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 변호사 나는 지난 주말에 불법을 저지르고 왔다. 나를 고발하라. 내가 저지른 불법은 밭에 감자를 심은 것이다. 땅콩도 심고, 호박도 심었다. 평화로운 강가의 밭에서 따스한 햇볕을 쬐며 일을 했다. 내 마음도 평화로웠고, 주위의 사람들도 평화로웠다. 자연은 편안하게 우리를 감싸주었다. 그러나 이런 행위가 불법이란다. 팔당 두물머리 이야기다. 현 정부는 4대강을 살린다면서 4대강을 파괴해 왔다. 거센 반대운동에도 불구하고 4대강 공사는 거의 마무리되었다. 그렇지만 마지막까지 저항하며 남아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팔당 두물머리이다. 정부는 수도권의 대표적인 유기농업 단지였던 이 지역에 자전거도로를 낸다는 어처구니없는 계획을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유기농업을 하던 두물머리 농민들이 이에 저항해 왔다..
윤장근 aT농식품유통교육원 원장 농식품 분야는 최근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연평균 3.3%씩 꾸준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세계 식품시장은 2020년에는 6조4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 식품기업인 네슬레는 지난 매출액이 1120억달러, 우리 돈으로 약 126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렇다보니 세계 각국이 농식품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중요한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국내 식품산업 역시 2001년 70조원 규모이던 것이 2009년에는 131조원으로 2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러한 상승세를 바탕으로 우리나라도 농식품 산업을 2017년까지 245조원 규모로 성장시키기 위해 식품산업진흥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농식품 산업도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
이필렬 | 방송대 문화교양학부 교수 30년쯤 전에 독일에 유학갔을 때 나는 생수를 사서 먹을 돈이 없어 수돗물을 마셨다. 그때 선배 유학생들은 독일의 물에는 석회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끓여 먹어야 한다고 권했다. 한국의 물이 훨씬 좋다는 말을 곁들이면서. 당시에 나는 그 말을 믿었다. 물을 끓이거나 설거지를 하고 나면 주전자나 그릇에 부옇게 석회가 끼는 것이 찜찜해서 물을 팔팔 끓여 석회를 제거한 후 차를 만들어 마셨다. 수돗물을 받아서 그대로 마신 적은 거의 없다. 유학가기 전 여름에 목이 마를 때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차가운 물을 먹던 버릇도 완전히 없어졌다. 이제는 정반대가 되었다. 독일에 가면 수돗물을 그냥 마신다. 차를 끓이는 게 번거롭기도 하지만, 염소가 들어있지 않은 수돗물 맛이 꽤 괜찮기 ..
류점석 | 비교문학자 지난 주말에 강아지 한 마리를 들여와 키우고 있다. 작고 앙증맞아 노리개 삼아 안고 뒹굴 수 있는 애완견이 아니다. 어미는 진돗개 잡종이고 아비는 사냥감을 잘 회수한다는 리트리버다. 덩치로 보나 넘치는 기운을 해소하려는 활력으로 보나 아파트에서 키운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녀석이다. 또한 평소에 공동주택에서 들리는 과도한 개 짖음이 이웃을 곤혹스럽게 한다는 것을 경험하기에 많이 망설였지만, 텃밭에서 키울 요량으로 데리고 왔다. 종의 경계를 넘어 사람의 보살핌을 받고 자라는 요즘의 개를, 주마다 두세 번 가는 정성으로 키우겠다는 심산이 통할지 문제다.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굳이 그 개를 키우려는 까닭이 있다. 어미는 ‘삼발이’라는 이름으로 짐작하겠지만 사고로 앞발을 하나 잃어 다리가 ..
이문재 | 시인 큰소리를 쳤지만 내심 걱정이었다. 담당자는 강좌 제목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나를 위한 글쓰기’라니, 흡인력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밀고 나가기로 했다. 시 창작이라면 몰라도, 나는 일반인을 위한 글쓰기 전문가가 아니었다. 특별한 목표를 성취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었다. 시민들을 대면해본다는 데 의미를 두었다. 10명 미만이면 강좌를 개설하지 않기로 했다. 23명이 모였다. 일단 안심이었다. 자기소개는 시키지 않았다. 서로 글을 접하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글쓰기의 필요성, 목표, 방법 등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한 다음, 엄포를 놓았다. “8주 뒤, 여기 앉은 분들 중 절반이 남아 있으면 기적입니다.” 나는 태반이 중도에 탈락할 것이라고 예..
이필렬 | 방송대 문화교양학부 교수 내가 굴업도라는 섬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1994년 문민정부의 핵폐기장 건설계획 발표를 통해서였다. 안면도에 핵폐기장을 건설하려다 주민들의 격렬한 저항을 겪은 정부는 몇 년 후, 무인도나 다름없는 굴업도를 후보지로 선정하였다. 이유는 그 섬이 핵폐기물 처분에 가장 적합한 곳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저항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모섬인 덕적도 주민들이 일제히 반대운동에 나섰고, 덕적도가 속해 있는 인천에서도 호응이 크게 일어났다. 싸움은 1년 이상 지속되었고, 김영삼 정부는 결국 활성단층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구실로 굴업도 핵폐기장 건설 계획을 포기했다. 그토록 어렵게 지켜낸 이 섬의 대부분을 몇 년 전부터 어떤 재벌이 사들여 골프장..
이유진 녹색연합 녹색에너지 디자인 팀장 지난달 요코하마에서 열린 탈원전세계대회는 일본의 반핵운동이 환경단체를 넘어 대중운동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등록을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은 인기가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고, 생활협동조합, 학생조직, 아이를 둔 엄마들, 아이돌 스타 등 1만여명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유럽의회 의원, 요르단 국회의원, 호주 녹색당 의원과 세계 원전전문가 등 국외 참가자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지속가능에너지정책연구소의 이이다 데쓰나리는 개막 연설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통해 ‘벌거벗은 임금’ 원자력 마피아(원자력 관련 이익집단)의 실체와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후 후쿠시마 지역민들은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고 있고, 일본 전역에 퍼진 방사성물질은 땅과 강, 바다, 먹을거리를..
황대권 | ‘야생초 편지’ 저자 학창 시절 함께 그림을 그렸던 친구로부터 서울 북촌에 있는 아트선재센터에서 도자기기획전을 열고 있으니 와보라는 연락이 왔다. 친구는 지난해에 경기도 이천에서 열리는 국제도자비엔날레의 총감독을 맡았으나 출품작의 예술적 의미보다 정치적 전시효과에 더 신경을 쓰는 주최 측과 갈등을 빚다가 도중에 사퇴한 바 있다. 이 전시회는 말하자면 그때에 자신이 직접 섭외한 작가들을 따로 모아 뒤늦게 여는 것인 셈이다. 처음엔 그렇고 그런 아방가르드 기획전이려니 하고 들어섰다가 예상치 않은 충격과 감동을 먹고 평소 함부로 불렀던 친구를 새삼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지난해에 친구의 의도를 이해하려 하지 않았던 공무원들 가운데 이 칼럼을 읽는 이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전시장엘 꼭 가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