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은 모든 역량과 자원을 투입하는 총력전이 됐다. 의료진은 1일 8시간 3교대로 말 그대로 ‘갈리고’ 있고, 질병관리본부는 비장하게 전문가들과 함께 방역대책을 매일 갱신한다. 대한민국으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들은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추적 관찰의 대상이 됐다. 신천지 교인들에 대한 방역조치가 숨을 고르는 사이, 콜센터와 요양원, 교회를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번지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지자체의 재난알림문자가 공포를 키운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지만, 사태를 진정시키겠다는 결기가 느껴진다.한국의 방역은 모범적인 상황에 있다. 치사율을 1.2% 내에서 통제하고 있고, 확진율도 3% 이내로 떨어지고 있다. 광범위한 검사 실시를 위해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까지 도입했다. 마스크 대란도 사라졌다..
인간에 대한 장엄한 선언문처럼 은 이렇게 시작한다. “사람은 우주에서 가장 영귀한 존재이다.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의 형상을 닮은 것이고 발이 네모난 것은 땅의 모양을 본뜬 것이다. 하늘에 사시가 있듯 사람에게는 사지가 있고, 하늘에 오행이 있듯 사람에게는 오장이 있다.” 기침 안 하기도 힘들지만 주말을 지붕 아래에서 공글리기도 참 어렵다. 믿을 건 자유로운 공기 속의 계곡과 들판이다. 흐르는 물에 손을 씻고 길을 나설 때 의 저 첫대목이 떠오르는 건 오늘 보러 가는 꽃의 특수한 사정 때문이다.봄은 아래에서부터 온다. 천하를 물큰하게 녹이며 나오는 꽃들. 텔레비전, 휴대폰 따위에 꽂혀 있던 시선을 아래로 구부려 바로 발밑을 보라고 꽃은 바닥에서 피어난다. 까맣게 잊고 지낸 찬란한 둘레를 한번이라도 살펴보..
바싹 마른 가뭄의 백운산 골짜기를 지나간다. 아직 겨울의 흔적이 흥건한 가운데 생강나무 꽃송이가 꿈틀거린다. 가벼운 봄 흥분을 이기지 못해 야호, 소리를 질렀다. 아뿔싸, 겨울 기운이 낭자한 곳에서의 메아리는 그만큼 날카롭다. 바위를 굴러 떨어뜨리는 작은 단초가 될 수도 있겠다. 우르르 쏟아지는 돌들. 이 와중에 누가 소리를 질렀느냐, 왜 고함을 쳐서 산봉우리의 심기를 건드렸느냐를 따지는 건 이 급박한 사태에서 해서는 안 될 짓이다. 그건 소리에 소리를 더해 바위를 더 부를 뿐이다. 나중 사태가 수습되고 난 뒤에 물어도 늦지 않다. 엎질러진 말은 주워 담을 수 없는 법이다. 얼른 골짜기를 빠져나가는 것보다 뭣이 더 중하단 말인가.물론 백운산을 오르는 동안 그런 일이 일어난 건 아니었다. 칠족령 고개를 넘..
‘기생’은 스스로 살아가지 못하고 남에게 빌붙어 사는 삶이다. 공생처럼 보이지만 다른 생물의 양분을 빨아먹고 사는 얹혀살이 관계다. 우리는 남에게 지나치게 의지하는 사람에게 ‘기생충 같은 놈’ ‘빈대 붙지 말라’고 힐난한다. 자립할 의지도 생각도 없는 것이라면 어디든 기생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일 수 있다. 독자적인 노선도 정책도 없고, 선거 공약도 없이 다른 정당 것을 그대로 복사해서 활용하면 기생충과 다를 바 없다. 기생정당이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관계가 그렇다. 전자가 숙주요, 후자가 기생생물이다. 기생의 티는 강령과 당헌에 그대로 드러난다. 비례대표 의석 확보용으로 급조한 정당이라 강령은 대여섯 줄에 불과하고 당헌에는 목적 조항도 빠져 있다. 한 줄짜리 비전과 몇 줄의 강령으로는 당의 이념과..
바이러스가 발발했을 때 반드시 따라야 할 원칙이 있다. 방역은 정치적 신념이 아니라 과학적 지식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까지 정쟁의 소재로 삼을 경우 국가의 방역정책이 정당의 탐욕이나 대중의 공포로 인해 정치적으로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행히도 우리 사회에는 국민의 생명이 달린 사안을 자신들의 정치적 어젠다를 확산할 기회로 여기는 여러 세력이 존재한다. 거기에는 여야의 구별이 없어 보인다.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수습의 책임을 진 정부 측에서는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평가절하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예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은 경고의 목소리를 묵살하기 위해 코로나바이러스를 철마다 찾아오는 인플루엔자와 동일시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대규모 감염사태가 터지기 직전에 “머잖아 코로나는 종식될 것”..
‘신천지’의 자체 추산 30만 교인 중에는 특히 청년세대의 비율이 높다고 들었다. 다른 교단에 비해 유난한 숫자라고 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나의 학생들 중에도 그 근처까지 갔다가 빠져나온 사례들이 있다. 교세를 확장하기 위해 솔선할 일꾼이 필요하므로 애초부터 젊은층을 타깃으로 포교한다는 것이었다. 취미 활동 혹은 상담 프로그램으로 위장하여 마음의 빗장을 먼저 열고 교리는 그다음에 주입한다고도 했다. 이런 사전 정지(整地) 작업이 있다고는 해도 그다음 단계에 이윽고 접하게 될 그들의 교리는 정상적인 사유 능력의 소유자가 빠져들 법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늘어나는 확진자 숫자를 근심하는 한편, 나는 그 청년들에 대해서도 며칠을 생각했다. 신앙 없는 문외한이지만 기독교는 이런 것이라고 알고 있..
대통령과 그 지지자들은 정치를 싸움으로 본다. 선한 자신들은 소수인 데 비해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검찰, 악 그 자체인 미래통합당 등등, 자신들을 둘러싼 환경은 극도로 좋지 않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거악들을 물리치고 승리를 쟁취하는 게 자신들에게 주어진 소명. 그래서 그들은 모든 사안을 내 편과 네 편 간 치열한 전투로 승화시킨다.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선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건 금기 사항. 현 정부가 유난히 사과에 인색한 것도 이런 측면에서 보면 이해가 간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광우병 시위 때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사건이 났을 때 억지로 눈물을 짜내면서까지 사과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마스크 관련 사과를 제외하면, 국민에게..
당사자들은 절박했다. 그제 국가인권위원회 앞.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단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구제조치를 요구했다. 폐쇄병동에서 집단 격리, 집단 치료는 곤란하다는 거다. 시설 수용자도 다른 환자들처럼 안전한 치료대책을 마련해달라는 거다. 상황은 엄중하고 요구는 절박했지만 인권위는 아직까지 입장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는 ‘건강권’에 대한 중요한 현안이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는 주문은 많았지만 인권위는 능동적 대처, 원활한 해결과는 거리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평가를 빌리면 “침체하고 존재감이 없었다”. 그럼에도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리는 건, 인권위가 뭔가 해줄 수 있는 법률적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긴급구제조치 권고를 통해 수용자의 구금 또는 수용 장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