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일각에서 탄핵을 거론하는 것보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을 ‘개고기’에 빗댄 만큼 윤석열 정권 출범 100일의 일그러진 초상을 보여주는 것도 없다. 20%대 지지율은 ‘내부 총질’로 쫓겨난 여당 대표가 다시 대통령을 향해 총질을 주저하지 않게 만든다. 레임덕 수준의 지지율이 고착되면, 관료사회는 더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국정운영의 동력은 갈수록 소진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백일도 지나지 않아 심대한 지도력 위기에 봉착했다. 이준석 대표가 호명한 ‘윤핵관’과 더불어 ‘양두구육’은 아마도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통치자들의 ‘자격없음’을 조롱하는 언어로 남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초반 고전과 혼돈은 어쩌면 예견된 바다. 0.73%포인트 차이의 승리와 거대 야당 등 척박한 집권 환경 때문이 아니다...
지난 9일, 사실상 철회된 만 5세 조기입학 정책에 대하여 소수의견을 남긴다. ‘만 5세 의무교육환영, 단 유아교육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7세 아동에 대하여 현행 누리과정을 유지하고, 당연히 유아교육을 전공한 유치원교사를 배치하고, 교사 대 아동비율도 유치원과 동일하게 1 대 20 이하로 유지하고, 교실 환경도 유치원처럼 좌식 생활이 가능하도록 리모델링하는 것이 최소한의 조건이다. 이른바 ‘K학년제(취학 전 유아 의무교육)’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의 공약이기도 했다. K학년제에 대해서는 지난 7월25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간한 이슈페이퍼 ‘K학년제 도입의 쟁점과 전망’을 참고하시길 권한다. 나의 소수의견은, 쉽게 말하면 병설유치원 7세반을 의무교육화하자는 거다. 기존 학제를 건드리지 않고..
‘졌잘싸’라는 말이 있다. “졌지만 잘 싸웠다”의 줄임말이다. 스포츠 경기에서 패했으나 좋은 내용과 훌륭한 매너를 보인 선수, 팀을 격려할 때 쓰인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 자신을 이긴 중국 선수에 ‘엄지척’한 이대훈(태권도), 전력 열세에도 4강까지 오른 여자배구, 세계랭킹 3위 스페인에 4점차로 석패한 여자농구,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좋은 기록과 뛰어난 플레이를 보인 황선우(수영)·우상혁(육상)·신유빈(탁구). 그들을 우리는 “졌잘싸”라는 말로 위로하고 격려했다. ‘졌잘싸’를 들을 수 있는 조건은 크게 두 가지다. 꺾지는 못해도 당당히 상대할 만한 ‘뛰어난 경기력’이 첫 번째다. 두 번째는 최선을 다한 ‘철저한 준비 상태’다. 경기력은 결과, 준비는 과정이다. 경기력이 아무리 좋아도 나보다 강한 상..
“인터넷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익명표현은 인터넷이 가지는 정보전달의 신속성 및 상호성과 결합하여 현실 공간에서의 경제력이나 권력에 의한 위계구조를 극복하여 계층·지위·나이·성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평등하게 반영하여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되게 한다. 따라서 비록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표현이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갖는 헌법적 가치에 비추어 강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가 2010년 제기한 인터넷실명제 헌법소원에서 헌법재판소가 내린 결정문 내용이다. 곱씹어 보면 세계헌법사에 길이 남을 명문이다. 과거 ‘편집부’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민주화운동서적들이 유통되었는가. 익명표현은 이렇게 민주주의에 중요하다. 하지만 익명통신의 자유는 ..
법무부는 지난주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국회 입법권이 사실상 무력화되었다는 주장이 있으나 사실과 다르다. 법무부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검수완박법은 그대로 살아 있으며, 그 시행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법무부 발표의 골자는 두 가지이다. 기존에 장황하고 복잡했던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를 간명하고 이해하기 쉽게 고침으로써 국민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한다는 것과, 경찰에서 송치한 사건에 대하여 검찰이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위에서 적극 수사하여 범죄자를 잘 기소하라는 것이다. 입법권 무력화가 아니라 잘못된 입법 정상화이다. 왜 검경수사권조정은 잘못된 입법인가. 정치적 계산으로 국민에게 심대한 피해를 입히는 내용으로 입법되었기 때문이다. 2..
새 정부가 들어서자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고, 집무실과 인접해 있는 미군이 반환한 기지 내에 시민 공원을 조성한다는 구상이 발표되었다. 그러자 언론 매체들이 반환받은 미군 기지의 토양 오염에 대해 보도를 하고 있고, 환경 단체에서도 미군 기지의 오염이 아주 심각하므로 시민 공원 조성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기회에 미군 기지의 실태와 기지의 오염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첫째, 한국에 있는 미군 기지의 현황이다. 한국 전쟁으로 미군이 우리 영토에 들어오면서 전국 곳곳에 미군 기지가 설치되었고, 그 후 많은 미군 기지를 한국에 반환하였으나, 아직도 이 땅에는 미군의 지휘소, 전투 기지, 비전투 시설 등 수십 곳이 남아 있다. 그중 평택 미군 기지는 미군이 해외에 ..
최전선은 적과 가장 가까운 전장이다. 전투에서 최전선이 없으면 전진할 수 없고, 최전선이 버텨야 뒤로 밀리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최전선이라는 말을 자주 떠올리게 된다. 정치적 의미의 최전선은 과거가 침범 못하게 막고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이 최전선이었다. 뒤로 밀리진 않았지만 대전환 시기를 헤쳐나가진 못했다. ‘다음’에 대한 기대가 윤석열 정부를 낳았다. 그러나 지금 최전선이 보이지 않는다. 무엇을 위해, 어디에 깃발을 꽂고 싸워야 할지 모르는 것 같다. 콩자루가 터져 여기저기 콩이 난무하는데도 뭐부터 쓸어담아야 할지 허둥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20%대가 이를 시사한다. ‘매우 잘못했다’는 의견이 30%대인 조사 결과도 있다. “선거..
윤석열 대통령, 요즘 귀가 무척 간지러울 것 같다. 윤 대통령 당선에 앞장선 언론들까지 비판 대열에 가세해 더 이상 말 보태기도 민망하다. 그야말로 시민이 나라와 대통령을 걱정하는 형국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급락하는 속도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더 위험한 것은 추락의 구조와 요인들이다. 지금은 윤 대통령과 정부, 당이 한꺼번에 위기에 빠져든 여권의 총체적인 혼돈이다. 셋 중 어느 한쪽도 추락 속도를 늦출 능력이 없다. 노무현 정부는 물론이고, 이명박 정부도 이런 정도는 아니었다. 윤 대통령이 앞세운 ‘공정과 상식’은 이미 허언이 되었다. 취임사에서 비판한 우리 사회의 ‘반지성주의’ 행태를 스스로 시연하고 있다는 비판은 진보진영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 경찰 제도에서부터 탈원전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