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세상]텃밭이 진짜 강의실이다 이문재 | 시인·경희사이버대 교수 창밖 옥상을 볼 때마다 맥박이 빨라졌다. 지난해 여름 방수공사를 마치고 초록색 칠을 해놓은 뒤로 부쩍 심해졌다. 문전옥상을 문전옥답으로 만들어야지. 4층 복도에서 내다보이는 3층 옥상은 어릴 적 내 고향집 텃밭보다 두 배는 컸다. 1층에 실내 농구코트가 있으니, 80평은 족히 넘을 것이다. 저기에 흙을 덮든지 화분을 갖다놓으면 그대로 밭이 될 텐데…. 옥상을 마주할 때마다 입안에 단침이 고였다. 녹지 비율이 국내에서 가장 높은 캠퍼스. 설립자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에도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그 사이 새 건물이 들어서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60년 넘은 소나무가 그대로 서 있다. 교시탑의 목련도 30년 전 그대로였고..
류점석 | 비교문학자 소한에서 대한으로 넘어가는 길목이다. 설을 쇠면 엄벙덤벙하는 사이에 입춘을 맞이할 거고, 이후엔 선량을 꿈꾸는 정치지망생들이 개구리보다 먼저 깨어나 왁자지껄 한바탕 한반도를 달굴 것이다. 지난해 이맘때와는 확연히 다른 날씨다. 얼추 삼한사온의 겨울철 냉온주기를 유지하고 있다. 북향의 그림자에 덮인 곳에서나 잔설을 볼 뿐, 눈발도 그리 흔치 않다. 예년의 동장군 위세에 비할 바 없이 다감한 이 겨울에 나는 철 이른 봄볕을 갈망한다. 추워서 그런 게 아니다. 언 땅을 녹이고 흙에 스민 생기와 햇볕이 피운 온기를 버무려 새싹을 틔워내는 대지의 활력을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난가을 느지막이 나는 이제껏 방치하다시피 한 텃밭에 중장비를 불러들여 ‘공사’를 벌였다. 비스듬한 밭둑에 직선의..
황상규 | SR코리아 대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심의 중인 가운데,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끝나기 무섭게 국내 항공사들이 유럽연합(EU) 배출권거래제에 편입되었다. 이번 조치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205만t과 78만3000t의 온실가스를 할당받았는데, 2013~2020년에는 각각 194만t과 74만5000t으로 줄여야 한다. 만약 이를 초과하여 배출하게 되면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충당해야 한다. 한국교통연구원 분석에 의하면, 향후 국내 항공업계가 추가 부담하게 될 비용은 올해 60억원, 내년 12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일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지만, 이는 몇 년 전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EU는 이미 2007년부터..
[녹색세상]평화의 노래 황대권 | ‘야생초 편지’ 저자 며칠 전 국회에서 제주 해군기지 사업에 대한 내년도 예산의 90%가 삭감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많은 시민활동가들이 그 소식을 듣고 환호성을 질렀지만 결코 경계의 눈초리를 늦춘 것은 아니다. 이 사업을 저지하기 위해 전국에서 수많은 평화활동가들이 모여들었는데 참여자의 면면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활동의 양상도 다양했다. 그 가운데 가장 돋보인 것이 현지에서 개별적으로 활동하다 만난 세 젊은이가 밴드를 만들어 신명을 돋구기 시작한 것이다. 이름하여 ‘신짜꽃밴드’. 신나고 짜릿한 꽃밴드란다. 어찌 보면 철없는 아이들 같은 이들의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흥겹게 몸을 흔들며 따라 하다가도 가슴깊이 파고드는 진실성에 옷깃을 여미게 된다. 그야말로 투쟁의 현장에서..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교수 지난 15일 발생한 ‘전국적 규모’의 정전은 1960년대 이후 처음인 것 같다. 미국과 일본에도 없는 고압(765㎸) 송전망에다 국토면적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집적도를 자랑할 정도로 걱정 없이 투자비를 쓴 국영독점전력산업이 큰 사고를 쳤다. 이상고온, 무절제한 소비 등 많은 이유들이 변명처럼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전력수요 하계성수기가 다 지난 지금 7800만㎾ 설비용량을 가지고도 6700만㎾ 정도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예고방송도 못하고 다급하게 정전을 단행한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더욱이 예상외(?) 수요 증가량이라는 게 공급능력의 2.5% 수준인 200만㎾ 정도에 불과하다. 대통령의 직접 점검이 없었다면 값싼 전기를 낭비한 소비자 탓으로 쉽게 결론지었을..
경향신문 노응근 논설위원 전국적인 정전 대란 이후 ‘블랙아웃(blackout)’이란 생소한 전문용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와 한전이 “전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때 발생하는 블랙아웃을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30분씩 순환 정전을 실시했다”고 발표하면서다. 자칫 나라 전체의 전기 공급이 셧다운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블랙아웃이란 도시나 넓은 지역의 전기가 동시에 모두 끊기는 최악의 정전사태를 말한다. 보통 전력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나 전력망 설계의 취약성에 기인한다. 블랙아웃이 발생하면 해당 지역은 온통 암흑천지가 되고 모든 기능이 마비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발전시설을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려 피해는 더욱 커진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국전력 본사에서 정전사태에 대해 관..
김호수 | 뉴욕시립대 스테튼 아일랜드 캠펴스 사회학과조교수 5월11일은 정부가 제정한 입양의 날이다. 지난 55년동안 ‘혼혈아동, 기아, 미아, 결손가정아동, 장애아동, 미혼모의 아이들’이라는 이유로 해외로 입양 보내어진 아동이 약 20만 명에 이르며, 국내에서 입양된 아동도 약 6만 여명에 이른다. 이처럼 입양을 권장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입양이라는 선택 아닌 선택을 해야만 하는 친생 부모의 상황에 대한 관심은 전무하다. 지난 세월 동안 입양은 사정상 키울 수 없는 자식을 다른 누군가가 키우는 아름다운 실천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안전망과 복지의 미비로 인한 필연적인 결과였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번 입양의 날은 자식을 떠나 보낼 수 밖에 없었던 수 많은 친생부모들의 상실을 애도하면서, ..
김도현 | 해외입양인센터 뿌리의집 원장 5월 11일은 입양의 날이다. 그런데, 귀환입양인단체 ‘TRACK(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 모임)’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고, ‘뿌리의 집’이 뒤따르고, ‘한국미혼모가족협회’와 ‘한국한부모연합’이 거들면서 같은 날 5월11일을 ‘싱글맘의 날’ 로 기념하기로 하고, 기념 국제 컨퍼런스와 기념행사를 준비 중이다. 기념 국제 컨퍼런스는 이 날 하루 종일 한국사회복지공동모금회 대강당에서, 기념행사는 낮 12시에 광화문교보의 선큰가든에서 열기로 했다. 영아 일시보호소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위탁가정이나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를 돌보고 있다. 입양의 날에 맞추어서 싱글맘의 날을 지키겠다는 것은 일종의 대항담론이라고 할 수 있다. 입양의 뿌리에는 가족해체가 있고, 특히 미혼모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