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미 대선 과정에서 나온 도널드 트럼프의 대외정책 관련 발언의 요지는 ‘오바마의 정책은 안 한다(Anything but Obama)’로 요약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중국이 북핵문제를 풀 수 있는데 전혀 안 도와준다’고 북핵문제와 관련해 중국에 고강도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 향후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이 오바마 정부의 ‘중국 역할론’을 답습하지 않을까 불안하다. 트럼프 시대에 북핵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기를 기대하는 우리로서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트럼프 정부 초대 내각의 안보라인이 국가안보보좌관 플린, 국무장관 틸러슨, 국방장관 매티스 등 대북 강경파 인사들로 채워짐에 따라 북핵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오바마 때보다 더 강경한 대북, 대중정..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한달째. 광화문에서는 100만명 이상의 꺼지지 않는 촛불이 횃불로 이어지고 있다. 뉴스는 아직도 대부분이 최순실의 국정농단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 대통령은 헌법과 국민을 무시하고, 국가원수와 군 통수권자로서 스스로 권위를 던져 버렸다. 언젠가부터 국내 포털사이트의 청와대 연관검색어는 비아그라, 발기부전, 프로포폴 등으로 바뀌었을 정도다. 2014년 3월6일, 필자는 학군장교로서 동기생 5860여명과 함께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앞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충성을 다하고 헌법과 법규를 준수한다’는 임관선서를 했다. 이날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우리에게 ‘선배 전우들의 소임을 이어받아 강한 애국심과 투철한 사명감으로 충성을 다해줄 것’을 주문했다. 가슴 속 저 깊은 곳에서 끓어오..
아내가 운전대를 잡는다. 한두번의 실랑이는 예고된 일. 자전거가 훅 지나간다. 대수로울 것 없는 일이지만, 못 보았냐며 한마디 한다. 이번에는 큰 돌덩어리가 보인다. 보고 있는 거냐고 한마디 다시 보탠다. 실은 나도 보지 못했고, 내가 운전해도 마찬가지라는 것, 나도 안다. 그러다가, 차가 도로의 언저리에 부딪혀 심하게 흔들린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쏘아붙인다. 그것 보라니까. 내가 말했지. 그리고 마치 정밀촬영이라도 해 둔 것처럼 충돌 상황을 파노라마같이 설명한다. 안다. 나도 보기는 했으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 목청만 높인다. 나는 알고 있었다면서. 11월9일 새벽,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었을 때, 내 심리는 대략 이러했다. 갑작스러운 불안과 불확실에 흔들리면서, “거..
광화문에 시민들이 모이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약 20만명이 모였다고 한다. 1987년 6월이 떠오른다. 사람들은 박근혜의 국민이었다는 사실에 치를 떤다. 박근혜가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숨이 멎을 것 같다고도 한다. 유체이탈 화법과 기만의 언어, 봉건적 권위와 여제적 행태로 채워진 ‘박근혜의 시간’은 국민에게는 자학의 시간이었다. 박근혜의 오만과 기만과 불법과 무능은 ‘우리가 도대체 지난 대선에서 무슨 짓을 한 건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했다. 가슴속 깊이 파인 상처를 자학으로 가리고 있었다. 자학이 분노의 경계를 넘지 못한 것은 권력과 언론의 굳건한 ‘협업’ 탓이었다. 굳건한 협력의 빗장을 풀고 은폐의 육중한 문짝을 열어젖힌 것은 흥미롭게도 보수권력이 자신의 입으로 삼고자 했던 종편방송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친박 지도부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정국 반전을 꾀하고 있다.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를 부각하며 내부가 분열하면 난국을 헤쳐갈 수 없다고 바람잡이에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어제 트럼프 당선자와의 통화에서 그의 방한을 요청하며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박 대통령이 군통수권도 총리에게 넘겨야 한다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반헌법적인 발상이라고 역공했다. 새누리당은 또 간담회 등을 개최하면서 ‘트럼프 비상체제’를 내세우고 있다. 박 대통령과 친박 지도부가 트럼프 문제를 내세워 위기를 덮으려는 것이다. 트럼프의 예상 밖 당선으로 한·미관계 변화에 대한 대비가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곧 퇴진 직전에 ..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8월 자신의 트위터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오바마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서 이 글에 대해 “적어도 나는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며 트럼프에게 일침을 가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작다는 점을 비꼰 동시에, 자신의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말이다.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박근혜. 이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박 대통령 역시 대한민국 대통령 중 한 명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트럼프가 박 대통령에게 저 말을 한다면 박 대통령은 오바마처럼 응수할 수 있을까. 그러기 어려울 것 같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미래의 역사교과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