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환 | 귀농본부 텃밭보급소장 요즘은 5월에 심은 고추, 오이, 호박, 토마토 등 과채류 모종들에 웃거름을 줄 때다. “웃거름으로 뭐가 좋아요?” “오줌이 최고이지요.” “오줌을 어디서 구하죠?” “오줌, 안 누세요?” “…?!” 거름에는 작물 심기 전에 주는 밑거름이 있고 작물이 자랄 때 주는 웃거름이 있다. 웃거름으로는 작물이 흡수할 수 있는 액체비료, 곧 액비를 준다. 보통은 화학비료인 요소비료를 물에 타서 주지만 나는 액비 대용으로 오줌을 쓴다. 오줌도 요소비료이긴 하지만 화학비료보다 결정적으로 좋은 점이 있다. 오줌에는 유산균이라는 유익한 미생물이 있기때문이다. 유산균은 식중독균과 같은 병원성 세균을 죽이는 살균 능력이 뛰어나다. 이런 유산균이 토양 속에 들어가면 토양을 아주 건강하게 만든다...
황대권 | ‘야생초 편지’ 저자 차를 타고 전남 장성에서 시작해 인근의 영광, 고창 등지를 돌다보면 도로 이편저편으로 잔디밭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멀리서 보면 마치 골프장이 들어선 것처럼 보인다. 하긴 여기에서 길러진 잔디가 결국 골프장으로 가기는 한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잔디금이 좋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농민들이 앞다투어 논밭을 갈아엎고 잔디밭을 만든 까닭이다. 통계를 보면 지난해 장성군 혼자서만 전국 잔디 공급의 62%를 차지했다고 하니 현재 이 지역의 잔디열풍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골프장이나 도심 공원의 잔디밭에 서면 기분이 상쾌해지고 발걸음이 절로 가벼워지는데 이곳은 같은 잔디밭이지만 전혀 그런 기분이 들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잔디밭 주인으로부터 호통이나 듣지 않을까 싶어 주위를..
이일영 | 한신대 교수·경제학 ‘수구적 진보’ 정치인들의 추태가 이어지고 있다. 이제 대중은 이들을 정파나 계파를 만들어 담합하고 자리를 나눠먹는 세력으로 확연히 인식하게 되었다. 특히 통합진보당의 경우 민심과 상식의 흐름에서 동떨어진 이들이 확고한 세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의 대중정치 기반은 이미 사실상 붕괴되었다. 고립을 자초한 이들의 정치적 소멸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수구적 진보 정치인들의 실언은 낡은 이념과 가치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그간 한국의 진보 이념은 시장원리보다는 국가 개입을 선호하고 반미(反美)와 남북 통합을 중시하는 것을 기본 내용으로 해왔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이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미국의 헤게모니 약화와 중국의 대국주의 확장 가능성이 ..
이일훈 | 건축가 창덕궁·창경궁과 종묘는 원래 자연지형 위에 연결되어 조영(造營)되었는데 일제 식민통치시절에 민족혼 말살정책으로 그 둘이 갈라졌다. 왕궁과 왕가의 사당을 잇는 지형적 맥락을 끊어 역사성을 결딴내고 조선의 자존심을 훼절하려는 흉계였다. 창경궁에 동물원·식물원을 설치하고 궁을 원으로 격하시켜 유원지를 만들고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벚꽃나무 수천그루를 심고는 밤 벚꽃놀이를 즐겼다. 그것도 모자라 뚫은 길이 지금의 율곡로다. 그러자 돈화문 앞에서 에둘러가지 않고 질러가게 되었다. 지금은 서울 도심 동서방향의 주요 도로 중 하나인데 상습정체가 일어난다. 서울시에서는 교통난을 던다고 차선을 더 늘린 지하도 위를 덮어 문화재를 복원한다며 ‘율곡로 도로구조 개선공사’를 하고 있다. 도로구조를 개선하는 ‘공..
박기현 | 에너지경제硏 부연구위원 지난해 9월 늦더위 폭염 때 전력수요 급증으로 초유의 정전사태를 겪은 악몽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지난주 한때 예비전력이 316만㎾로 내려가 전력예비율이 4.9%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하절기다. 대부분 기간 동안 예비전력이 400만㎾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8월 3~4주간은 150만㎾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부는 최근 시민단체와 함께 전력 수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절전캠페인 추진협의회를 발족했다. 정부는 또 6월14~21일을 국민발전소 건설주간으로 선포하고 4대 실천요령과 핵심정책을 발표했다. 국민발전소란 국민들의 절전이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는 의미다. 4대 실천요령은 전력 피크시간대인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전기절약, 냉..
이문재 |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slownslow@naver.com 자전거 보관소와 낮은 시멘트 담 사이 좁은 공간. 내다버린 화분 20여개가 한 줄로 늘어서 있었다. 제법 큰 화분이었다. 벤자민이나 남천 같은 키 큰 나무를 감당할 만한 크기였다. 겨우내 버려졌던 화분들이 날이 풀리자 ‘텃밭’으로 바뀌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고추를 정성들여 키우고 있었다. 하얀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고추꽃은 앙증맞을 정도로 작고 하얗다. 저렇게 소극적인 꽃이 그렇게 매운 열매를 맺다니, 볼 때마다 신기했다. 지난주 일요일 오전, 자전거를 가지러 가다가 보았다. 한 할머니가 화분 근처에서 허리를 굽히고 있었다. 붓을 들고 있었다. 자루가 가늘고 긴 수채화 붓으로 고추꽃을 하나하나 건드리고 있었다. 인공수분을 하는..
한창훈 소설가 오래된 유머 중에 이런 게 있다. 바늘로 코끼리 죽이는 법 세 가지. 하나, 죽을 때까지 찌른다. 둘, 한 번 찌르고 나서 죽기를 기다린다. 셋, 기다렸다가 죽기 직전에 찌른다. 섬에서 하는 풍어제는 첫 번째 방법을 쓴다. 고기 많이 잡게 해달라고 용왕님한테 제(祭)를 올리는 거라서 용왕제라고도 하는데 해마다 5월이면 빠뜨리지 않고 해오고 있다. 많이 잡히면 많이 잡혀서, 어장이 신통찮으면 발복축원을 비는 심정으로, 어중간하면 또 그런 대로 착실하게 도장을 찍어왔다. 잘되면 내 탓, 못 되면 귀신 탓이 이곳에서도 유용하기 때문이다. 생선이 많이 잡히면 내가 기술이 좋아서, 안 잡히면 용왕이 심술을 부렸거나 아니면 직무유기의 게으름에 빠졌기 때문에 그렇다고, 우선 나부터 떠들고 다닌다. 올해..
황상규 | SR코리아 대표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1년여 만에 도쿄를 거쳐 후쿠시마를 다녀오게 되었다.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도 하고, 후쿠시마에서 300㎞ 떨어진 도쿄 시민들의 삶의 모습도 궁금해서다. 방사능은 다른 오염원과는 달리 아주 객관적으로 오염도를 잴 수 있다. 측정 결과 당초 도쿄가 조금 높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서울과 도쿄 시내 거리의 방사능은 0.10~0.15μ㏜(마이크로시버트) 정도로 환경 방사능 수치는 비슷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가지고 간 방사능 계측기가 가리키는 수치는 후쿠시마로 다가갈수록 점점 높아졌다. 후쿠시마역을 100㎞ 정도 남겨둔 상태에서 0.25μ㏜ 수준으로 올라가더니 역에 도착했을 때는 0.40~0.45μ㏜ 수준으로 높아졌다. 후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