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한동안 연락이 안됐다. 나중에 A씨는 ‘갑자기 어머니가 쓰러지셨다’며 양해를 구했다. -B씨도 한동안 연락이 안됐다. 나중에 B씨는 ‘교통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병원에 있었다’며 양해를 구했다. -C씨 역시 한동안 연락이 안됐다. 나중에 C씨는 ‘휴대폰을 떨어뜨려 액정이 깨졌다’며 양해를 구했다. 위 셋은 중고품 직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에서 자기 물건을 판다고 내놓은 사람들이었다. 신기하게도 이들에게 연락이 두절될 사건이 생긴 건 다른 분이 그 물건을 사겠다며 물건값을 지불한 뒤였다. 그리고 이들이 양해를 구하고 다시 연락을 취한 시기는 이들이 물건을 보내지 않자 화가 난 구매자들이 경찰서에 가서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다음이었다. 궁금해진다. A, B, C는 정말 연락 못할 사건을 겪은 ..
우리나라에서 가족 중 한 명이 큰 병에 걸리면, 아주 부잣집이 아닌 이상 집안이 거덜난다. 건강보험이 있음에도 이런 일이 생기는 건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비율(이를 보장성이라 한다)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에서 보장성이 80%를 넘지만, 우리나라의 보장성은 60% 남짓이다. 치료비가 총 5000만원이 든다면 2000만원을 본인이 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높여서 환자의 부담을 줄여준다면 적극 환영할 일, 문재인 대통령의 야심작 문재인 케어(문케어)는 이런 취지에서 탄생했다. 문제는 돈이 든다는 것. 국민들이 문케어로 혜택을 보는 것이니만큼 이는 건보료를 인상함으로써 해결하는 게 맞다. 도대체 얼마나 올려야 할까? 국회 예산처에 따르면 보장성을 70%로 올리는 데만도 ..
“우리나라 드라마는 스토리보다는 보다 자극적인 장면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려고 합니다. 여러분 중 상대방 얼굴에 물 뿌리는 거, 혹시 한 번이라도 보신 분 있나요? 전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 일은 오직 드라마 안에만 있을 뿐이죠.” 글쓰기 강의를 나갈 때면 한국 드라마에 대해 비판하곤 했다. 다른 분야에 경험이 없는 드라마 작가가 상상만으로 극본을 쓰니 신선한 스토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일반 사람도 드라마를 써야 한다는 게 내 주장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얘기를 하면 안 되겠다 싶다. 내가 몰랐을 뿐, 드라마 속의 일들은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었으니까. 대한항공 전무 조현민은 ‘을’인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물을 뿌리고 폭언을 했단다. 물론 조씨는 그런 일 자체를 부인했다. 그녀는 “얼굴에는 (물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이 드디어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그는 현 상황을 자신에 대한 정치보복으로 몰아가고 싶은 모양이던데, 아쉽게도 그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은 이재오씨 한명뿐인 것 같다. 그가 여기까지 온 것은 다들 알다시피 돈에 대한 사랑이 유별났기 때문인데, 그 사랑을 철저하게 숨긴 덕분에 MB가 부정한 방법으로 만든 재산이 도대체 얼마나 되는지 추측조차 안되는 모양이다. 일각에서는 30조원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금액만 가지고도 MB는 감옥에서 오랜 기간 복역해야 한단다. 곧 먼 곳으로 떠나는 MB가 벌써부터 그리워지는데, 여기서는 돈, 큰 집, 빠른 차, 명품 좋아하는 부인, 능력 있는 아들 등 모든 걸 다 갖춘 그에게 정작 없는 건 무엇인지 짚어 봄으로써 그에 대한 내 애틋..
고등학교 시절, 당구를 좋아하던, A라는 친구가 있었다. 어느 날 그가 우리들을 모아놓고 당구에 대해 일장 강연을 했다. 그가 했던 말 중 지금도 기억나는 대목은 다음이다. “당구에 한번 빠지니까 모든 게 당구공으로 보이는 거 있지. 밥을 먹을 때도 밥그릇과 반찬그릇이 당구공으로 보여서, 저걸 어떻게 치면 될지 생각하고 있더라고. 잠자리에 누우면 천장에 있는 벽지무늬가 또 당구공으로 보여. 그럼 또 저걸 어떻게 칠까 고민하지.” 그 친구 덕분에 당구가 얼마나 중독성이 있는지 깨달은 나는 당구를 절대 치지 말자고 결심했다. 대학에 간 뒤 만난 친구들이 가끔씩 2차로 당구장을 갔지만, 난 그때 멍하니 앉아 있을지언정 절대로 당구 큐대를 잡지 않았다. 내 당구 실력이 30에 불과한 건 전적으로 그 때문인데, ..
“갑작스럽게 시작되며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반사작용의 일종. 호흡기에 있는 이물질이나 병원체를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우리 몸의 방어기전이다.” 인터넷에 나온 ‘기침’의 정의다. 누군가 기침을 하면 주위에선 “감기 걸렸느냐?”고 묻곤 한다. 감기바이러스가 호흡기에 침투한 경우 기침이 나는데, 이때는 열이 있다든지 청진상 이상소견이 동반되기 마련이라 쉽게 진단이 가능하다. 기침은 다른 질환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감기로 인한 기침은 2주를 넘기는 법이 드물어, 그 이상 기침이 계속된다면 다른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특히 8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는 경우를 만성기침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의 5%가 만성기침에 시달리고 있다니 그 빈도가 결코 낮지 않다. 작년 11월 말부터 석 달째 계속되는 ..
개 다섯 마리를 키운다. 미모가 출중한 데다 애교도 많은 애들이라, 집에 갈 때마다 가슴이 설렌다. 밖에 개들을 데리고 나가면 다들 개가 예쁘다고 찬사가 이어진다. 아내와 난 이 개들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개들을 혼자 놔두는 게 싫어서 해외여행은 물론이고 국내여행도 가지 않는다. 내가 먹고픈 게 있어도 개들이 먹겠다면 기꺼이 양보할 정도다. 하지만 우린 알고 있다. 우리가 없다면, 이 개들의 운명은 하루아침에 밑바닥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개를 기르는 데는 돈과 노력이 필요하다. 먹는 것을 주는 일은 물론이고 매일 한두 번씩 놀아줘야 하며, 가끔 미용도 시켜줘야 미모가 유지된다. 정말 돈이 드는 항목은 진료비다. 개는 의료보험이 없는지라 진료비가 사람보다 훨씬 비싸다. 지금은 저세상..
지난 열흘간, 우리 사회는 귀순병사의 몸에서 기생충이 나왔다는 소식으로 들끓었다. 사람들은 병사의 몸에서 나온 기생충의 길이가 27㎝이고, 그런 게 무려 50마리나 들어 있다는 사실에 까무러쳤다. 기자들 중 일부는 내게 전화를 해서 이 사태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다. “아마 회충일 거예요. 자세히 조사해보면 편충도 꽤 있을걸요?” “북한의 상하수도 시설이 미비한 데다 사람 똥을 비료로 쓴 탓이겠지요.” “그런 곳에선 구충제를 먹어봤자 별 소용이 없어요. 어제 구충제 먹어봤자 오늘 또 회충알이 입에 들어오거든요.” 기생충이 화제가 된 건 2005년 김치 기생충 파동 이후 무려 12년 만의 일, 간만에 예능이 아닌 전공분야 인터뷰를 하게 돼서인지 나도 신이 나 있었다. “이국종 교수님께, 저는 아덴만 여명작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