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의 어원은 들판이라고 한다. 파생어 ‘캠페인’은 들판에서 군대가 전개하는 공격작전을 뜻하다가 점차 조직적으로 벌이는 운동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시방 정당들이 대선을 앞두고 각 당의 ‘들판’에서 승리를 향해 ‘공격작전’을 펼치고 있다. 박빙의 승부라 공격의 날은 더 거세질 것 같지만 말을 무기로 싸우는 것이고 마감시간이 있어 작전은 종료될 것이다. 더 무서운 건 진짜 전쟁이다. 러시아와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놓고 일촉즉발 대치 중이다. 20년 넘게 장기집권해온 푸틴에게는 소비에트연방 시절의 위상을 회복하고 러시아의 옛 영화를 찾으려는 원대한 꿈이 있다. 새로운 동맹관계를 만들어 미국을 밀어붙이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 야심이 가능해 보이는 이유는 석유와 천연가스 때문이다. 러시아는 미국, 사우디아라비..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아틱 선라이즈호가 남극반도 끝 안데르손섬 가까이에서 멈춥니다. 낮고 두툼한 구름에 사방은 어둑합니다. 기온 0도. 밤사이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누그러들었습니다. 그린피스 대원들은 해안에 상륙할 수 있는 작은 보트에 연구원들을 옮겨 태웁니다. 보트는 얼음 조각을 피해 천천히 해안으로 다가갑니다. 연구팀 보로비치 박사는 뭘 알고 왔다는 듯 점쟁이처럼 해안 어디를 짚습니다. 보트는 천천히 해안으로 다가가 바닥에 자갈이 닿을 때쯤 엔진을 멈춥니다. 네모반듯한 부두는 없습니다. 정강이가 절반쯤 잠기는 바닷물에 장화 신은 발을 담그고 해안으로 걸어 오릅니다. 섬에는 과연 뭐가 있을까요. 보로비치 박사의 짐작이 들어맞았습니다. 섬에는 젠투펭귄이 둥지를 틀고 있었습니다. 박사는 그 수를 헤아립니..
새만금 간척지가 있는 전북 김제와 부안을 방문하면 지평선이 보이는 넓은 평야가 나타난다. 도로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직선으로 뻗어 있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평야지대이다. 광활간척지, 계화간척지 등 여러 곳의 간척지가 있는 곳이다. 이곳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매우 오랫동안 간척사업을 통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갯벌 간척의 역사가 겹겹이 축적되어 있는 곳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곳은 주변에 있는 선유도나 변산과 같은 관광지와는 달리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잊혀진 지역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쌀을 주곡으로 하는 벼문화권 국가이다. 우리나라는 국민 90%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지만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국민이 농촌에서 살던 농업국가였..
오늘 나는 포장 없이 알맹이만 팔던, 제로 웨이스트 가게 문을 닫는다. 공사로 변경된 부분을 원상복구하기 위해 마지막 출근을 하는 길이다. 공사업체는 이제 ‘분별해체’가 의무화되어 예전처럼 막 부술 수 없고 소재별로 철거해야 한단다. 그전까지는 인테리어 내외장재와 금속 골조, 폐콘크리트 등이 아비규환처럼 섞여 처리되었다. 따라서 통계상 높은 재활용률에도 불구하고 모래를 파헤치는 대신 폐자재를 재활용해 지은 건축물은 거의 없었다. 이제 모든 공사 현장에서 분별해체는 물론 순환자재를 30% 이상 사용해야 한다. 이후 ‘쫑파티’를 준비하러 망원시장에 갔다. 주메뉴는 배달음식으로 시키고 간단한 샐러드 재료와 과일만 사기로 한다. 프랑스에서 시행된 과일과 채소 플라스틱 포장 판매 금지법이 국내에도 시행되어 사과,..
누가 이길까? 큰 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결과 예측이 큰 이슈다. 구경 중 제일은 싸움 구경이라지만 국가의 미래가 걸린 문제라 편안하게 감상만 할 유권자는 없을 것이다. 선거를 40여일 앞두고서야 막장 소재가 사그라들고 정책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후보의 철학이랄까, 각 정당이 추구해온 뿌리 깊은 고민의 흔적이 잘 안 보인다. 그래서 시방 오르내리는 정책 대결, 인물 대결, 정당 간 대결이 과연 무엇을 위한 싸움인지 헷갈린다. 최근에 미국 대학교수인 후배가 페이스북에 한국 영화의 도깨비와 서양 영화의 마법사를 비교해 놓았다. 그중 우리 도깨비는 개인의 원한이나 사랑이 주요한 모티브라면 서양 마법사는세계의 위기나 평화를 위해 힘을 발휘한다는 분석이 인상적이었다. 원래 힘뺀 농담에 ..
남극 입구 ‘우수아이아(Ushuaia)’입니다. 아메리카 대륙 남쪽 끝, 남극과 가장 가까운 작은 항구도시입니다. ‘입구’라기보다 세상과 남극을 잇는 ‘관문’ 정도가 적당하겠습니다. 남극 대륙에 가려면 여기서 배를 타고 이틀간 드레이크 뱃길을 지나야 합니다. 저희 그린피스 환경감시선 ‘아틱 선라이즈’호도 남극해 보호 캠페인을 앞두고 음식과 필요한 물건을 실으러 여기 들렀죠. 코로나 돌림병 한가운데 이게 어쩐 일일까요. 여기 우수아이아는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합니다. 승객을 태운 승합차가 여기저기 바삐 달립니다. 카페와 기념품 가게는 문을 활짝 열었고, 식당은 손님들의 설레는 수다로 왁자지껄합니다. 먼저 다녀온 관광객들이 풀어놓는 무용담도 만만치 않죠. 주변을 둘러보면 면면이 다양합니다. 피부색도, 하는 말도..
서식지 훼손, 기후변화, 환경오염, 남획 등으로 1970년에서 2012년 사이 전 세계 척추동물 개체의 58%가 감소하였다. 육상생물의 38%, 담수생물의 81%, 해양생물의 36%가 줄어들었다. 앞으로도 2050년까지 2010년 대비 전 세계 육상생물의 10% 이상이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생물다양성 감소로 인한 보호의 필요성과 생물자원의 활용에 대한 관심이 확대되면서 각국의 국제적인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는 생물다양성의 보전 및 생물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과 공평한 이익 분배를 목적으로 생물다양성협약을 채택하였다. 생물다양성협약의 국제적 실행을 위해 협약 당사국들은 1994년부터 당사국 총회를 개최하여, 국가별 이행 확인과 국가 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2010년 제..
누가 이길까? 요즘 초미의 관심사다. 엎치락뒤치락 중인 가운데 대선의 승자는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시장에서는 승자 되는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ESG라는 용어의 기원을 살펴보면 이해가 된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칭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척도이다. 이 용어는 2004년 말 유엔 글로벌콤팩트에서 작성한 보고서 ‘Who Cares Wins-Connecting Financial Markets to a Changing World’에 처음 등장하였다. 거칠게 직역하자면 변화하는 세계와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를 돌보는 쪽으로 돈을 움직이는 사람이 결국 시장의 승자가 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