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베로나에서 태어나다. 노래 잘하고, 오페라 좋아하는 삼촌 덕분에 싸구려 자리일망정 음악회는 놓치지 않는 어린 시절을 보내다. 실업 학교 학생 때 아레나디베로나 극장에 견습 나갔다가, 학교 마치고는 정식으로 극장에 취직하다. 취직해 아레나디디베로나 극장의 의상실 또는 영선실 일꾼으로 살다. 극장 일꾼이므로 극장의 리허설, 드레스리허설을 얼마든지 보며 살다. 거의 매일 모차르트, 베르디, 푸치니, 벨리니, 레온카발로, 차이콥스키, 무소르그스키의 드라마를 보고 듣다. 본공연보다... 역시 '리허설이 짱!'이라 여기다. 점심은 언제나 샌드위치와 차 한 잔이 전부. 가다, 잠깐 쉬는 틈에 재봉틀질을 멈추고(또는 무대의 나무 마루 깁느라 하던 망치질을 멈추고) 낙서하듯 악보를 그리다. 그러던 어느 날 음악..
1592년부터 1598년에 걸쳐 동북아시아를 피바다로 내몬 임진왜란. 쉬운 대로 통계만 뒤져도, 이 전쟁 전 170만 결에 이르던 조선의 등록된 경지 면적이 전쟁 후에는 54만 결로 줄었으니 전쟁을 겪으며 이 땅이 얼마나 황폐해졌는지는 다시 말할 필요가 없을지 모릅니다. 당시 실기류의 일반적인 기록이 전하는 참혹함은 이렇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태연히 잡아먹다.” “제 자식은 차마 잡아먹지 못해 남의 자식과 바꾸어 잡아먹다.” 국제정세도 크게 변합니다. 대륙에서는 왜란이 명청 왕조 교체의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도쿠가와 막부가 전국을 장악하는 계기였습니다. 얄궂은 것은 그 참화의 무대였던 조선의 사정입니다. 무너졌어야 할 왕조와 지배체제는 큰 타격을 입고서도 제 몸을 보존했고, 연이어 호..
안녕하세요. 크로스 지킴이 윤민용 기자입니다. 처음 이곳을 통해 인사드립니다. 그동안 KHross와 함께하는 필진들의 블로그 대공사를 하느라 바빴습니다. 앞으론 자주(?) 등장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크로스 http://khross.khan.co.kr/ 에 글을 쓰시는 분들은 경향신문 편집국 기자들과 사외 필진 블로거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름이 익숙한 분들도 계시겠지만, 낯선 분들도 계실 겁니다. 어떤 분들은 필명을 쓰셔서 '정체'가 사뭇 궁금한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필진 여러분께 이메일로 공통된 자기 소개 질문을 보내드린 뒤 받은 답글입니다. 소개하는 순서는, 제게 답장을 보내주신 순서대로~~ (나사못회전님은, 제일 늦은 줄 아셨겠지만, 가장 빨리 답장을 보내주셨다는. 재밌게 자기 ..
자전거 끌고 밖으로 나가다. 바라본 하늘은 곱게 푸르다. 내 눈이 그저그렇고 수중에 똑딱이뿐이었으니 망정이지 혹여 내 눈이 사진가의 눈이고 수중에 제대로 된 사진기가 있었다면 종일 하늘을 바라보고, 종일 하늘을 찍어댔을지도 모른다. 하늘이 자꾸 바라보이도록 좋은 때, 그저 봄에 이어 다시금 미친흥이 절로 나는 계절에 문득 떠올릴 만한 노래가 ‘소년행少年行’이다. 소년행은 한시의 시체詩體인 ‘악부樂府’ 가운데 하나다. 악부는 원래 한나라 무제 때 설치된 국가 기관이다. 주된 업무는 의전에 쓰는 음악을 관리하는 것이었지만 민간의 노래를 채집하고, 채집한 노래를 궁정 음악에 흡수하는 일도 맡게 되었다. 그리고 나중에는 악부 덕분에 정리된, 민간의 가요 분위기가 짙은 시체詩體를 아예 ‘악부’라 부르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