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나는 그동안 밀양 송전탑, 삼척 석탄발전소 반대 집회 등에서 ‘외부세력’이란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그렇게 수도권에 산다는 이유로 ‘외부세력’이 되는 특권을 누렸던 내가 졸지에 내부자가 되었다. 내가 자리 잡은 마포구에 신규 소각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이다. 사실 나는 소각장 문제를 내 문제로 여긴 적이 없었다. 마포구청장, 서울시장 선거를 치를 때도 일회용 장갑에 반대해 주방 고무장갑을 끼고 투표했지만, 정작 선거에서 왜 쓰레기 문제가 이토록 쓰레기 취급을 받는지는 묻지 않았다. 현재 서울에 있는 소각장은 강남·노원·마포·양천구 4곳이다. 이들 소각장을 다 합쳐 하루 2200t의 생활폐기물을 소각하는데, 서울에서는 매일 생활폐기물 3200t이 쏟아진다. 나머지 1000t은 ..
과활동성 주의력 결핍장애(ADHD)는 산만함, 과잉행동, 충동성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최근 모 TV프로그램을 통해 ADHD를 가진 아이들의 행동문제와 부모들의 고통, 학교 친구들과 교사들이 겪는 어려움이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좋은교사운동’이라는 단체가 지난해 12월에 교사 2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만나는 정서행동위기학생 중 가장 많은 위기학생 유형은 ADHD 증상(79.6%)이라고 한다. 필자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공하는 보건의료빅데이터 개방시스템 자료를 살펴본 결과 지난해 ADHD환자 중 5~19세 소아청소년 환자는 7만1469명으로 2020년 6만299명 대비 18.5%가 증가했다. 2017년 4만9501명과 비교하면 44.4%가 증가한 것이다..
한국 드라마가 최근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재미있게 본 이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지금은 외국에서 한국 드라마를 찾아 보고 있지만, 수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외국 드라마를 찾아 보곤 했다. 필자는 이라는 미국 드라마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겨울이 온다(Winter is coming)”라는 드라마 첫 화의 제목은 극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스타크 가문의 가언(家言)이기도 한데, 드라마 중간에 반복적으로 등장해서 그런지 아직도 기억난다. 최근 국제정세를 보면 다가오는 겨울을 걱정하게 만드는 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왕좌의 게임이 진행 중이라는 생각이 든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각종 자원 가격이 급등했고, 유럽과 러시아의 가스관을 통한 에너지 게임은 한..
지난 5월 미국의 전설적인 벤처투자가 존 도어(71)가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11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스탠퍼드대학에 기부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기금을 바탕으로 환경과 에너지 기술, 식량 안보 연구와 관련한 기존 학과들을 재편해 ‘스탠퍼드 도어 지속 가능 스쿨’(Stanford Doerr School of Sustainability)을 설립하였다. 도어는 2006년 기후변화 문제를 다룬 영화 을 딸과 함께 본 뒤 기후변화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당시 10대 후반이던 도어의 딸은 “아빠 세대가 이 문제를 일으켰으니 아빠가 고쳐놓는 게 좋겠다”고 했다는데 부성애와 학습력이 겸비된 실행력이 놀랍다. 학구파로 알려진 빌 게이츠는 지난 6월 이 학교를 방문하고 블로그에 방문록을 남겼다. 사람의 배..
이건 아마 전 국민 궁금증일 테다. 고깃집에서 삼겹살 1인분을 주문하면 ‘애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이거 먹고 배가 찰까 싶다. 그러니 1인분에 그치는 일이 없다. 단언컨대, 건국 이래 건장한 남성 넷이 고깃집에 모여 4인분에 만족하는 사건은 일어난 적 없다. 고깃집 주인의 말을 들어보면 어지간한 사내 넷이면 적게는 6인분, 많게는 12인분도 주문한다. 어느 전직 운동선수 가족은 방송에서 소고기 16인분을 셋이 해치우기도 했다. 덩치 큰 넷이 나오는 다른 방송에서는 1인분만 먹는 걸 불명예로 여긴다. 아무렴 삼겹살 1인분 180g은 도무지 성에 안 찬다. 까닭을 알아봤다. 열량을 셈하면 이해된다. 보통 성인 남성은 하루에 2700㎉, 여성은 2000㎉를 먹어야 한다. 한 끼에 평균 780㎉를 섭취하면..
2019년 10월22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했다. 당시 최대 이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부정 의혹이었다. 예상대로 대통령은 국민이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의 불공정성이라며,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덧붙였다.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습니다.” 대통령이 입시제도에 관해 말할 수 있지만 큰 줄기나 방향 정도이지 ‘정시 비중 상향’이라고 콕 찍어서 얘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교육부 공무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20% 남짓이던 대입 정시모집 비율을 30%로 높인 ‘2022학년도 대입 방안’을 확정·발표한 게 불과 1년 전이었다. 하지만 교육부로서는 대입제도의 안정성..
지난 19일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 대한 국민 의견 7860건의 주요 내용을 발표했다. 8월30일 교육과정 시안을 국민참여소통채널에 공개하여 2주간 의견을 수렴한 결과이다. 이 중 도덕(1078건)과 보건(619건)에 많은 의견이 달렸는데, 그 주요 내용은 대부분 성평등, 젠더, 성소수자와 관련한 의견이었다. 공개된 시안들을 살펴보면 아주 특별한 내용들이 담겨 있지는 않다. 가령 고등학교 보건 과목은 다양한 성 개념과 섹슈얼리티 담론,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에 대한 지식·이해를 내용으로 하고 있고, 도덕 과목은 평가의 방향으로 ‘특정 집단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고, 이들에 대한 차별적 시각이 생기지 않도록 유의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중학교 도덕, 보건 과목도 성평등 실현 방안 추론, ..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을 정부에서 결정한다. 해외에서는 전력시장이 민간에 개방되어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경우도 있으나,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실질적으로 한국전력의 독점적인 구조이며, 독점의 폐해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 전력시장을 통제하고 있다. 2021년부터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였지만, 이는 전기요금을 자동적으로 연료가격에 연결시키는 것이 아니고 연료비 변화를 감안하여 분기별로 요금안을 정부에 제출하면 최종적으로는 정부가 판단한다. 최근 국제유가가 폭등하면서 전력의 생산원가가 대폭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전기요금의 인상을 상당 기간 유보하였고, 그 결과로 우리는 한국전력의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목도하고 있다. 물론 정부의 입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상황은 아니다. 전기요금은 서민물가와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