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청와대’의 비서진 구성이 점입가경이다. 애초 내건 ‘작은 청와대’라는 구호가 무색하게 몸집을 불리는가 하면 지연이나 학연으로 얽히고설킨 인맥이 특정 라인을 독식하는 편중 현상을 노정하고 있다. ‘수가 너무 많다’는 이유를 내세워 내정자 발표는 물론이고 배경 설명이나 프로필 공개마저 거부하는 대통령의 ‘불통 인사’가 이를 심화시키는 양상이다. 독선적 불통 인사가 ‘나홀로 국정’을 낳고, 이로 인해 등돌린 민심이 소통 단절을 고질화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대통령직인수위가 지난달 중순 밝힌 ‘2실 9수석 34비서관’은 슬그머니 ‘3실 9수석 41비서관’으로 늘어났다. 경호처를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바람에 3실이 되고, 없앤다던 제2부속 비서관에 전 보좌관을 앉히다 보니 비서관 ..
이철희 |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소탐대실, 최근의 상황을 보면 이 말부터 떠오른다.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싸고 여야 간에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의 비타협적 태도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서로 다른 의견을 전제로 하는 것이 정치다. 그렇다면 정치는 타협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원안을 고수하는 건 원칙과 소신이 아니라 타협에 대한 거부, 정치에 대한 거부에 다름 아니다. 주지하듯이 대통령제는 대통령(행정부)과 의회(입법부)가 모두 국민 선거에 의해 선출되는 이중적 정통성을 갖는다. 이 때문에 양 기관 간의 경쟁과 견제는 불가피하다. 역대 대통령은 이 경쟁과 견제 문제를 대개 다수 여당을 거수기로 만들어 의회를 무력하게 하는 방식으로 해결해왔다. 지금 박 대통령도 이런..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과태료 체납 때문에 구설에 올랐다. 서기호 진보정의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황 후보자는 5차례에 걸쳐 차량 압류 통보를 받은 것으로 돼 있다. 아반떼와 쏘나타 2대의 차를 소유한 황 후보자는 버스전용차로 위반과 과속, 불법 주정차, 정기검사 미이행으로 범칙금 및 과태료 통지서를 받았다. 그러나 계속 돈을 내지 않아 압류 통보를 받은 것이다. 황 후보자는 “과태료 납부 통지서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 생긴 일”이라고 말했다. 차량 운전자라면 누구나 ‘딱지’ 몇 장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상습 체납은 다른 문제다. 더구나 법 질서를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라면 자질에 관한 문제다. 그는 이 외에 삼성 봐주기 및 병역 기피,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여 있다. 야당에선 ..
황대권 | ‘야생초 편지’ 저자 조국 근대화의 영웅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씨가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부친이 군사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지 52년 만이고, 아끼던 부하의 손에 살해된 지 34년 만이다. 여기에 굳이 기간을 밝히는 것은, 전자는 산업화의 역사, 후자는 민주화의 역사와 얼추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취임사에서도 언급했듯이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한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은 변함없는 경제발전에 대한 믿음과 기대로 박정희의 딸을 대통령에 앉혔다. 사실 우리 역사에서 민주화는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인해 축적된 사회불안 요소들을 완화하는 정도로 진행되었을 뿐이지 그 자체로 통치의 목적이 된 적은 없다. 시대를 막론하고 통치자에게 국민을 ‘먹여살리는’ 일이야말로 최우선 과제였다. ..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엊그제 이사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날로, 사퇴시점을 놓고 고심한 것 같다. 그는 지난해 10월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MBC 지분 30%를 매각하는 문제를 MBC 경영진과 논의한 사실이 공개된 이래 야당과 시민단체의 사퇴압력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사퇴를 미뤄온 것이 그가 밝힌 것처럼 “본의 아니게 정치권에 누를 끼치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면 알려진 대로 박 대통령 부녀에 대한 대단한 충성심의 발로로 여겨진다. 어찌되었든 정수장학회와 박 대통령을 잇는 상징적 인물이 물러남으로써 정수장학회 문제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일견 복잡해 보이지만 정수장학회 문제의 핵심은 ‘장물’로 존재해온 정수장학회 보유자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정수장학회가 김지..
‘성추문 검사 사건’의 피해여성 사진유출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어제 현직 검사 2명과 검찰 실무관 1명을 벌금 300만~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혐의가 가벼운 검찰 직원 2명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앞서 경찰은 5명 전원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공익의 대표자’라는 검사가 사실상의 ‘인격살인’을 저질렀는데 몇백만원 내면 그만이라니 어이가 없다.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은 검찰시민위원회(시민위) 심의를 거쳤다며 시민을 방패막이로 삼을 태세다. 검찰이 언제부터 그렇게 시민 의견을 존중했는가. 뻔뻔하기 그지없다. 검찰에 따르면 의정부지검 소속 ㄱ검사는 지난해 말 서울동부지검 전모 검사가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알려지자 실무관에게 피해여성의 주민번호를 알려주고 사진..
이지문 | 호루라기재단 상임이사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문화 구현.’ 박근혜 정부의 140개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다. 민주시민의식과 준법의식 함양을 위한 헌법교육 등 법교육 강화를 추진 계획의 일환으로 제시했다. 국민을 대상으로 준법교육을 시킨다고 해서 논란이 됐던 대목인데, 따로 교육을 시키지 않아도 국민들이 민주시민 및 준법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은 정부가 다음 두 가지 원칙을 확고히 하면 된다. 국가기관의 불법은 반드시 적발되어 엄하게 처벌된다는 원칙과, 이런 잘못된 행위를 신고하는 사람은 철저히 보호받는다는 원칙이다. 그러나 지난 대선 당시 여론조작을 통해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 국정원의 위법에 대해 아직까지 제대로 된 수사 진척을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전 동료를 통해..
김윤철 |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국민행복과 희망의 새 시대’를 국정비전으로 내건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다. 이전 정부들의 오류와 한계를 극복하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런데 ‘벌써’ 비판의 목소리가 들린다. 무엇보다 대통령직인수위가 발표한 국정목표와 전략 및 과제를 보면서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기초로 삼겠다고 한 ‘국정 구상안’에는 대선 때 약속했던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이 보이지 않고 후퇴했다. 경제민주화란 표현은 찾아볼 수 없고,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과 기초노령연금 정책 등의 적용범위와 시기가 축소되고 늦춰졌다. 또 박 대통령이 지명한 내각과 청와대 인사 중 경제민주화와 복지에 정통하거나 친화적인 인물도 보이지 않는다. 인수위 측의 항변은 이렇다. 경제민주화란 표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