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동훈 | 전북대 교수·사회학 dhseol@chonbuk.ac.kr 외국인과 이민자들이 일을 하기 위해, 또 배우자와 함께 거주하기 위해 대한민국에 들어와 살게 되면서 여러 사회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인과 외국인의 일자리 경합, 외국인 범죄 등 부정적 측면이 없는 게 아니지만, 이들이 한국 사회에 기여하는 긍정적 측면이 더 크다. 외국인 노동자와 중국교포는 주로 음식점 종업원, 가사도우미, 간병인과 건설공사장, 공장, 양계·양돈장·도축장·어선 등 소위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3D 업종에 종사하면서 국내 노동시장의 빈자리를 메워주고 있다. 노동경제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극히 일부 업종에서만 외국인에 의한 내국인 일자리 잠식이 있을 뿐, 대부분의 업종에서는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범죄도 마..
강영주 영어교육컨설턴트 며느리가 시댁에 갔다. 여든이 넘으신 시어머니가 장을 보기 위해 여러 가지 살 것들을 적어 놓았다. 그런데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쪽지를 받은 순간 깜짝 놀랐다. tangle, dried laver, mackerel, radish 1, cucumber 3, ginger. “이게 뭐람?” 며느리는 오히려 시어머니에게 영어 단어를 여쭤봐야 했다. 위의 단어는 다시마, 김, 고등어, 무 1개, 오이 3개, 생강이라는 뜻이다. 이 이야기는 청주노인복지마을에서 영어 동아리를 운영하는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인데 여든 넘으신 시어머니의 실제 이야기다. 그 선생님은 80대 중반이지만 거의 10년 동안 어르신들을 위해 영어 동아리를 운영하시는 인기 만점의 영어 강사이다. 일흔이 넘은 학생들이 “Yo..
왕종근 방송인 반에서 1등 하는 학생과 꼴찌 하는 학생이 하굣길에 나란히 떡집 앞에 섰다. 1등 하는 학생은 “저 떡은 ‘콩이 박혔네, 이 떡은 맛이 없겠어”하고 분석만 하고 꼴찌 하는 학생은 “와~ 맛있겠다. 엄마 사다 줘야지”하고 떡을 샀다. 여러분의 자녀는 어느 쪽일까. 혹은 어느 쪽이기를 바라시는지. 고 2인 필자의 아들 재민이는 후자에 속한다. 적당히 공부 못하고 하굣길에 붕어빵이나 호떡을 자주 사오는 걸 보면 분명 후자에 속하고 나는 그런 아들이 좋다. 가끔은 ‘도대체 자식 하나 둔 죄로 신경 쓸 게 몇 가지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미안한 마음도 있다. 내가 자식을 위해 모든 걸 바치는 아빠는 아니기 때문이다. 자녀교육을 위해 학군 따라 이사하겠다는 생각도 없고, 아이를 외국에 유..
김영수·중국 전문가 항우와 유방의 천하쟁패를 다룬 는 못지않게 많은 사람들이 애독하는 역사소설이다. 가 7:3의 비율로 허구와 사실이 혼재된 소설이라면, 는 그 반대다. 이 때문에 흥미 면에서 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사실에 기반을 둔 스토리 전개인 만큼 실감의 정도는 를 뛰어넘는다. 의 명장면을 들라면 수도 없지만, 그중에서 항우와 유방의 운명을 뒤바꾼 ‘홍문연(鴻門宴)’이란 술자리는 2000년 넘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 왔고, 최근에는 이를 소재로 한 영화까지 만들어질 정도다. 홍문연은 항우가 유방을 죽이기 위해 마련한 술자리였다. 당시 천하의 형세상 연회에 가도 죽고 안 가도 죽는 상황에서 유방은 장량 등의 건의에 따라 예물을 지니고 홍문연, 아니 죽음의 술자리로 향한다. 항우가 홍문연..
김철웅 논설실장 필자는 러시아 특파원이던 1990년대 중반 모스크바 거리에서 희한한 광경을 접하곤 했다. 경찰이 순찰차 안에서 지나가는 사내를 불러 ‘도쿠멘트이(신분증)’ 검사를 하는 것이었다. 속절없이 불려가는 사내들은 대부분 까무잡잡한 피부의 체첸,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 등 카프카스 출신들이었다. 러시아는 당시 체첸과 내전 중이었고 카프카스 출신들 가운데 범죄자가 많다고들 했다. 아무리 그렇기로서 지나가는 사람을 마구잡이로, 그것도 차 안에서 불러 검문을 하다니. 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한다는 것인데, 대단한 사회적 차별구조의 표출로 느껴졌다. 어떤 사건이 특정 민족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만드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는 역시 9·11 테러다. 9·11 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
김영수 중국 전문가 인간의 생물학적 능력의 한계와 수명의 함수관계를 생각해본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신이 살아온 궤적을 회고하는 자기 성찰의 기회를 자주 가져야 한다. 그래야 인간의 무한한 능력과 그 한계의 균형점을 지혜롭게 찾아 적절한 때 물러설 수 있기 때문이다. 70대 노인에게 자신의 70평생을 10년 단위로 끊어서 정리하라고 했을 때, 누가 봐도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요령 있게 자신의 인생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 방면에서 가장 뛰어난 모범 답안을 제시한 사람은 아무래도 공자가 아닐까 싶다. 그는 자신의 70평생을 단 38자의 문장으로 개괄했는데 세상에서 가장 짧은 자서전 내지 회고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열다섯 무렵에 배움에 뜻을 두었고, 서른 무렵에 내 뜻을 ..
문한뫼 | 중학교 3학년생 요즘 한 친구가 집단 괴롭힘을 당하면서 썼던 일기가 공개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 아이의 일기가 뉴스에 나오는데 내용을 듣다 보니 내 경험이 떠오르며 오버랩됐다. 특히 이 부분이 가장 공감이 됐다. “학교 가기가 너무 두렵고 떨린다” “광활한 정글에 나 혼자 떨어진 것 같다. 무섭다” 나는 초등학교 때, 집단 따돌림을 당해 학교를 자퇴했다. 집에서 5년간 홈스쿨링을 하다가 중학생이 되어서 기숙형 대안학교에 들어갔는데 학교폭력은 대안학교에도 존재했다. 이미 초등학교 때 폭력에 익숙해져서 대안학교에 들어와서도 행동이 변하질 않는 것이다. 형들은 항상 ‘XX’ ‘병신’ 등 욕을 달고 살았고 후배들이 자신의 의견에 반대 의견을 내면 그걸 빌미로 방에 가두고 협박했다. 특히 나는 다..
현재 지역에 따라 다문화가족에게 병원진료비가 할인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전라남도 순천시의 경우, 외래진료는 본인 부담금 진료비의 20%, 입원진료는 15%가 할인되며, 건강검진은 입국 후 6개월 이내에 받으면 1회에 한해 무료로 받을 수가 있습니다. 또한 병원에 따라 다문화가정 진료센터를 운영하면서 진료비 할인 혜택을 부여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할인 혜택에도 불구하고 다문화가족들의 의료기관 이용률은 저조한 편인데요, 무엇보다도 의사소통의 불편하여 병원에 가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가족부, 법무부, 여성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동으로 조사한 ‘2009년 전국 다문화가족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다문화가족의 의료기관 이용 시 가장 힘든 점으로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