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전에 한국 사회를 뒤흔든 공정 사회 사건이 벌어졌는데, 바로 유명환 외교부 장관딸 사건이었다. 내용이야 간단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성격이다. 특정 공무원 집단이 자기들만의 왕국을 쌓아놓고 그 속에서 자신들의 자녀를 특혜로 취업시킨 것인데 그야말로 “썩은 물이 고인다”는 사건의 대표격이다. 난 여전히 외교 아카데미를 반대하는데, 일단 자기들끼리 왕국을 쌓은 사람들이 더욱 공고하게 왕국 현상으로 가겠다는 것이라서 반대한다. 외교부는 한국 관료 중에서도 가장 폐쇄적인 집단 중 하나이다. 외부 견제가 쉽지 않고 내부 견제는 더더군다나 어렵다. 국방부에 민간인 장관이 필요하다고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군인들끼리 서로 부패하는 것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긴 육·해·공군의 서로..
‘몇 어찌’를 통해서 다음 정부는 시민적 가치를 지향하는 시민의 정부가 되는 것이 지금까지의 주요한 흐름 중의 하나라는 것을 얘기하였다. 시민단체든 시민이든 ‘시민적 가치’라는 것을 전면으로 내세울 정도의 흐름을 우리가 형성한 것 같기는 하다. 촛불 시민으로부터 시작된 그 일련의 흐름이 이제는 도도한 하나의 장강이 된 지금, 그것이 새로운 가치의 출발점이 될 것 같다. 역사로 본다면 지금쯤은 민중 진영이 한 번쯤 집권하는 게 좋다고 10여년 전에 생각했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불행히도 역사는 그렇게 흘러오지 않았다. 87년 이후 20년 이상 흘렀지만, 민중 진영이 당장 집권을 하고 수권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는 못하다. 비판 세력이고, 잠재적 대안 세력이지만 당장 집권할 수는 없어 보인다. 지금 집..
김여진이라는 배우가 있다. 이 배우는 아무도 못 가본 미증유의 길을 걷고 있는데, 부산 한진중공업에서 경찰차에 타면서 그는 우리들의 지도자가 되었다. 아마 그가 잠깐이라도 감옥에 가게 되면, 진짜 우리도 배우 출신 대통령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영웅을 중시했고 잘 배우고 잘 난 사람들이 우리들의 지도자가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게 좀 바뀌기 시작한다. 탈권위, 탈계몽 등 2010년을 즈음한 사회의 흐름이 미세하게 변화하기 시작한다. 경제 구조 자체가 포디즘(Fordism)의 대량생산 대량소비 체계에서 보다 복합적이며 창의적인 것으로 바뀐 이유도 있고, 워낙 말씀이 통하지 않는 대통령을 모시고 살다보니, 취향이 바뀐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영도력 있는 대통령..
참여 정부가 출범하였을 때, 보수 신문에서는 ‘좌파 정권’이라고 엄청 몰아붙였다. 진보와 좌파라는 말 사이에 묘한 뉘앙스 차이가 극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참여 정부 내에 좌파라, 글쎄… 그들을 진보라고 부를 수는 있을지 몰라도, 고전적인 구좌파의 의미든, 요즘의 신좌파의 의미든, 좌파는 아닌 듯싶다. ‘수구꼴통’의 줄인 말, 수꼴과 ‘좌파 빨갱이’의 줄인 말, ‘좌빨’, 이런 고상하지 않은 용어가 우리의 인터넷을 달구던 현실 용어였다. 누구든, 사람이라면 그런 말로 불리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어쨌든 좌파라고 불리면,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레드 콤플렉스가 강했던 한국이니까, ‘진보’라는 어정쩡한 표현을 쓴다. 뭐가 진보냐? 정의하기 아주 어렵다. 진보를 표방한 조봉암이 사형당했던 과거를 생각하..
요즘 민주당이 착각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사람들이 민주당을 주목하고 여기에 표를 몰아 주는 게 결코 이 정당이 믿음직스럽다거나 듬직해서 그런 게 전혀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통령이 너무 혐오스럽고 한나라당이 너무 싫어서, 바꿔야 한다, 그런 게 거대한 물줄기를 형성하고 있는 게 아닌가? 자기들끼리는 엄청 다르다고 할지 몰라도, 소위 ‘빅 스리’ 세 명 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거기서 거기다. 어차피 그 사람들이 좋아서 힘을 모아 주자고 하는 게 아니다. 그걸 ‘아, 사람들이 나 좋아하나 봐’, 이렇게 착각하면 진짜 한 방에 훅 간다. 착각은 자유지만, 자신에게 안겨진 인기가 한시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게 긴 레이스를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사실 그것만 잊지 않는다면, 이번에는 설령 유시민이 통합 ..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요즘 잘 못하는 게 한 가지 있다. 온 국민을 발칵 뒤집어놓은 고엽제 사건에 대해서 입장을 내놓지 않는 등 구체적인 대화를 피한다. 이 사건의 뒤처리는 어렵지만, 입장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철저하게 조사하라, 그리고 해법을 찾아보자….” 이 정도면 충분하다. 그러나 그는 이게 반미처럼 보일 것 같다고, 아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수첩공주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박근혜 의원 따라하기인데, 사건만 놓고 보면 그는 이미 대통령이 다 된 것 같다. 두 가지를 읽을 수 있다. 이미 손학규 대표는 사람들과는 드러내놓고 얘기하지 않는, 이미 저 먼 곳에 가버린 사람 같다는 점이다. 구중궁궐이라고 부르는 청와대에 갔을 때 그가 어떻게 할지, 너무 뻔해 보이지 않는가? 그러면 안 된다. 후보 시절에..
지난 재·보선에서 분당에서의 손학규 당선은 천지개벽을 알리는 소리와도 같았다. 손학규를 지지하느냐, 지지하지 않느냐, 민주당을 좋아하느냐, 좋아하지 않느냐, 그건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닌 듯하다. 방향이 어떻게 될지, 흐름이 어떻게 될지 혹은 누가 최종적으로 대선에 나서게 될지, 그런 건 아직 오리무중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대통령은 정말 아니다, 그리고 한나라당 정권은 아니다, 그런 장강의 거센 물결 같은 것이 도도하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게 분당 선거의 의미일 것이다. 자, 수도권에서 남은 건 강남 3구. 여기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정점으로 하는 강남갑 외에는 모를 일이다. 손학규 대표급은 아니더라도, 후대를 도모할 수 있는, 꿔다놓은 보릿자루급만 아니라면 강남 철옹성도 밀고 들어갈 수 있을..
선거 때가 되면, 나한테 비례대표 출마하라고 여기저기서 온다. 물론 선의로 하는 얘기지만, 지금까지도 안 했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 정치를 안해 본 건 아닌데, 내가 정치를 잘 못한다는 건 이미 수년 전에 증명이 끝난 일이다. 내가 하던 활동은 녹색당을 만드는 일이었는데, 창당에 필요한 광역별 일천명, 즉 오천명을 모을 능력이 없었다. 오천명도 못 모으느냐? 서울과 경기도에는 녹색당이 필요하다는 시민이 그 정도는 되는데, 문제는 다른 지역이다. 광주에서 민주당 아닌 당 만든다고 하면 배신자 소리 듣고, 경상도에서 한나라당 아닌 당 만들자고 하면 정신병자 취급받는다. 울산에서 민주노동당 아닌 당 만든다고 하면 비현실적인 이상주의자라고 한다. 시민사회 일각에서 녹색당 창당 움직임이 있었고, 그때 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