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브랜드 곰표가 맥주로? 어라 곰표 아이스콘까지? 햇반 아이스크림도 있네. 이마트24와 코오롱스포츠는 편의점에서 캠프닉(캠핑+피크닉)을 체험하는 공간을 차렸다. 어울린다고 생각지도 못한 브랜드들이 절묘하게 연결된 신상품으로 MZ세대의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다. 30년 전 심리학 수업시간에 부모로부터 양립할 수 없는 상반된 요구를 한꺼번에 받으면 자녀가 정신병에 걸린다고 배웠다. 그런데 웬걸, 이질적인 것들이 조화롭게 섞인 이 신박함에 놀란 소비자들은 앞장서서 입소문을 내고 있다. 존 엘링턴은 서문에서 스콧 피츠제럴드를 인용,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을 동시에 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능력이 있다면 최고의 지성을 가진 것”이라 정의하였다. 이 책은 2008년 금융위기처럼 흔치 않지만 한번 발생하면 재난상..
지난 2월20일 지중해와 맞닿은 그리스 서부 코르푸섬 해안에 몸길이 6m, 무게 3t에 달하는 민부리고래 두 마리가 떠밀려왔다. 이튿날 같은 종 한 마리가 근처 해변에서 발견됐다. 모두 건장한 성체였다. 수심 3000m 가까이 잠수하는 고래 세 마리가 동시에 해안에 좌초하는 건 굉장히 드문 일이다. 마침, 섬 근처 이오니아해에서는 석유기업의 조사선이 탄성파를 쏘며 해저 지질을 조사하고 있었다. 탄성파 조사는 해저 유전을 찾아내는 기술이다. 배에서 10초마다 쏜 음파가 최대 3000m 해저에 부딪혀 돌아오면 신호를 분석해 지층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멀리 퍼지는 낮고 강한 음파를 만들기 위해 3000기압에 달하는 초고압으로 공기를 압축하는데, 이렇게 쏘는 음파의 크기는 250㏈에 달하고 5㎞..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세계 각국의 경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우리나라도 지난 3월 소비자 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4.01% 상승하였다. 소비자 물가지수가 4% 이상 오른 것은 2011년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또한 휘발유와 디젤가격이 상승하고 전기요금 상승 논의까지 진행되면서 국민들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물가상승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므로 걱정이 크다. 이런 상황은 세계 각국이 석유와 석탄에 의존한 경제활동을 진행하면서 발생하게 된 보편적인 현상이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탄소 에너지에 의존하기 시작하면서 기후변화가 생겨나고, 다양한 재난에 직면하게 되었다. 현대 문명은 모래 위에 지어진 집과 같이 탄소기반이라고 하는 매우 허술한 기반 ..
며칠 전 나는 일회용 컵만 있는 한 동네 카페에서 할 말을 잊었다. 2018년 우리는 84곳의 프랜차이즈 카페를 돌아다니며 커피를 시켰다. 하루에 카페 4곳을 연달아 가거나 홍대 근처에 치중했다 싶으면 수원에 출몰해 같은 브랜드 카페에서 커피를 또 주문했다. ‘쓰레기덕질’ 회원들이 ‘어쩌면사무소’라는 카페에서 만나 의기투합한 결과였다. 그 당시에도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은 금지였으나, 실제 카페 내에는 일회용 컵만 즐비했다. 복장이 터진 우리는 발품과 커피값을 팔아가며 ‘컵파라치’가 되었다. 그 결과 조사한 카페 중 86.7%가 일회용 컵에 음료를 제공했고, 로고나 색을 입혀 재활용이 안 되는 컵도 90.5%나 되었다. 우리는 보도자료를 쓰고 캠페인을 하고 서명운동을 펼쳤다. 한 달 만에 대한민국 카페..
최고경영자를 위한 ESG 리더십 과정을 운영한 지 1년 남짓 되었다. 세상이 어찌나 빨리 변하는지 수업 내용을 업데이트하기 바쁘다. 최근 사례만 몇 가지 들어보자. 지난 15일 유럽연합(EU) 의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EU 27개 회원국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도입에 합의했다고 한다. 이는 탄소 배출 규제가 약한 국가가 강한 국가에 상품·서비스를 수출할 때 적용하는 관세로 사실상 추가 관세다. EU는 2030년까지 1990년의 55% 수준으로 탄소를 줄이기 위해 역내 기업에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동일한 탄소 배출에도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해외 경쟁사들로부터 역내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2026년부터 매년 100억유로를 거둬들..
“캠페인을 마치고 떠날 때는 남은 치약이나 비누를 배에 두고 오세요. 그게 미덕이에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직원이 환경감시선 승선을 앞두고 배에서 지내는 요령을 내게 물었다. 나는 배의 일과시간이나 멀미 대처요령, 식당 청소 당번 같은 걸 설명하다가 ‘소모품을 배에 두고 오라’고 조언했다. 그 말에 내 것 네 것이 또렷한 젊은 직원은 난처한 기색이었다. 불현듯 적선을 강요받기라도 한 표정이랄까. 그 반응에 나 역시 난처했다. 구구절절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린피스 환경감시선에는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인 환경운동가들이 섞여 있으니 독특한 장면이 많다. 그중 하나는 한번 배에 가져온 물자는 집으로 되가져가지 않고 어떻게든 여기서 소진한다는 암묵적 합의다. 비누나 치약을 쓰다 남으면 집으로 돌아갈..
기후변화가 심해지면 여러 가지 재난과 자연파괴 현상이 증가한다. 기후변화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지면 남태평양 섬나라들이 물에 잠겨 기후 난민이 발생하게 된다. 구상나무들이 봄과 가을철 가뭄으로 인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실감한다. 하지만 이런 피해는 남태평양이나 한라산 고지대 등에 가야만 볼 수 있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기후 재난을 피부로 느끼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과거보다는 여름이 길어지고 더 무더워졌다, 겨울에 눈이 적게 내린다는 정도를 체감할 뿐이다. 그래서 기후변화와 재난을 연결하는 것은 어쩌면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 같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세계 경제에 미칠 위험요인을 선제적으로 파악하기 위하여 매년 경제, 환경, 지정학, 사회 기술의 5개 분야별로..
‘양말목’을 아시는 분? 양말목이란 양말을 생산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잘려나가는 동그란 링 형태의 섬유 조각이다. 양말공장에서 양말 하나당 양말목 하나가 버려진다. 얼마 전까지 양말목은 쓰레기로 소각되는 운명이었다. 그러나 손으로 쉽게 뜨개질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었다. 나는 우리 집에 양말목 발매트와 방석을 깔면서 재활용 노벨상이 있다면 양말목 차지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던 중 재활용을 묻는 소비자의 질문에 “저희는 깨끗하고 색이 다양한 새 양말목을 판다”는 한 업체의 답변을 보게 되었다. 20년 전 1조5000억원이던 친환경 시장은 현재 약 30조원으로 20배 넘게 성장했다. 친환경이 돈이 되자 그린워싱이 춤추기 시작한다. 돈세탁처럼 환경을 해치면서도 환경을 위한 척 깨끗하게 세탁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