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호환|서울대 교수·역사교육 우리 역사 속에서 국가가 성립된 이래, 후세에 대한 교육의 큰 틀은 언제나 제도적인 차원에서 그 정비가 이루어져 왔다. 후세를 가르쳐 국가의 동량으로 키우는 일은 실로 국조장구(國祚長久)를 위해 필요불가결한 과제였고, 급변하는 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기본이었다. 교육의 목적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고 동시에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교육 정책의 목적은 ‘학습부담 경감’이고, 이를 위한 제도 개혁의 결과는 공교육 부실과 학생들의 학교이탈, 그리고 체감 학습부담과 사교육비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최근 교육과정상 한국사를 필수화하고 5단위(1, 2학기로 나누어 할 경우 1..
김우열 / 서울시교육청 기능직공무원 "그게... 가능해요?" 눈을 크게 뜨고 되물어 본다. 교육시설공사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오는 반응이다. 교육활동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담는 그릇이 교육시설이다. 과거에는 소프트웨어가 부족해서 교육시설의 필요를 못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 교육활동의 질은 높아졌으나 교육시설의 질이 따라주지 못해 교육활동의 질까지 낮추는 경우가 많다. 주로 교육시설공사의 근본적인 부실 때문이다. 시설의 계획과정이 중요하다. 과다 대충 계획한 프로젝트는 업자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고 예산이 새는 통로가 된다. 시설의 생애 과정에서 계획과정이 제일 중요하며, 시공보다 중요하다. 학교시설에 학교에서 감당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 교육청 기술직에게 연락한다. 문제는 이들이 눈으로..
이기영 초록교육연대 상임대표, 호서대 교수 요즘 카이스트에서 일어난 학생들과 교수의 연속 자살로 대학의 무한경쟁과 기업화 분위기에 제동이 걸렸다. 명문대는 세계 최고수준의 대학에 진입하기위해, 지방대는 살아남기 위한 골육지책이라며 무한경쟁에 매몰되어왔다. 그러나 우수한 저명교수들의 자살도 줄을 잇는 등 승자도 패자도 불행한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지금부터라도 무한경쟁을 멈추고 황폐화되어가는 세상을 되살리기 위해 공감과 협력을 바탕으로 상생의 문화를 만드는 인간교육을 시작하자. 북극의 툰드라지역에는 레밍스란 들쥐들이 집단으로 서식하는데 설원을 떠돌아다니며 살아 나그네쥐라고도 불린다. 레밍스는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먹이가 빨리 고갈되면 집단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제일 빨리 뛰는 1등 쥐가 한쪽으로 뛰면 다른..
우정렬 부산 혜광고 교사 현재 일반계 고교에서 제2 외국어를 선택하는 학생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세계화와 개방화 시대에 역행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기 그지없다. 2009년에 71만 7천명까지 배웠던 학생수가 작년에는 59만 6천여명으로 불과 1년만에 12만 9백여명이나 줄어들어 격세지감이며 과연 일선고교에서의 외국어 교육이 이래도 되는지 곱씹어볼 때가 아닌가 싶다. 오로지 영어 하나만 하면 만사가 형통한다는 식의 외국어교육은 다원화되고 세계가 한 울타리화되어 가는 현 시점에서 너무나 편견적이고 근시안적이며 무책임한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이처럼 제2 외국어 학생수가 급감한데는 교과부가 2009년에 발표한 교육과정 자율화 방안에 의해 작년부터 제 2 외국어 이수 의무조항이 폐지되고 각 대학에서 제2 외..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날치기. 엊그제 여당의 내년도 예산안과 부수법안 단독처리 행태를 이렇게 부른다. 갑자기 날치기란 말의 정확한 뜻이 궁금해졌다. 검색해보니 “남의 물건을 잽싸게 채어 달아나는 짓” “남의 물건을 잽싸게 채어 달아나는 도둑” “법안을 가결할 수 있는 의원 정족수 이상을 확보한 당에서 법안을 자기들끼리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일”이라고 나와 있다. 세 번째 용례가 사전에 버젓이 올라와 있다는 게 부끄러우면서도 날치기가 애초에 ‘남의 물건’을 채어가는 짓이란 게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 날치기는 비단 국회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지난 7일에 있었던 국가에너지·전력수급·천연가스수급 기본계획 등 3가지 에너지 관련 기본계획 시안에 대한 공청회도 일종의 ‘..
임석민 한신대교수·해운경영학 거대한 토목사업이 꿈틀댄다. 국토해양부가 중국·일본·제주도까지 해저터널을 뚫는 사업을 검토중이다. 국토부 용역을 받아 제주터널을 검토해온 교통연구원은 목포~해남(66km)은 지상으로, 해남~보길도(28km)는 해상다리, 보길도~추자도~제주도(73km)는 해저터널로 건설해 전체 167㎞를 연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한중·한일 해저터널을 연구중인 교통연구원 철도교통연구실장은 “두 해저터널 건설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고, 교통연구원장은 “3개의 해저터널 모두 미래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데, 제주터널(167km)은 2010년대 후반, 한중터널(341km)은 2030년대, 한일터널(222.6㎞)은 2050년대에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제시하고 ..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 중국학) 최근 중국이 백두산 서쪽 자락에 대규모 원자력발전소를 세운다고 한다. 총공사비 850억위안(14조4500억원)으로 125만㎾ 가압경수로 AP-1000형 원자력 발전설비 6기를 설치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부족한 전력 문제 해결과 낙후한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보면 225억위안(3조8000억원)에 이르는 연간 전력 생산량과 45억위안(7650억원)으로 추산되는 징위현의 연간 재정수입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러나 원전 건설입지가 백두산 화산대 지진 다발지역이어서 중국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적지 않다. 지난달 중국·러시아·북한의 접경지역인 두만강 유역에서 리히터규모 6.5의 지진이 일어난 것을 보면 우리에게도 발등의 불이 아닐 수 없다. 백두산 천지 (경향신문 D..
권혁범 (대전대 교수.정치언론홍보학) 폭설이 모든 것을 덮어버렸다. 예산안이 국회에서 야당과의 합의 없이 통과된 것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초대형 원자력발전소 건설 공사권을 따낸 것에 대한 작은 논란도. 충격적인 것은 후자, 즉 한국전력이 원전 계약을 따낸 사실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한국 주류 언론의 보도가 ‘용비어천가’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경험으로 한전에 결정적인 충고를 했을뿐더러 한국의 시민들이 모르는 사이에 막후에서 집요한 설득작전을 폈다는 사실을 앞다퉈 보도했다. 이 대통령이 이러한 ‘기적’을 마무리하기 위해 UAE로 날아가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한국의 뉴스 방송시간에 맞추어 생방송 회견까지 한 행위는 이해할 수 있다. 정치적 효과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