반짝 거론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엘시티 이영복 회장과 친분이 있다. 부산의 룸살롱 마담이었던 그의 내연녀 임모씨(혼외아들의 생모)에게 레스토랑을 차려준 사람이 이영복이다. 하마터면 채동욱에게 조사를 받을 뻔한 박근혜는 ‘채..
지난 19일 촛불집회에서 중고생들이 “중고생이 앞장서서 혁명정권 세워내자”는 플래카드를 들고나왔다. 중고생의 패기와 치기, 그리고 생경함을 동시에 느꼈다. ‘혁명’은 사회변화에 대한 열망을 집약하는 표현이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혁명이라는 표현이 점차 담론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20세기 혁명을 대표했던 사회주의 혁명이 대부분 비인간적 체제로 귀결된 것이 주요 원인이었을 것이다. 혁명이라고 하면 새로운 사회의 건설보다 폭력과 파괴가 지배적 이미지로 떠오르게 되었다. 그래서 혁명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의 담론에 다시 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중고생의 구호는 현재 상황을 혁명과 연결시키며 이러한 생각에 문제를 제기해 주었다. 혁명이 무엇인가는 매우 복잡한 문제이다. 한나 아렌트는 이라는 책에..
시민에 의해 포위된 청와대에서 홀로 웅크린 채 거짓 해명에 억지 부리기, 버티기로 일관하는 사람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다. 야금야금 국정 복귀의 기회만 노리다가 여론이 악화되고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억지다 싶으면 찔끔 물러서가며 오로지 대통령 자리를 지킨다는 일념으로 시민에 맞서고 있다. 최순실씨 등 3인의 공소장에서 드러난 박 대통령의 범죄 혐의는 그동안 나돈 이야기로 어느 정도 단련된 시민조차 깜짝 놀라게 하는 것들이었다. 정권 초기에 잠시 연설문 등의 표현에서 최씨의 조언을 받았다고 한 박 대통령의 말은 온통 거짓이었다. 지난 4월까지 외교문서는 물론 장차관 인선 검토 자료까지 줄기차게 최씨에게 넘기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미르재단 등의 설립과 모금 전 과정을 깨알같이 지시한 것도 모자라 재벌 총수..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청와대 집무실 압수 수색 등 강제수사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검찰은 최순실씨 등의 공소장에 ‘대통령과 공모하여’라는 표현을 9차례나 적시해 박 대통령을 국정농단의 공범으로 규정했다. 2년 전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이나 지난여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리 의혹 사건 등에서 정권의 충견 역할을 한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검찰의 변신은 전적으로 촛불 민심 때문이다. 주권자인 시민이 박 대통령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검찰을 움직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관련 의혹은 손도 못 댔다. 김 전 실장은 그동안 최씨와 알고 지냈다는 이야기가 여러 차례 돌았지만 부인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최근 김종 전 문..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최순실 일당’에 대한 공소장에 등장하는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 20일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이미 대통령이 10대 그룹을 만나고 안종범 전 수석이 전경련과 300억원 규모로 출연하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실무적으로 도와주라는 지시를 받고 회의를 했을 뿐”이라며 “재단 규모나 참여 기업 결정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공소장을 보면 그의 해명대로 최 차관 이름은 미르재단 설립과 관련해 지난해 10월21~24일 열린 실무 회의 부분에만 나온다.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재직하고 있던 최 차관은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의 지휘를 받는 위치에 있었다. 실무 회의에서 최 차관은 “10월 말로 예정된 리커창 중국 총리의 방한에 맞춰 300억원 규모의 문화재단을 설립해야 ..
청와대가 홈페이지 ‘오보·괴담 바로잡기’ 코너에 글을 올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 의혹에 관해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7시간 동안 굿판을 벌이거나 성형시술을 받았다는 괴담이 퍼지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지만 결과적으로 의구심만 더 증폭시키고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사고 신고가 접수된 지 1시간11분이 지난 오전 10시 국가안보실로부터 최초로 서면보고를 받았다. 이후 10시15분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전화로 지시하고 10시30분에는 해경청장에게 전화해 “특공대를 투입해서라도 인원 구조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지시는 이것이 전부였다. 이후 안보실과 정무수석실·교육문화수석설 등으로부터 오전..
검찰이 어제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피의자를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최씨 등의 공범으로 규정했다. 검찰은 “현재까지 확보된 제반 증거자료를 근거로 피고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의 여러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과 공모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정식 입건, 특별검사의 수사가 시작될 때까지 추가 조사를 통해 내용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응하겠다던 입장을 뒤집고 검찰의 수사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현직 대통령이 자신이 지휘하는 검찰에 의해 형사범죄의 피의자로 규정된 것도 초유의 일인데 사법체계마저 거부하다니 충격적이다. 국가적 비극이자 이런 막장이 따로 없다.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박 대통령의 혐의는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모바일 시대에 젊은 세대를 붙잡기 위한 언론들의 노력은 힘겹다.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로 대표되는 이들은 ‘입에 스마트폰을 물고 태어났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활자보다 영상에 친숙하고, TV 대신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구독한다. 이대로라면 절대 신문을 읽지 않을 ‘미래의 독자’를 붙잡기 위한 기성 언론들은 머리를 싸맨다. 짧고 재미있는 동영상, ‘바이럴(입소문)’을 일으킬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런데 이들은 정말 ‘한없이 가벼운 존재’일까.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만든 말레이시아의 영상미디어 ‘레이지(R.age)’는 다른 대답을 내놓았다. 지난 8~1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디지털 미디어 아시아(DMA) 2016’에서 레이지의 이안 이 편집장은 “리얼한 사회적 주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