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앞서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을 출국금지한 검찰은 두 사람이 재임 당시 임 전 차장의 ‘윗선’으로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된 각종 조치를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직 대법원장·대법관에 대한 출금 조치는 극히 이례적이다. 법원이 두 사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하자, 검찰 자체적으로 강수를 둔 것으로 본다. 대법원은 인권과 정의의 최후 보루이며, 대법원장은 그 수장이자 표상이다. 전직 대법원장이 재임기간 권력을 남용한 혐의로 출금된 것은 사법부의 불행이고 수치다. 물론 모두 본인이 자초한 일이다. 고구마 줄기 캐듯 쏟아지는 의혹들..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1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임 전 차장이 은닉한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그러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는 실패했다. 법원이 임 전 차장에 대한 압수수색영장만 발부하고 나머지는 모두 기각했기 때문이다. 수사 차질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압수수색은 강제수사의 기초단계이며, 인신 구속을 요하지 않는다. 따라서 혐의 일부라도 소명되면 영장을 발부해온 것이 관행이다. 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거권을 침해할 만큼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각 사유가 사태의 심각성과 동떨어진 데다, 담당 판사의 이..
내일이 제헌절이다. 특히 올해는 제70주년 제헌절이라 더더욱 뜻깊다. 1948년 7월17일에 제헌헌법이 만들어져 공포된 이래 70년의 헌정사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민주헌정이 권력자들에 의해 유린당하는 위기의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헌법을 지켜낸 이들은 주권을 실현하려는 평범한 국민들 자신이었다. 그래서 제헌절 70주년이 더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촛불혁명의 현장에서 국민들에 의해 가장 많이 애창되었던 현행헌법 제1조 제2항은 제헌헌법에서는 제2조에 규정되어 있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썼다. 이때 “주권”은 추상적 권력으로서 ‘국가의사를 전반적·최종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최고권력’으로 정의되며,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나..
근대는 픽션, 즉 만들어진 사회이다. 정치학자 마루야마 마사오는 “비근대적 사회의식은 픽션에서 불안을 느끼지만, 근대정신은 픽션의 가치와 효용을 믿고 재생산한다”고 했다. 이렇게 근대를 구성하는 픽션의 정점에 헌법이 있다. 국가라는 거대한 픽션의 설계도이다. 군사정부의 성실한 마름이던 대법원이 공정하고 독립적인 사법부라는 서구적인 픽션을 갖춘 것은 역설적이게도 1987년이 계기다. 시민혁명의 대상은 세계적으로 역사적으로 정권과 법원이지만 6월항쟁은 법원에 손을 대지 않았고, 법원은 혁명에 무임승차했다. 어설픈 타협은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실체를 드러낸다. 전두환 정권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판사가 이명박 정부 당시 대법관이 되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관여한 검사가 박근혜 정부에서 대법관이 됐다. 세상..
대법원이 24일 검찰의 ‘양승태 사법농단’ 관련 자료 제출 요청과 관련해 “검찰이 보낸 공문을 검토해 제출할 자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19일 검찰이 자료를 요청했는데도 대법원이 계속 침묵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검찰이 요구한 자료에는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특조단)이 조사한 컴퓨터 하드디스크 8개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하드디스크 등이 포함돼 있다. 검찰은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의 업무추진비 집행내역과 관용차량 이용내역, 특조단이 자체 조사 과정에서 생산한 문건 등도 넘겨줄 것을 요구했다. 대법원은 “방대한 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입장에서 임의제출이 관련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는 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법원의 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31일 ‘양승태 대법원’ 시절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의혹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연루 인사들에 대한 고발·수사의뢰 여부는 법원 안팎 의견을 종합한 뒤 최종 결정하겠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이 공식 사과한 것은 당연한 일이나, 관련자들에 대한 형사조치 방침을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 보고서가 나온 지 이미 엿새가 지났다.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사법농단 앞에서 시민의 분노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언제까지 의견 수렴만 할 것인가. 김 대법원장은 담화문에서 “참혹한 조사 결과로 심한 충격과 실망감을 느끼셨을 국민 여러분께, 사법부를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들의 질책..
때로 한 장의 사진이 수백쪽 분량 책보다 많은 말을 한다. 김승하 철도노조 KTX 열차승무지부장이 29일 대법원 대법정에서 절규하는 사진이 그랬다. 김 지부장 등 KTX 해고노동자들은 이날 대법정에 뛰어들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수사와 김명수 대법원장 면담을 요구했다. 앞서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 보고서를 통해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KTX 승무원 판결’을 두고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2006년 해고된 KTX 승무원들은 2008년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을 내 1·2심에서 이겼지만 2015년 대법원은 이를 파기했다. 대법원 판결 이후 승무원 한 사람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김 대법원장에게 묻고 싶다. 이 사진을 봤는지, 봤다면 무슨 생각을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중 법원행정처가 판사회의 의장 선출에 개입하려 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을 조사 중인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이러한 내용이 담긴 문서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정당은 물론 민간단체 선거에서도 외부의 개입은 용납되지 않는 부정행위에 속한다. 하물며 사법부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추가조사위는 의혹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추가조사위는 행정처 컴퓨터에서 2016년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회의 의장 선출 관련 대책을 담은 문건을 찾아냈다고 한다. 문건에는 당시 유력 후보이던 특정 판사의 성향과 활동을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른바 ‘대항마’를 내세운다는 부분이다. 해당 판사는 2015년 박상옥 대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