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저택에 널따란 정원을 가진 한 거인이 있었다. 거인이 집을 비울 때면 가난한 동네 아이들은 정원에서 뛰어놀았다. 일곱 해 동안 집을 비우고 돌아온 거인은 ‘불법침입한’ 아이들을 정원에서 내쫓았다. 아이들이 사라진 정원엔 매서운 북풍만 몰아쳤다. 어느 날, 거인의 정원에 다시 꽃이 피고 새가 날아들었다. 담벽 사이 구멍 안으로 아이들이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거인은 그제야 알았다. 그의 정원에 봄이 오지 않은 이유를. 망치로 담장을 부수고 다시 아이들을 맞아들였다. 오스카 와일드의 ‘저만 아는 거인’이다. 지난주 두개의 담장이 한반도를 에워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냉전의 담장을 깨는 동안, 황교안 대표를 선택한 자유한국당은 냉전의 담장을 쌓아 올렸다. 북한과 미국의 ..
요즘 보수진영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그는 이른바 ‘애국보수세력’의 아이콘이다. 그가 올린 페북 댓글엔 ‘애국세력의 자존심’ ‘차기 대통령 클래스’ 등의 댓글이 수두룩하게 달린다. 그는 내년 서울시장 후보 여론조사에서 보수진영 후보 1위(지지율 13.6%)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나경원(4.1%)·김성태(1.5%) 의원 등 다른 잠재적 후보들보다 몇 배 앞선 지지율이다. 그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보수 옹호 발언을 쏟아내는 건 자신의 존재를 유지하고 확장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지난 5월12일 총리 이임 인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5개월여 동안 페북에 올린 글이 24건이다. 1주에 한 번꼴이다. “우리가 미래로 가야 하는데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지 걱정된다.” “아무리 말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근혜 정부 초기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김용수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권한대행이 지난달 말 임기가 만료된 이기주 방통위 상임위원의 후임을 내정한 것은 정권교체기의 어수선한 틈을 탄 ‘알박기 인사’가 아닐 수 없다. 차기 정부 출범이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미래부 고위 관료를 임기 3년짜리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임명하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방통위 상임위원은 대통령이 위원장을 포함해 2명을 지명하고, 나머지 3명은 야당(2명)과 여당(1명)이 추천한 인사를 대통령이 임명토록 돼 있다. 김재홍 부위원장(야당 추천)과 이기주 상임위원(대통령 지명)이 지난달 24일 임기를 마치면서 현재..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선거 출마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어제까지 3일 동안 공식일정을 잡지 않은 채 보고만 받으며 권한대행으로 계속 남을지 아니면 출마할지를 놓고 숙고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주 중으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대선일을 공고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그에 맞춰 자신의 출마 여부도 조속히 결정해야 한다. 황 권한대행이 출마할지 여부는 그의 자유다. 그는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구여권 인사로는 1위를 달리는 유력 후보다.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경남지사와 황 권한대행이 대선 경선에서 경쟁하면 흥행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의 출마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심지어 황 권한대행을 염두에 두고 대선 예비경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규정까지 제정, 당내 분란이 조성되고 있다. 이런 위상에도 불구하고..
- 3월 1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 이후 56시간 동안 청와대 관저에 머물 때 대통령기록물이 손상되거나 무단 반출됐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기록물법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통령 본인과 보좌·자문기관이 보유한 기록물 및 물품을 ‘대통령기록물’로 규정해 관리토록 하고 있다. 국무회의와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 대통령 연설문 등이 대상이다. 각계 인사들과의 면담 기록은 물론 청와대 방문일지와 경호 내용, 박 전 대통령 수첩, 청와대 직원들 메모, 인사 기록도 해당된다. 기록물 이관에 필요한 조치는 대통령 임기 종료 6개월 전부터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헌정사상 처음 대통령 탄핵 사태로 인해 이관 절차가 제대로 진행되기 어렵게 되면서 기록물 훼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안..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 등 5개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이 밝힌 기존 8개 혐의를 더하면 총 13개에 이른다. 최순실씨 등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그에 따른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훼손 등 박 대통령 탄핵 사유는 이로써 더욱 분명해졌다. 특검 수사의 최대 성과는 박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삼성그룹으로부터 43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특검은 433억원의 성격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공권력과 국가 기구를 동원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원활한 합병 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운 대가라고 못 박았다. 헌법재판관 출신으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핵심인 이동흡 변호사는 “삼성 관련 소추 사유가 뇌물수수에 해당한다고 입증되지 않는 이상 파면 사유가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3·1절 기념사에서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강조하는 데 연설의 3분의 1 가량을 할애했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한 언급은 두 문장밖에 없었다. 황 권한대행은 “한·일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의 취지와 정신을 존중하면서 실천해야 한다”며 “피해자 분들이 과거의 고통과 상처를 치유받고 명예와 존엄이 회복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굴욕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반성을 촉구하는 언급은 일절 없었다. 특히 한·일 양국이 위안부 합의 사항을 실천하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황 권한대행의 연설은 일본의 진정한 반성과 법적 책임을 요구해온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또 다른 굴욕과 상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특검 연장 거부로 ‘법 미꾸라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또다시 법망을 피하게 됐다. 검사 출신인 우 전 수석의 비리를 규명하기 위해 특검을 도입했는데 사건을 다시 검찰에 넘기는 것은 수사를 그만하라는 것밖에 안된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추가 수사를 통해 그가 지난해 7~10월 법무부와 대검은 물론 일선 검찰청 검사들과 수백 차례 통화한 사실을 밝혀냈다. 우 전 수석의 비리 의혹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감찰에 착수한 시기였다. 민정수석이 일선 검사와 접촉해서 수사 보고를 받고 수사를 지휘했다면 이는 엄연히 검찰청법 위반이다. 우 전 수석과 통화한 검사들도 죄다 수사 대상이다. 그러나 특검이 막을 내리면 이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