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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6월 ‘이준석 돌풍’이 불었을 때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크게 당황했다. 곰팡내 나던 국민의힘에 새 바람이라도 불었다간 큰일 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5월31일 이준석이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예비경선을 1위로 통과하자 민주당의 상근부대변인은 이준석을 향해 “히틀러의 향기가 난다”는 극언을 구사했다.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준석이 예상을 깨고 새로운 당대표로 선출되자, 진보언론과 지식인들까지 이준석을 겨냥한 집중공격을 퍼부었다. 그 주요 내용은 이준석이 사회적 약자에 대해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라는 식이었다. 나는 너무 지나치다 싶어 그런 비판에 대한 반론을 쓰기도 했다. 당시엔 내 주변에서도 이준석에 대한 욕설을 꽤 들을 수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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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기 쉬운 숫자다. 77.77%. 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가 이재명의 압승으로 끝났다. 승부 추가 일찍 기운 전대는 6주간 ‘열성 팬덤’과 ‘당헌 개정’ 설전만 톺아졌다. 그 과정이 지난했다고 정당사에 찍힌 최고 득표율을 도외시할 이유는 없다. 민주당의 선택은 “이재명이 해보라”는 것이었다. 민주당엔 세 갈래의 주류가 있다. 친노친문, 호남, 운동권이다. 그 족보가 없는 이가 당의 핸들을 잡았다. 변방에서 소리 높이고 싸우던 ‘기병 이재명’이 여의도의 가장 큰 ‘성주 이재명’이 된 것이다. 대선 지고 다섯달 만이다. 그로부터 일어날 169석 거야의 요동이 작을 리 없다. 지도부 와해로 제 코가 석자인 국민의힘 포문도 저리 오래 닫혀 있을 리는 없다. 당대표 이재명이 준비한 말은 셋이다. 보약도 ..
우리는 지금 우리의 삶이 여러 가지로 안정성을 잃고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또 무슨 일이 터져 얼마나 더 흔들릴지 걱정하며 살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마땅히 공공선의 확보와 공동체의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우리의 삶에 안정과 희망을 주어야 할 정치, 경제, 남북관계 등 주요 분야가 하나같이 깊은 불안감을 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고 있는가? 우선 정치 분야를 보면, 검찰 출신 윤석열 대통령이 아직 정치지도자, 국가지도자로 태어나지 못하고 있고, 여당은 권력투쟁의 늪에 빠져 반쪽짜리 리더십마저 실종됐다. 취임 100일을 겨우 넘겼는데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가 30% 안팎으로 떨어져 있다. 외교도 다가오는 경제위기의 극복과 우리와 후손의 장기적인 생존과 번영을 위해 반..
87년 체제가 문제인 줄 알았다. 선거법이 문제인 줄 알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개헌과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들 흔히 말하지만, 디테일 속에는 악마도 천사도 함께 있다. 개헌 없이 지금의 법률하에서 정당만 제대로 운영해도 한국 정치를 훨씬 나아지게 할 수 있다. 미국 민주당의 경우를 보면, 대선 후보를 선출할 때 포퓰리즘 같은 일시적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지나간 세 번의 대선에서 주별 득표율을 합산해 대의원 수를 할당하고 지역적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선거인단은 대통령 후보와 부통령 후보 중 적어도 한 명은 자신의 지역 출신이 아닌 사람에게만 투표할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은 법률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정당의 당헌이다. 공화당도 비슷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을 진단하는 기사들이 쏟아졌다. 지지율이 푹 꺼진 상황이었으니 평가가 좋았을 리 없다. 부정적 평가는 무책임한 실험주의, 무분별한 복수주의, 법기술 만능주의로 요약된다. 무책임한 실험주의는 ‘일단 바꾸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의 후과를 단단히 치르고 있다. 이전 정부가 대통령실 이전을 검토했다가 포기한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이전부터 했다. 윤 대통령이 서초동 자택에서 용산 집무실까지 차량으로 출퇴근하고 한남동 옛 외교부 장관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뜯어고치는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졸속은 졸속을 낳는다. 대통령 관저 공사를 둘러싼 여러 잡음, 용산 대통령실 앞 옛 국방부 연병장에서 열린 추레한 광복절..
기후위기는 실존적 뉴노멀이다. 1907년 기상관측 이래 최대치의 ‘물 폭탄’을 맞은 8월8일의 서울 강남 일대는 국가위기관리 능력의 현주소이다. 2년8개월 동안 전 세계 648만명을 앗아간 코로나19 팬데믹은 그 끝을 모른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와 시진핑의 중국, 그리고 김정은의 북한은 군사적 위력을 갈수록 강하게 투사한다. 전통의 군사위협이 엄존하는 속에 비전통적 도전요인의 교집합 영역이 넓어진다. 생명안전과 존엄한 삶을 보장받으려는 국민의 욕구는 위기의 크기와 속도에 비례하여 커진다. 기성의 질서는 약점을 드러낸다. 과거 위기들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은 신흥의 위기를 다루는 데 역부족이다. 국가위기의 파고는 돌발적이고 불가항력적으로 또 온다. 오만과 방심을 파고든다. 그래서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이 ..
취임 100일 즈음에 실시된 직무평가 여론조사들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30% 안팎의 지지를 받았다. 대통령의 인사·자질·태도 등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데 전문가들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이는 대통령실의 인식은 다소 다른 듯하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홍보나 소통이 부족했다든가, 구체적 정책들을 추진하기 시작하면 달라질 것이라든지,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이야기만 들린다. 그런데 추진하겠다는 정책들을 보면 걱정만 더 든다. 또 국민만 보고 가겠다면서, 피상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성과에만 집중하고 장기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는 뒷전으로 미룰 수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이야기한, 탄소중립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 이에 해당한다. 이대로..
2005년 1월20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는 취임식에서 “우리 세계의 평화를 위한 최선의 희망은 전 세계에 자유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부시의 취임사에는 ‘자유’와 관련된 표현이 49번(Freedom 27번, Liberty 15번, Free 7번)이나 등장한다. 자유는 미국 보수진영, 특히 그가 속한 공화당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다. 무엇보다 그가 첫 번째 임기 동안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에서 벌였던 잇단 전쟁을 자유를 위한 노력으로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컸다. 하지만 그 전쟁으로 수십만명이 무고하게 희생됐다. 부시는 인류 보편의 가치인 자유를 미국의 패권을 폭력적으로 관철시키는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자유에 대한 사랑이 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