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각시 줄 끊어지자 진면목이 드러나고 도깨비들 햇빛 비치자 소굴 찾아 숨는구나.” 조선 경종 때 목호룡이 이희지의 작품이라며 고변한 시의 일부다. 진위와 의도가 어떻든 간에 이 시는 엄청난 피바람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고변한 측의 풀이는 이렇다. 경종이 모든 처분을 스스로 하지 못하고 두 명의 내시에게 의지했는데 그 내시들이 처벌되자 결국 본색을 숨기지 못하게 되었고, 주변의 음흉한 무리들도 다 숨을 곳을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해석이 가능한 것은 이 시가 당나라 한유가 영정(永貞) 연간의 상황을 그린 의 모티프를 차용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은 무능한 임금과 그에 빌붙어서 잇속만 챙기는 이들을 비판한 작품이다. 당시 순종은 중풍을 앓아서 벙어리가 되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궁궐 깊은 곳 ..
지금 대한민국에선 대통령이 범죄의 몸통이고, ‘비선 실세’가 국정을 농단한 사상 초유의 ‘박근혜 게이트’로 국민들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습니다.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최순실이 검찰에 출석하면서 “국민 여러분,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라고 말하는 뻔뻔함에 오물을 뒤집어쓴 듯한 모멸감을 느꼈다는 시민들이 적지 않습니다. “박근혜는 물러나라, 최순실은 하야하라!”는 시위 구호가 ‘신정통치’의 장막을 걷어내라는 ‘정언명령’처럼 들리는 기막힌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런 ‘최순실의 나라’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뒤 317일간 사경을 헤매다 숨을 거둔 백남기 농민은 영정 속에서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두말할 나위 없는 ‘물대포 살인’을 저지른 경찰은 백남기 농민 ..
박근혜 정권이 중·고교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강행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 문란 사태로 시민의 관심이 분산된 사이 시민의 지지를 상실한 정부가 문제의 정책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의 반대가 여전하고, 강행할 경우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아랑곳없다는 태도이다. 교육부는 오는 28일 인터넷에 ‘e북’ 형태로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어 연말까지 현장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1월 최종본을 확정, 3월부터 전국 6000여개 중·고교에 배포할 계획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학생들은 내년부터 시대착오적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공부할 수밖에 없게 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역사교육의 다양성을 말살하는 것은 물론 친일파와 박정희..
최순실씨가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초부터 최근까지 아무런 통제 없이 청와대를 드나들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청와대 부속실 행정관이 운전하는 차량에 앉아 ‘11문(정문)’을 통해 검문 없이 오갔다는 것이다. 장관들도 출입증 제시와 얼굴 대조를 거친 뒤에야 진입이 가능한 곳이라고 하니 최씨의 위세는 장관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았음을 알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법과 시스템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사적 인연에 의한 통치를 행한 것이며 이 나라가 ‘박근혜-최순실 공동 정부’였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최씨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났을 것이란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박 대통령과 얼굴을 맞대고 온갖 국정에 개입했을 것이다. 최씨가 청와대로 올라오는 각종 기밀문서들을 훑어보고 직접 들고 나왔을 수도 있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에 이어 그 언니 최순득씨와 조카 장유진씨(장시호로 개명)도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씨 자매와 매주 만나는 한 지인은 “최순실은 최순득이 지시하면 그대로 움직이는 현장 반장이며, 최순실을 비선 실세라 하는데 최순득이 숨어있는 진짜 실세”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테러를 당한 뒤 요양했던 곳도 박 대통령의 고교동창인 최순득씨 집이라고 한다. 최순실씨의 브레인이 장유진이며, 그가 국정농단의 핵심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씨 모녀의 호가호위도 모자라 일가족이 나랏일을 주무르고 있었다니 허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최근 제기된 의혹을 보면 이번 사건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을 등에 업은 최태민씨 일가 국정농단’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새로 불거진 ..
현대 한국은 온 세계의 모순을 걸머진 화약고가 되어 있다. 우리는 식민지 경험에 이어 분단구조 아래에서 독재정권을 겪으면서 빛나는 민주화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하였다. 그런데 보수반동 정권이 연달아 들어서서 모든 걸 뒤엎어 놓았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뒤 갈등과 분열의 양상이 온 사회에 걸쳐 짙게 깔렸다. 무엇보다 인사정책을 보면, 고위 공직자를 불법으로 부동산 투기를 일삼고 요리조리 병역을 기피하고 출세를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채웠다. 게다가 무슨 은혜를 갚는다고 해 자신의 선거캠프에 있던 사람이나 곁에서 아첨하는 인사를 골라 요직에 앉혔다. 이는 바로 족벌주의나 환관정치로 추악한 권력의 남용이었다. 다음. 재벌에게 법인세 인하 등 온갖 특혜를 주고 노동자의 권익을 짓밟았으며 민주인..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비서진으로부터 일괄 사표를 수리한 후 후임 민정수석에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을 임명했다. 이원종 비서실장,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문고리 3인방의 사표도 수리했지만 박 대통령은 홍보수석과 함께 민정수석부터 인선한 것이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 검찰 조사를 하루 앞두고 우병우 민정수석이 담당하던 자리에 또다시 검찰 간부 출신을 앉힌 것은 누가 봐도 부적절한 인사다. 특히 최 신임 수석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정치검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는 2007년 새누리당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BBK 주가조작 사건 무혐의 결정부터, MB 내곡동 사저 땅 헐값매입 사건,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등에서 정치검사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물론 검찰 내부에서는 인품과 수사력 모두에서 두터운 ..
김무성 전 대표와 정병국·나경원 의원 등 비박근혜계 새누리당 의원 40여명이 어제 긴급 회동을 갖고 이정현 대표 등 지도부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올바로 수습하려면 당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우·김세연 등 중립성향 의원 21명도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성명을 내고 “청와대 눈치만 본 당 지도부는 책임을 통감하고 즉각 총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정현 대표는 “난국을 수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사태를 수습해야 하니 지도부에서 물러날 수 없다”고 거부했다. 이는 속이 들여다보이는 궤변이다. 국가적 혼란을 맞아 신중하게 대처하는 것처럼 위장했지만 실제론 하야 위기에 몰린 박 대통령을 위해 방어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