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풀려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가 귀국 엿새 만에 숨졌다. 미국인은 물론 전 세계인이 웜비어의 죽음을 애도하고 북한의 반인권적 행태에 분노하고 있다. 무고한 관광객을 억류하다 숨지게 만든 북한의 야만적 행태는 어떤 이유로든 합리화할 수 없다. 북한의 반인권적 폭거를 규탄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웜비어 가족에게 조의 전보를 보내 위로하면서 “북한이 인류보편적 규범과 가치인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웜비어의 명복을 빈다. 웜비어는 북한 여행 전까지만 해도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스물두 살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해 3월 억류된 직후 갑자기 식물인간이 됐다. 북한은 그가 식중독에 걸린 뒤 수면제를 복용했다가 혼수상태에서 빠졌다고 ..
사드 배치 문제는 본질적으로 미·중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문제여서 미·중을 상대로 한 외교적 해법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주한미군을 포함한 일본, 괌 등의 미군기지를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사드 배치라는 주장을 중국은 믿지 않는다. 중국 북방 군사기지 활동의 탐지, 나아가 한국의 MD체계 편입, 그래서 동북아지역 세력 불균형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치졸한 방법이지만 한국에의 경제보복 등을 통해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중국과의 패권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하여 사드의 한국 배치가 필요한 상황, 더욱이 전 정부와 합의하에 들여온 사드포대를 철수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이다. ‘위기는 기회다’라는 격언을 생각하자. 우리가 이 문제를 잘 해결..
세상이 바뀌고 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 정권교체도, 정권붕괴도, 침략도 하지 않고 체제를 보장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미국을 믿어달라”고도 했다. 외교언어치곤 거칠지만 진정성은 묻어난다. 그는 지난 3일 국무부 직원 강연에서도 같은 말을 했다. 틸러슨의 발언은 정확히 북한의 흉중을 꿰뚫는다. 김정은 정권의 제1목표는 체제 생존이다. 핵개발도 미국의 안보 위협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고 북한은 주장해왔다. 그런데 미국이 체제 보장을 공개 약속했다. 북한의 핵개발 명분과 논리는 거대한 모순에 직면하게 됐다. 이렇게 선명한 반전도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처음에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며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한반도는 전쟁위기설로 설설 끓..
북한의 미사일 도발의 파장이 거세다. 갓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 주는 타격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해 제재와 대화의 병행 노력을 공언해왔지만 북한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탄도미사일로 도발했다. 대화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문 대통령의 대북 문제 정책적 공간과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미국 본토를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수준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미국 본토와 태평양 작전지대가 타격권에 들어왔다”고 공언했다.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순 없지만 이대로 간다면 조만간 현실이 될 수 있다. 북핵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게 되면 이는 한반도를 둘러싼 전략적 지형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대책이 필요하다. 북핵..
외교부는 송민순 회고록의 비밀 내용을 승인하지 않았다. 작년 11월22일에 외교부 장관에게서 직접 받은 공문이다. 그러니까 송 전 장관은 작년 10월 회고록에 남북 접촉 등 안보 관련 비밀을 담아 출판하면서도 소속됐던 기관장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청와대 안보실장, 외교부 장관을 역임한 그는 책에서 국가정보원이 북한으로부터 받아 청와대 안보실장에게 보고한 북한 전화통지문의 내용을 4줄에 걸쳐 공개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대통령 선거가 20일도 남지 않은 때, 자신의 책이 진실임을 증명하겠다며, 북한 전화통지문 청와대 문서를 공개했다. 나는 기억한다. 그가 장관으로 있던 외교부는 2007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보고 문서를 공개한 정창수 당시 국회 보좌관을 검찰에 수사의뢰..
전쟁에서는 허세도 중요한 전략이다. 적을 공포로 몰아넣고 아군의 사기는 북돋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일까. 전쟁판에서는 병력 부풀리기가 일반화돼 있다. 예컨대 삼국지연의를 보면 주요 전투의 동원 병력이 100만명을 넘기 일쑤다. 적벽대전에는 120만명이 투입됐다고 쓰여 있다. 하지만 당시 위와 촉, 오나라의 동원가능 병력은 모두 합해 87만명 정도였다. 소설가가 재미를 위해 숫자를 부풀렸겠지만 장수들의 허풍도 한몫했을 것이다. 허풍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나라가 북한이다. 김정일은 1990년대 초 미국에 대한 핵공격을 공언하곤 했다. 당시 북한은 조악한 형태의 핵폭탄 제조도 불가능했다. 북 외교관들이 플루토늄을 러시아로부터 밀수하다 적발되는 형편이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도 다르지 않다. 휴전선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은 소리만 요란했다. 북핵 공동대응책은 나오지 않았다. 미국은 이번에도 중국역할론에 매달렸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이 안 나서면 미국이 독자적 방도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이 맘먹고 나서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는 식이다. 오래된 궁금증, 중국이 적극 행동하면 북핵 문제가 풀릴 수 있나. 사실 검증(팩트 체크)이 필요하다. 예컨대 중국이 북한행 석유파이프를 잠그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까. 아닐 것이다. 핵과 체제를 동일시하는 북한이 체제와 연료 중 뭘 선택할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다. 그에 앞서 중국은 석유파이프를 잠그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라는 전략적 자산을 잃는 것을 감수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중국역할론은..
북한이 어제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올 들어 벌써 4번째다. 국제사회의 경고와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보란 듯이 도발한 것은 북핵 문제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으며 누가 뭐래도 제 갈 길을 가겠다는 엄포나 다름없다. 그러나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망동을 그대로 방치할 국가는 없다. 북한은 도발행위로 얻을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내심은 바닥이 드러난 상태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이 어제 북한의 도발 후 “미국은 북한에 충분히 말했다.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단 3줄짜리 성명을 냈다. 이제부터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