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을 팬덤정당이 아니라 대중정당으로 만들겠다.”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한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지현 당시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긴급회견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소수 지지자들이 특정 정치인을 광적으로 지지해 일반당원 나아가 대중과 갈등을 일으키는 ‘팬덤정치’란 인터넷시대, 그리고 ‘탈진실시대’에 나타난 최근의 현상이다. 그러나 소수 열정적 활동가들과 일반당원·유권자 간의 갈등과 긴장은 선거민주주의가 자리 잡은 20세기 이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 왔다. 현대정치는 핵심에 대중정치인이 있고 그를 중심으로 열정적 활동가·지지자들이, 그 밖에 일반당원, 그리고 제일 밖에 유권자들이 존재한다. 다시 말해 대중적 정치인으로부터 일반유권자까지 네 개의 동심원이 있다. 정당과 정치..
2027년 5월,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저성장, 사회 양극화, 부의 세습, 재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비정규직 차별, 청년실업, 조기퇴직, 자영업 몰락, 노인 빈곤, 저출생 등 현재 우리가 당면한 사회·경제적 문제가 어느 정도 완화되었거나 최소한 해결될 거라는 희망을 가지게 될까?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다고 믿게 될까? 지금까지 봐서는 그럴 것 같지 않다. 지난 22일 장차관 국정과제 워크숍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힘이 들어도 나라의 새 도약을 위한 기틀을 바로 세워야 한다”면서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꼭 필요한 개혁 과제임에도 기득권 저항이 예상되는 것들도 많다”고 진단했다. 그러..
‘영혼 없는 공무원.’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인 2008년 1월3일 국정홍보처의 인수위원회 업무보고 때 등장한 이후 대중의 입길에 자주 오르내린 표현이다. 한 인수위원이 전 정부의 언론정책을 비판하자 김창호 당시 국정홍보처장이 “우리는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라고 말하면서다. ‘위에서 하라면 할 수밖에 없으니 우린 아무 죄가 없다’는 자조(自嘲)나 다름없었다. 다음날 김 처장은 ‘관료는 영혼이 없다’고 한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말을 인용했다며 “관료는 어느 정부에서나 그 정부의 철학에 따라 일할 수밖에 없다는 걸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파장은 가라앉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나타난 몇몇 장면을 지켜보면서 ‘영혼 없는 공무원’이란 말을 다시 소환했다. 가장 대표적인 게 통일부의 ‘탈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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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학생 안전의 문제지, 또 남녀를 나눠 젠더 갈등을 증폭하는 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인하대 성폭력 사망 사건’에 대한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말이다. 이 발언을 담은 인터뷰가 보도되자 “성차별 문제를 외면한다” “성폭력 사건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장관은 해당 사건을 구조적 문제로 보지 않는 것이냐’는 취지의 기자의 질의에 여가부는 지난 26일 ‘성별 대결 구도의 문제로 바라보지 말라는 취지’라고 짧게 답변했다. 김 장관이 ‘구조적 성차별 유무’를 묻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국회 인사청문회 등에서도 ‘구조적 성차별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질문에 “법과 제도는 상당부분 개선됐으나, 노동시장의 불공정성,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문제 등을 해소하는 노..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립이라는 정책 이슈가 난데없이 쿠데타 논쟁으로 비화했다. 행안부 장관이 불을 질렀다. 그는 행안부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12·12쿠데타’라고 비난했다. 그의 발언이 뉴스를 타자 사람들이 경악했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아무리 마뜩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끔찍한 군사반란에 비유할 수 있나. 그도 그럴 것이 ‘12·12쿠데타’는 전두환의 신군부가 자신들의 상관 육군참모총장을 무장 병력으로 불법 납치한 하극상이 아니었던가. 이 일로 한국 민주주의는 다시 어두운 터널 속으로 들어갔다. 12·12를 통해 군권을 장악한 신군부는 5·18 비상계엄 전국 확대를 통해 정권을 손에 넣었다. 신군부는 12·12, 5·18 두 차례의 군사적 행동에 이어 1980년 5월 광주를 피로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오후 또 기자실을 찾았다. 취임 이후 벌써 네 번째 방문이다. 특별한 용건은 없지만 기자들과 더 자주 소통하겠다는 취지다. 추 부총리는 취임 후 두 달 동안 네 차례에 걸쳐 출입기자단과 오찬을 함께했다. 더 격의 없이 기자들과 소통하겠다는 이유로 막내 기자들의 저녁 모임에 ‘깜짝 방문’을 한 적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단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매일 출근길 ‘약식문답(도어스테핑)’을 하는 것과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그러나 윗선의 소통의지가 아랫선까지는 아직 전달되지 않은 모양이다. 지난 24일 기재부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법인세 인하에 따른 ‘낙수효과’와 관련해 기재부 발표상 수치가 통계청에서 확인한 수치와 달라 확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취지를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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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플레이션은 노동 측의 임금 인상이 아니라 오히려 자본 측의 이윤 확대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혐의가 짙다 실증적인 분석 없이 진부한 사변적인 논리만 되풀이하거나 어느 한쪽의 계급적 입장에 서는 이념적 편견도 이젠 용납되어선 안 된다 따져보지도 않고 책임질 수도 없으면서 “임금 인상이 물가 상승 주범”이라고 함부로 말하지 말고, 또 그런 행동을 용납해서도 안 된다 인플레이션이 걱정거리로 부상하자 아니나 다를까 임금 인상 자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여러 경제신문에서 학자, 언론인 가릴 것 없이 동일한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으며, 심지어 추경호 경제부총리 또한 한 달 전 그러한 발언을 하였다. 일반인들 중에도 같은 생각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시장조사기관인 IPSOS는 지난 6월 주요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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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드라마 의 주인공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변호사’다. 앞의 정체성보다 뒤의 정체성에 주목하며 드라마를 본다. 우영우는 치매 남편과 다투다 살인미수 혐의를 받게 된 여성 의뢰인에게 ‘마음’을 묻는다. “법은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죽일 마음이었다면 살인미수죄, 다치게 할 마음이었다면 상해죄, 좀 때려줄 마음이었다면 폭행치상죄, 실수였다면 과실치상죄입니다.” 의뢰인이 답한다. “영감 저러는 꼴을 보면 그냥 확 죽이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해.” 우영우는 다르게 본다. “저라면, 죽이고 싶은 사람이 잘 때 그 사람 눈이 부실까봐 커튼을 쳐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우영우는 피해자 병실에 갔다가 남편이 깰세라 커튼을 치는 의뢰인 모습을 눈에 담아뒀던 거다. 에는 강도상해죄로 기소돼 국민참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