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의 전세 시세를 보면 이중가격이 확연하다. 대략 2억~4억원대 보증금에서 1억원 이상의 가격 차이가 눈에 띈다. 계약갱신권을 가진 세입자는 기존 가격 수준에서, 새로 계약한 세입자는 이보다 많은 보증금을 냈다는 의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들어가 보니 이중가격 격차가 수억원에 달하는 곳도 많다. 올해 8월이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계약갱신권이 시행된 지 2년이다. 지난번에 계약갱신권을 사용한 세입자는 이번에 신규 계약을 해야 하므로 자기 동네에서 계속 살려면 추가 전세금을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성실하게 지난 2년을 살았을 뿐인데도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집없는 세입자, 무주택자가 당하는 날벼락이자 설움이다. 1가구 1주택자는 상황이 다르다. 재작년에 이어 작년..
내가 사는 동네의 전세 시세를 보면 이중가격이 확연하다. 대략 2억~4억원대 보증금에서 1억원 이상의 가격 차이가 눈에 띈다. 계약갱신권을 가진 세입자는 기존 가격 수준에서, 새로 계약한 세입자는 이보다 많은 보증금을 냈다는 의미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들어가 보니 이중가격 격차가 수억원에 달하는 곳도 많다. 올해 8월이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계약갱신권이 시행된 지 2년이다. 지난번에 계약갱신권을 사용한 세입자는 이번에 신규 계약을 해야 하므로 자기 동네에서 계속 살려면 추가 전세금을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성실하게 지난 2년을 살았을 뿐인데도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집없는 세입자, 무주택자가 당하는 날벼락이자 설움이다. 1가구 1주택자는 상황이 다르다. 재작년에 이어 작년..
국토교통부 장관은 공공 임대아파트에 살지 않는다. 나도 그렇다. 사람들은 자기 집을 원한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은 많지 않다. 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직장 생활을 성실하게 하여, 결혼했다. 자녀를 낳아 키우며, 아이들이 초등학교와 중등학교 다닐 무렵이면, 아이들 전학 걱정하지 않은 내 집을 마련할 것이다. 시민의 내 집 마련 소망을 존중해야 한다. 올 2월 기준으로 서울에서 청약통장에 가입하여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624만명이다. 15년 이상 가입한 수도권 사람이 73만명이다.(자료 한국부동산원) 그러나 시민들의 희망은 처참히 무너졌다. 집값 폭등은 내 집을 마련하려고 땀 흘려 모아둔 종잣돈의 가치를 반 토막, 세 토막을 냈다. 정말 열심히 살았지만, 아이들에게 미안한 부모가 되어버렸다. 금융기관에..
“우리 사회에서 특정 집단의 요구가 100% 관철되는 것은 어렵고, 선량한 시민 최대 다수의 불편을 야기해 뜻을 관철하겠다는 방식은 문명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준석 당대표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서울지하철에서 벌이고 있는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두고 한 말이다. 최근 이 대표의 발언을 보면 ‘특정 집단 대 선량한 시민’으로 갈라칠 의도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하지만 (중증)장애인의 문제를 특정 집단의 문제로 규정하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몰이해의 방증이다. 또한 전장연의 투쟁이 소속 회원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장애인의 헌법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것이기에 그들 또한 선량한 시민이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애인 이동권..
포스코인터내셔널(이하 ‘포스코’)은 2004년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이라는 이름으로 미얀마 서쪽 해저에서 엄청난 양의 천연가스전(이하 ‘슈에가스전’) 시추에 성공하였고 2013년부터 전량 중국에 수출하면서 매년 3000억~4000억원의 이익을 송금받고 있다. 하지만 개발경제학에는 ‘자원의 저주’라는 이론이 있다. 천연자원이 많은 나라일수록 이를 점유하고 치부하는 세력들의 발호로 그리고 고급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채굴산업이 국내경제를 지배하면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이 도리어 더디어진다는 것이다. 이 이론의 보편적 타당성과는 별개로 미얀마에서 포스코는 ‘자원의 저주’의 주요한 매개자로 거론되고 있다. 작년 2월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의 비자금의 5~12%를 포스코가 슈에가스전 사업을 통해 조달해오고 있기 때문이..
한국 아파트의 역사는 1930년 서울 회현동에 세워진 ‘미쿠니(三國) 아파트’에서 시작했다. 이 최초의 모더니즘 건축물은 3층 규모였으며, 경성 미쿠니 상사 일본인 직원들의 숙소였다. 일반인이 입주한 최초의 아파트는 1932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세워진 ‘토요다(豊田) 아파트’가 꼽힌다. 아파트는 일제강점기에 근대도시 주거문화로 한반도에 이입되었다. 당시에는 아파트가 한국 도시의 지배적인 주거 형태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층층이 쌓아올린 건축물에서, 마당도 없이 사는 것에 대해 조선인들은 낯설어했다. 한국전쟁 이후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에 새로운 빌딩들이 자리잡았다. 1958년 중앙산업이 지은 종암아파트도 그렇게 들어섰다. 1962년 주택공사에서 6층 규모의 마포 아..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이명박 정권(MB 정권)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낸 이주호 교수 등이 교육개혁의 방안으로 교육부 해체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의 통합방안을 제기했다. 이는 지금 대통령 당선인 측이 벌이는 다른 일들처럼 충분한 검토와 공론화 없이 진행된다면 또 다른 재앙이 될 것이다. 교육부 해체는 약간의 긍정적 가능성과 함께 엄청난 현실적 위험을 내포한 일로 보인다. 한국 대학의 병통은 세 기득권 카르텔에서 비롯된다. 제일 큰 첫 번째 암종은 부패하고 무능한 일부 사학재단, 둘째는 교육부와 그 주변 관료집단, 세 번째는 일부 정규직 교수들이다. 이들은 대학이 차별과 불평등을 생산하는 기지가 되게 했고, 또 대학을 그 자체로 한국에서 가장 비민주적이고 불평등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무위의 제왕’ 문재인 정권은..
문재인 정부의 철학 중 하나가 다양한 사회협약을 만들어가는 것이었다. 복지국가모델을 좌표로 삼고 등장한 정권이니만큼 사회협약 모델에 관심이 가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돌이켜보면 신자유주의 효율성을 극도로 강조한 이명박 정부 시대를 넘어서는 과정에 한국사회에서 그 같은 사회협약 모델은 언감생심 재론하기조차 어려웠다. 당시는 공리주의를 비판한 마이크 샌델의 정도가 진보 서적으로 간주될 만큼 신자유주의 메커니즘이 한국사회에 지배적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바뀌긴 했지만 이명박 정부 기간 내내 착근된 공리주의 사고의 뿌리는 깊고 넓었다. 탄핵과 촛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가 민주적 가치나 사회적 대화를 절대적으로 강조하는 건 불가피했다. 이런 조건하에서 시작된 것이 공론화 모델이었다. 소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