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꼬마가 엄마에게 그랬다. “엄마! 나 사랑하면 소원하나 들어줘잉.” “엄마는 널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버리고, 또 어떤 것이라도 가져다줄게.” 그러자 꼬마가 속삭였다. “그럼 아빠를 버리고 마트 아저씨랑 결혼해줘요. 과자를 정말 맘껏 먹고 싶엉.” 요 맹랑한 것.아이들이 긴긴 방학을 보내고 있다. 밥해서 먹이느라고 젊은 엄마 아빠들이 고생 많으시겠다. 과자도 많이 먹을 텐데, 봄에 이빨이 썩으면 치과 병원은 가을에 추수를 하겠지. 이빨이 빨리 썩으면 새 이빨이 얼른 나겠다. 뭐든지 좋게 생각하기. 하루는 지나가던 아재가 그만 새똥 벼락을 맞았다. “에잇 더러워. 저눔의 새 똥구멍을 그냥~.” 곁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한마디. “여보! 얼마나 다행인가요. 황소가 하늘을 날아다닌다고 생각해봐요. 그..
바닷가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그런지 답답한 일이 생기면 바다에 성큼 가고 싶다. 무엇보다 나는 바닷소리가 좋더라. 음반더미 속에 파묻혀 살며 지내지만, 미안하게도 내 영혼을 씻겨주는 바닷소리만 못하다. “만일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을 불러 모아 목재를 가져오게 하거나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등의 일부터 하려들 것이 아니다.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를 보여주어라.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주면 기꺼이 배를 만드는 데 손을 거들 것이다.” 생텍쥐페리의 잠언이다. 바다를 깊이 만난 사람과 만나보지 않은 사람의 차이란 무엇일까. 말꼬리 잡길 좋아하고 비뚤어진 사람은 무슨 말을 해도 배배 꼬여서 동의하지 않고 어깃장을 놓을 게다. 바다를 모르는 사람에게 바다를 소개하는 말은 이처럼 설..
올해는 바다빛깔 블루가 인기라고 한다. 패션과 가구, 그림과 사진, 창틀과 지붕 색깔에도 블루가 자주 눈에 띈다. 승용차 색깔도 블루가 심심찮게 돌아다닌다. 청바지 차림의 선남선녀들이 봄기운을 가득 몰고 왔다. ‘아침이슬’의 가수 양희은씨는 한때 청바지 통기타 세대의 상징이었다. 양희은씨 어머니는 양장점을 하셨단다. 대여섯살 때 육촌 오빠의 닳은 청바지를 물려받았는데, 엄마가 한쪽 무릎에 예쁜 튤립을 수놓아 입혔다고 한다. 고2 생일 때 처음 맘보청바지를 엄마가 사줬는데, 교복 이외엔 그 청바지로 멋을 부렸다고. 엄마의 양장점엔 패션잡지들이 많아서 영화배우 알랭 들롱과 제임스 딘이 즐겨 입던 인디고 블루 청바지 사진을 오려 간직했단다. 그녀는 모교 서강대와 서소문 동양라디오, 노래하던 명동 카페촌, 후암..
요새 가장 실세라면 신인 트로트 가수 ‘송가인’씨라고 한다. 코로나19 때문에 공연 행사가 죄다 취소되어 파리 날리겠지만 이미 벌어 놓은 돈이 솔찬하겠다. 이 글을 혹시 본다면 사인본 음반이라도 보내주슈! 가인씨 손전화기 번호가 저장된 사람이라면 실세 중 실세 인정. 그렇지만 사실 나는 이미자 여사의 팬이니까 굳이 팬심을 바꾸고 싶진 않아라. 스캔들 사연이라곤 없는 가수 노사연, 절대로 통통배를 움직이며 해운 사업을 하면 안되는 배철수, 잠이 너무 많은 트로트 뽕짝의 여신 이미자. 누구 말마따나 잠이 보약이고 잠이 최고여서 이름도 이미자.사회적 거리를 두라길래 집에 가만히 있는데, 막걸리를 받아놓고 파전 김치전에 매생이굴국 끓여먹으면서 국가 지침을 준행하며 지내고 있다. 살이 찐다. 확진자가 아니라 확찐..
비가 촐촐 내리면 ‘급’ 튀김이 먹고 싶다. 나는 고구마튀김과 오징어다리튀김을 좋아해. 당신은 야채튀김이나 김말이튀김. 섞어서 맛이라도 한번 보자. 선생님은 침 튀김. 강의하실 때 침 튀김이 많은 샘을 만나면 앞자리에 앉은 학생들이 곤욕을 치르게 된다. 무림의 고수 도올 샘은 침 폭탄과 자기 자랑만 덜하시면 얼마나 좋아. 목사 신부는 신도들과 멀리 떨어져 설교를 하니까 침 튀김이 덜해 보일 뿐. 요샌 대형스크린 영상으로 줌을 해서 보여주는데, 가까이 앞줄에 안 앉길 잘했다는 이들이 생긴다.한 신부님이 하도 담배를 자주 태우셔서 여성 신도 한 분이 한마디. “신부님. 이제 담배 끊으셔야 해요. 매너 없게 숙녀들 앞에 놓고 태우시는 것도 좀 그래욧.” 그러자 신부님은 한 모금 더 쭉 빨더니 “자매님. 천사처..
아르헨티나 골목에서 만났던 반도네온 연주자를 잊지 못한다. 탱고엔 반드시 반도네온이 있어야 제맛이지. 탱고가 두루 퍼진 까닭이 있다. 당시 사교 무도회엔 왈츠나 추는 정도. 어깨에 손을 얹고 허리나 좀 잡는 스킨십이었는데 탱고는 깊은 포옹까지 거침없었다. 유럽으로 건너가선 콘티넨털탱고라 하여 점잖은 탱고로 바뀌기도 했다. 반도네온 자리에 유사품 중후한 아코디언을 쓰고 말이다. 본고장 부에노스아이레스는 확실히 뭔가 달라. 진한 반도네온 맛에다 탱고 춤꾼들의 ‘밀착’이 장난 아니다. 무희의 허리가 으스러질 지경.간밤 펄펄 눈이 내렸는데, 탱고를 추듯 눈발이 춤을 추었다. 나도 덩달아 설뚱해서 숫눈밭에 발자국을 남겼지. 춤추는 인디언처럼 모카 가죽신은 아니라도 장화를 꺼내 신고 어지럽게 돌아다녔다. 눈발자국이..
임승훈의 단편소설 ‘졸피뎀과 나’에는 가난뱅이 작가 청년이 등장한다. 어깨는 넓지만 종아리가 가는 아버지를 미워한다. 아버지는 밑구멍이 째지는 형편에도 달마를 닮은 돌덩어리 수석을 1000만원에 사오는 한심한 인간. 하루 종일 신세한탄만 주절대다가 멋진 차를 타고 서둘러 퇴근하는 사촌형 빵집사장. 엄마와 청년은 자정까지 빵 만드는 노동을 하고 허리가 고꾸라져 귀가한다. 빵집 형수는 호텔 연회에서 “도련님! 고기에서 흙냄새가 나지 않아요? 비린내가 나요”라면서 시건방을 떤다. 연립주택의 반지하방. 창문도 북향이라 햇볕도 없는 집. 사도들이나 살 법한 카타콤 같은 지하세계를 전전한다. 정신병원에서 지낸 한때의 이력과 감정기복이 심한 여자들과 지난한 연애사, 6평짜리 원룸으로 이사한 뒤 야뇨증으로 실례한 이불..
“나리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어서 마스크를 벗고 봄나들이 가고파라. 택배가 와서 나가보니 간밤에 내린 눈이 마당에 살짝 뿌려져 있다. 귀한 눈이라 강아지랑 둘이 행복하게 밟아댔어.얼마 전엔 북해도에 잠깐 일이 있어 다녀왔다. 눈이라면 원 없이 보고 왔지. 영화 의 오타루엔 오금이 저릴 만큼 차가운 독일식 맥주 ‘오타루 비루’가 있다. 농부들과 어부들이 목을 축이는 곳.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열차에 몸을 실어보았다. 눈이 무릎까지 차는 길을 하염없이 걷기도 했다. 그곳 북해도에서 농업대 선생을 지낸 우치무라 간조는 기독교의 배금 성장주의에 일격을 가한 ‘무교회주의’의 스승이다.나는 선생이 머문 교정 공원에 이르렀다. 자연을 노래한 선생의 글 일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