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사법농단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다. 전직 대법원장이 검찰에서 피의자로 조사받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서울중앙지검에 나가기 직전 인근 대법원 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검찰청사 앞에 설치될 포토라인에선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대법원장 재직 중의 범죄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피의자가 기소 후 재판을 맡게 될 법원을 들러리로 세워 ‘시위성 퍼포먼스’를 벌이겠다니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다. 전직 대통령들도 청와대 앞이 아닌 검찰 포토라인에서 소회를 밝혀왔는데, 이 무슨 망발인가.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은 “본인이 최근까지 오래 근무했던 대법원에서 입장을 밝히는 게 좋겠다”는 이유를 댄 모양이다. 하지만 그 속..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들에 대한 징계 결정이 또다시 미뤄졌다. 대법원 법관징계위원회는 지난 3일 징계가 청구된 고법 부장판사 4명, 지법 부장판사 7명, 평판사 2명 등 13명에 대해 3차 심의를 진행했으나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법관징계위는 이달 중순 4차 심의기일을 열어 올해 안에 징계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헌법과 법률로 신분을 보장받는 법관에 대한 징계절차가 신중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이 징계를 청구한 시점이 지난 6월인 점을 감안하면 늦어도 너무 늦었다. 징계심의를 3차례나 진행하는 것도 드문 일이다. 법관징계위의 행태는 신중을 기하는 차원을 넘어 ‘고의 지연’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국회에서 추진 중인 법관 탄핵을 의식했기 때문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3일 “이 사건(사법농단)은 특정인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업무상 상하관계에 의한 지시·감독으로 이뤄진 범죄행위”라며 “두 전직 대법관은 이미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속 상급자로서 더 큰 결정권한을 행사한 만큼 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전직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두 전직 대법관은 임 전 차장이 법원행정처 기조실장과 차장으로 근무할 당시 상관인 법원행정처장을 역임했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행정처장으로 재직하며 일제 강..
사법농단 재판 1심을 맡게 될 서울중앙지법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기소를 앞두고 형사합의 재판부 3곳을 늘리기로 했다. 사건이 배당될 수 있는 재판부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겠다는 것이다. 신설된 3개 형사합의부의 법관 9명은 모두 법원행정처 심의관이나 대법원 재판연구관 경력이 없다. 기존 13개 형사합의부 재판장 가운데 6명(46%)이 사법농단 관련자들과 함께 근무했거나 참고인·피해자 신분인 것과 대비된다. 결국 형사합의부 3곳 증설은 국회와 재야법조계·시민사회의 ‘특별재판부’ 도입 압박에 대한 응답으로 읽힌다. 앞서 법원행정처는 국회에 낸 의견서에서 “특별재판부는 헌법상 근거가 없고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등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의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30일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과 고영한 전 대법관의 자택, 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의 현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지난 6월 수사에 착수한 이후 ‘양승태 대법원 최고위층’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한 것은 처음이다. 전직 대법원장이 범죄 혐의에 연루돼 압수수색을 당한 것도 헌정 사상 최초다. 양 전 대법원장 자택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기는 했으나, 전직 대법관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일부 발부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윗선’ 수사를 끈질기게 차단해온 법원이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방어벽에 균열이 시작된 신호로 받아들인다. 압수수색을 당한 3인의 전직 대법관은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의 핵..
대법원에 건설국장이라는 자리가 있다. 대법관도 바라보는 출세코스다. 실제로 건설국장을 거친 대법관이 부지기수다. 사법행정권 남용에 관여된 고영한 전 대법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변호인이던 차한성 전 대법관, 양승태 대법원에서 진보라던 이상훈 전 대법관 등이다. 이들의 업무는 ‘건축·토목공사의 설계, 전기·기계 등 설비공사의 설계 등’이라고 대법원 규칙에 적혀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누구도 건축이나 토목을 알지 못한다. 이들이 실제로는 무슨 일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다만 대법관 제청권을 쥔 대법원장을 위해 공식·비공식 업무를 추진하고 수행한 것은 확실하다. 건설국장은 2005년 사법시설국장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가 결국 폐지된다. 건설국장의 애매한 위치와 성격, 의혹들은 2009년 만들어진 전산정보관리..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은 이제 딱히 새롭지 않다. 당사자들은 부인하지만 의혹 차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그러나 양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가 기소되지도 않은 사건을 두고 법률 검토를 했다는 보도는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온다. ‘양승태 행정처’가 사실상 박근혜 정권의 ‘법무참모’ 노릇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2015년 3월 마크 리퍼트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습격당한 후 행정처는 ‘외로운 늑대에 의한 테러방지법안’ 문건을 작성했다. 이 문건은 피습 사건을 ‘외로운 늑대의 백주테러’로 규정하고 “현재가 테러방지법 입법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또 입법 시 “영장주의 예외, 증거능력 부여 완화, 불시 검문 가능”을 포함해야 하며 “입법 전에라도 경찰..
-2018년 8월 2일자 지면기사- 고영한·김신·김창석 대법관이 1일 퇴임했다. 모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임명된 이들이다. 퇴임사에서 고 대법관은 ‘사법의 권위’를 역설했다. 김신 대법관은 ‘상고제도 개선’을 호소했다. 김창석 대법관은 ‘법치주의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다. 법원을 떠나며 당연히 할 수 있는 말들이다. 사상초유의 사법농단이 없었다면 말이다. 3인의 퇴임사가 전한 메시지는 분명하다.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시민의 충격과 분노를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심 어린 반성도 후회도 묻어나지 않는 퇴임사에 절망감을 느낀다. 이들에게 다시 묻고 싶다. 지난달 31일 추가로 공개된 ‘양승태 법원행정처’ 문건 196건을 접하고도 재판거래는 없었다고 단언할 수 있는지. 고 대법관은 특히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