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휼이 죽었다. “무휼은 조선제일검이니, 능히 무사 200을 당하느니라.” 방원이 아들 이도에게 자신의 호위무사를 넘겨주면서 한 말이다. “네, 무사 무휼, 주상의 명을 받자옵나이다.” 상왕이 된 방언이 세종의 목에 칼을 들이밀고 협박하자, 만약 자신이 죽으면 주저 없이 칼을 휘두르라고 세종이 내금위장에게 명하였을 때, 무휼이 했던 말이다. 드라마 에서 난 이 장면이 제일 좋았다. 방원의 호위무사였지만, 그가 왕위를 넘기면서 모시는 주인이 바뀌었다. 옛 주인에게 칼을 휘둘러야 하는 무휼의 아픔, 그게 바로 공무원이다. 김영현 작가의 드라마에는 공무원들이 아주 많이 나온다. 드라마 에서 지진희가 종사관 역을 맡아서 강직하고도 순정한 무관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이나 에도 그 시대의 수많은 고급 공무원(?..
영화 은 금주법 시대에 마피아 대부가 된 알 카포네를 체포하게 된 공무원들에 관한 실화이다. 법무부 공무원인 엘리어트 네스가 “절대로 매수되지 않는” 9명의 ‘언터처블’들과 알 카포네를 체포한 것은 그가 26세였을 때다. 미국의 영웅이 된 엘리어트 네스는 재무부 관료들의 도움을 받아 조세 포탈로 알 카포네를 감옥에 넣는 데 성공한다. 한국에는 정부 내에 세 종류의 마피아가 있다. 그중에 1악은 모피아, 2악은 토건족, 3악은 교육 마피아다. 이 세 마피아가 결국 노무현 정부를 무너뜨렸고, 멀리는 DJ 정부도 무너뜨렸다. 물론 삼성과 같이 손대기 어려운 재벌들도 있지만, 이건 정부 바깥에 있는 존재들이다. 자, 노무현 정부가 무너지는 과정을 잠시 복기해 보자. 노무현 정부는 인수위 구성에서 이미 무너졌다...
우석훈|2.1연구소, 타이거 픽처스 자문 2008년의 촛불집회는 지금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한나라당은 아직도 MBC ‘PD수첩’이 괴담을 만들어냈고, 이게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면서 사건이 벌어진 ‘괴담 사건’으로 이해하는 듯싶다. 만약 한나라당이 이번 총선을 계기로 국회는 물론이고 대선에서도 정권을 내어준다면 그 일등공신은 김어준과 SNS가 아니라 한나라당 사람들이 선호했던 두 개의 단어 ‘포퓰리즘’과 ‘괴담’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쿱(iCOOP)생협 회원들이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경향신문 DB 포퓰리즘으로 망한 건 이유가 명확하다. 대중정치라는 게 사람들에게 애정과 인기를 얻고 싶은 게 기본 작동방식인데, 자기 스스로 인기가 싫다고 ..
우석훈 | 2.1 연구소 소장·타이거 픽처스 자문 흔히 말하는 강남을 넓게 보면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이렇게 구성이 된다. 직장과의 거리상의 문제로 나도 그곳에 살았고, 아내와 신혼을 그곳에서 시작했다. ‘88만원 세대’를 비롯해서 최근의 몇 권을 제외하면 그곳에서 썼다. 나는 그렇게 넉넉한 편은 아닌데, 강남좌파라고 하도 괴롭혀서 결국 이사를 왔다. 속속들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강남은 조금 아는 편이다. 이제는 손학규 의원의 보좌관으로 활동하시는 손낙구라는 분이 계시다. 민주노총 대변인을 했었던 그가 라는 책을 최근에 썼다. 그가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강남의 60%는 셋방에 살고 있고, 2가구 이상 소유 즉 다주택 소유자는 8% 정도이다. 한 가지 특이점은 60%의 셋방살이 중에 사실은 집이 있..
우석훈 | 타이거 픽처스 자문 이번 연재를 시작하면서 다음 정부는 ‘시민의 정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이때의 시민은 ‘시민단체’의 그 시민이 아니라, ‘시민’ 없는 시민단체라고 말할 때의 바로 그 시민이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지지기반이 실제로는 ‘서민’이라고 말하지만, 이 서민은 시민보다 훨씬 더 실체 없는 개념이다. 노조조직률이 10% 밑으로 내려가는 한국의 상황에서, 민중들은 자신을 노동자라는 계급적 필터를 통해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서민이라는 말로 이해한다. 서민! 서민이라는 정치적 실체는 이론적으로나 학문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군사독재 시절의 잔재이기도 하다. 계급적 자각을 탈색하고 서민들을 자신들의 지지기반으로 만들기 위한 군인들의 통치수단이었고, ‘서민’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한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우파들은 좌파도 잘 모르고, 진보도 잘 모르고, 시민단체는 더더구나 모르는 것 같다. 안철수의 등장 이후 몇 달 동안 내가 보수 신문들을 살펴보면서 내린 잠정적 결론이다. 하긴 나도 시민단체를 어디까지 봐야 하고, 어떻게 분류를 해야 할지, 좀 갑갑할 때가 많은데, 자기들이 어떻게 알겠나? 어느 정도까지 아나, 좀 자세히 살폈는데, ‘만일 결사’라는 걸 모르는 것 같고, 정토회 홈페이지에 나온 기본 사항 외에는 거의 모르는 것 같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했는데, 자기가 누구와 싸우고 있는지, 상대편 본진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전혀 모르니 이길 수가 없는 거다. 연재를 시작하면서 이 싸움에서 우리가 지지 않을 거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조선일보를 비롯한 ..
박원순 시장 당선 이후로 너무 상식적인 일이었지만, 우리가 이상하게 정치를 하다 보니 이런 것들을 회복하는 게 혁명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변화의 속도는 어느 정도, 변화의 폭은 어느 정도, 이런 논의들이 이제 시작되는 것 같다. 한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그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최근에 서울시정과 관련해서 한 가지 논란을 보면서, 노무현 집권 초기의 NEIS 논의가 잠시 떠올랐다. 돌이켜 보면,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을 지지했던 지지자들과 그가 첫 번째 충돌했던 사건이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약칭인 바로 이 NEIS였다. “도대체 이깐 나이스가 뭔데, 나에게 이렇게들 난리를 치느냐?” TV 토론에 나온 그가 이렇게 얘기했었는데, 이라크 파병 이전인 이때 이미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떠나기 시작한 걸로 기억한다..
노동자가 노동자를 위해서 투표하지 않는다, 이 간단한 명제가 한국이 가진 큰 딜레마이다. 마찬가지로 농민도 농민을 위해서 투표하지는 않는다. 한국 농업이 가진 큰 어려움은 어떤 정책을 쓰더라도 경상도 농민은 한나라당에, 전라도 농민은 민주당에 투표할 것이라는 게 일종의 사회 법칙처럼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민만이라도 농업을 위한 투표를 한다면, 한나라당이 농촌 지역을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까지 동원해서 직권상정과 날치기를 할 꿈도 못 꿀 것이다. 반면 압구정 현대아파트와 타워팰리스를 두 축으로 하는 부자들은 지독할 정도로 자신들을 위해서만 투표한다. 그래서 한나라당을 반민중적이라고 하고, 동시에 반민족적이라고 부르는 거다.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반민족적인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노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