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진보신당 정책위원장을 하는 이재영과 나는 아주 오래된 꿈이 있다. 언젠가 한국에 공산당을 만드는 게 그 꿈이다. 일본이나 유럽에는 공산당이 있는 게 상식이지만, 그 상식이 현실이 되는 것을 우리가 살아서 볼지는 아직 모르겠다. 사민주의 정당이 생기고, 그 정당이 집권하고, 그게 부패해서 녹색당이 생기면, 그때쯤 한국에도 공산당이 생길지 모르겠다. 어쨌든 현실에서 공산당이 극좌에 있다면, 그것보다 오른쪽에 사회당 혹은 노동당의 이름으로 불리는 사민주의 정당이 있고, 이렇게 해서 좌파 블록이 형성된다. 쉽게 설명하면, 자본가들이 만든 정당, 그야말로 한나라당 같은 정당이 있고, 노동자들이 만든 정당이 있는 셈이다. 20세기의 현대 정치는 결국은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싸움을 어떻게 자본주의 내부에서 체..
그건 바로 단체 내의 비밀당원이라는 문제이다. 시민운동 내에 존재하는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크게 보면 운동을 부드럽게 만든다는 장점과 부문운동의 대상을 넓힌다는 장점이 있다. 세상 일이라는 게 자기 편의 힘만 모은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니고, 자신과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사람들에게도 공감을 이끌어내는 일이 중요할 수 있다. 자기 편들만 모여 있으면 편할 것 같지만, 세상이 그렇게 좋아지는 것은 아닐 성싶다. 정치적 견해의 차이, 생활로 돌아오면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곰곰 생각해보자. 부모는 보수, 자식은 진보 혹은 좌파 자식의 우파 부모들, 이게 아주 전형적인 우리 시대의 공식 아닌가? 나 역시 평생 조선일보만 보신 부모와 장인·장모, 그 속에서 살아간다. 밥상머리에서 티격태격하는 삶, 마흔 ..
지난주에는 시민이 등장한 계기를 보았다. 촛불집회에 민주시민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그러나 우리의 시민 속에는 한나라당 시민도 있다. 이번 주에는 그걸 살펴보자. 동네에서 만나는 한나라당은 진짜 할아버지당이나, 부자정당 혹은 토호세력 연합에 가깝다. 북한 콤플렉스가 없었다면 정당 축에도 못낄 희한한 정당이 김일성 부자 덕분에 여당 노릇한다고 볼 수 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보수정당 지지자들을 드골주의자라고 하는데, 아마 한나라당 사람들 사이에 드골파가 있었다면 ‘빨갱이’ 혹은 ‘골수좌익’, 그렇게 몰렸을 것 같다. 어쩌다 그런 극우파 할아버지들의 복덕방파에게 나라를 빼앗긴 것인지! 국민 개그맨 안상수, 가끔 보온병 동영상을 보는데, 이게 은근 중독성이 있다. 복덕방 주인들을 모아서 대통령 뽑으라고 하면,..
유시민이라는 이름이 몇 년째 뜨거운 감자다.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아주 독특한 성격의 정치인인데, 가끔 그가 너무 외로워 보이고 또한 측은해 보이기도 한다. 욕망보다는 이성이라는 이름에 더 어울릴 듯한 성공한 저자로서 그리고 대중적인 경제학자로서 그가 이름을 남길 수 있기를 바랐지만, 그는 정치인으로 더 남고 싶어하는 것 같다. 어쨌든 그의 부모가 이름 하나는 기막히게 지어주셨는데, 발음 그대로만 들으면 ‘시민이 있다.’ 진짜 21세기에 어울릴 법한 이름이다. 그가 이번 김해 보궐선거 중간에 “능력 없는 시민단체는 그만 빠져라”는 말을 했다. 자칫했으면 ‘무시민’이 될 뻔했는데, 어쨌든 당분간은 유시민으로 남게 되었다. 그를 위해서는 다행이다. ‘무시민’은 시민단체 내부에서도, 시민단체 외부에서도 가장..
도법 스님이 세간에 알려진 것은 1998년도 조계종 법난 때 사태 수습을 총지휘하면서부터이다.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니까 ‘생명파’라는 야유를 듣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불교계 내의 운동권을 민중파와 생명파로 크게 나누는데, 민중파는 다들 알다시피 불교를 통한 빈민 운동에 앞장선 그룹이고, 생명파 혹은 생명평화파는 삼보일배와 4대강 반대운동 등 환경운동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그룹이다. 도법, 수경 이런 분들이 생명파를 이끌어왔다. 깡패들, 이판승, 정치승, 이런 손가락질 받는 ‘땡중’들만 있는 게 아니라 시민운동과 사회운동을 폭넓게 이끄는 스님들도 계시다. 이런 도법 스님에게 어느 날 세무서에서 전화가 왔다. 별 소득은 없지만, 어쨌든 대표를 맡고 있는 회사가 아주 많으니까 세무서 입장으로 보면 재..
흰색은 제정 러시아 말기에 차르를 지지하는 왕당파들이 상징으로 사용하였던 색깔이다. 왕이 과연 자본주의에 존재할 수 있는가. 이런 질문을 해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많은 국가는 입헌군주제 형태로 왕조 자체를 유지하는 공화국 형태를 가지고 있다. 시민운동이 만난 가장 큰 조직의 위기는 왕당파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조직은 공무원을 빼면 대부분 왕과 왕당파가 존재한다. 아무리 미사여구를 갖다 붙여도 한국의 대기업은 왕과 왕당파의 조직, 그게 조직론의 거의 전부다. 오너가 존재하고, 2세 심지어는 3세 승계까지 이루어지는 이 상황에서 왕당파가 되는 길만이 40대 조기 퇴직을 피할 수 있는 길이 아니겠는가? 한국의 민중단체에는 왕이 없다. 진보신당의 얼굴로 간주되는 노·심,..
인민노련과 관련된 책을 2년 전부터 준비하는 중이다. 처음 작업은 학부학생들과 같이 시작했는데, 그들은 ‘인민’이 민중보다 센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아, 인민? 그들은 북한과 관련된 단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인민노련은 ‘반북 좌파’에 가깝다.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을 줄인 말인데, 2010년대의 대학생들에게 이 단어는 인민, 민중,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80년대에 많은 대학생들이 학교를 중퇴하거나 휴학하고 노조를 만들겠다고 당시에 공장이 많던 인천으로 떠났고, 그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가 바로 인민노련이다. 지금 진보신당의 정책위원장인 이재영이 그 때 대학을 중퇴하고 인민노련 조직원이 되었고, 그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다. 인민노련을 조직론적으로 분석하면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은, 한국에서 거..
가끔 택시를 타면 기사와 수다를 떠는 경우가 많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야 워낙 수다라서, 누구와도…. 나와 대화한 택시기사들은 대부분 순수한 사람들이지만 정치적으로는 극우파에 가깝다. 그거야 워낙 익숙한 일이니까, 투표하는 순간이 아니라면 일상에서 그런 사람들하고 싸울 일도 없고, 재밌게 들어주려고 하는 편이다. 실제, 재밌다. 우리나라의 민중단체나 시민단체의 지도자 중에서 택시기사들이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아마도 환경재단의 최열 대표가 아닐까 싶다. 그분들이 최열에게 붙여주는 사회적 호칭은 ‘새끼’이다. 한때 환경운동연합이 환경 모니터링 요원으로 택시기사들과 캠페인을 오래해서 그렇기도 하고, 보수 신문이 ‘대표 빨갱이’로 딱지를 턱하니 붙여주어서 그렇기도 한 것 같다. 박원순은 변호사라서 그런지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