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래잡이 재개 방침을 밝혀 국내적 반발은 물론 국제적 망신을 자초했다. 비록 과학 연구 목적이고, 우리 수역에 국한할 것이며, 어업 피해가 크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 상업포경을 겨냥한 것임을 만천하가 알기 때문이다. 엊그제 파나마에서 열린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발표한 정부 대표의 연설문에도 “울산 등 한국 일부 지역에 고래고기를 먹는 전통이 선사시대부터 있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문구에 이렇게 일부 지역의 제한적인 식문화를 언급한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먼저 묻고 싶다. 인간에 의해 가장 크게 희생된 고래는 전 세계가 보호에 심혈을 기울이는 ‘지구환경의 지표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린피스를 비롯한 세계 환경단체가 가장 발벗고 나..
안철환 | 귀농본부 텃밭보급소장 본격적인 장마다. 농사에서 제일 극복하기 힘든 게 장마다. 온갖 병이 이때 찾아든다. 고추의 탄저병, 역병, 오이의 노균병 등 세균과 곰팡이 병에서부터 벌레 피해까지 다양하기 그지없다. 장마에 대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물빠짐을 좋게 하는 일이다. 물이 고일 곳은 없는지 물 흐름을 막고 있는 턱이나 병목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옥상 텃밭 같은 경우 약간의 쓰레기만으로도 배수구멍이 막힐 수 있다. 장마철이라고 해서 매일 비가 오는 것은 아니다. 폭우가 지나가고 다음 비가 오는 중간에도 농부의 손길은 소중하다. 폭우는 흙이나 거름을 쓸어간다. 상자텃밭의 경우 흙은 쓸고 가지 않더라도 거름이 흙 밑으로 빠져나간다. 장마 기간 중간에 웃거름을 주어야 하는 것이 이 때..
어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리원전 1호기의 재가동을 허용했다. ‘후쿠시마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정전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가동이 중지된 지 4개월도 안돼 내린 결정이다. 안전위는 “전력계통, 원자로 압력용기, 장기가동 관련 주요 설비, 제도 개선 측면을 총체적으로 점검해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하나 주민 불안과 불신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증폭시킨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고리1호기의 안전성 문제는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이미 끝난 설계수명을 연장한 ‘노후 원전’이며, 전체 사고·고장 건수의 20%를 차지하는 ‘사고 원전’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중고부품, 짝퉁부품, 납품비리 등으로 ‘비리 원전’이라는 오명까지 얻고 있다. 그제는 고리원전 반경 5㎞ 안에 20년 이상 살았던 일가족 3명이 ..
박찬운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주 제주도 올레길 제7코스를 걸었다. 강정리에 도착하자 수려한 풍광의 해안가와 거대한 해군기지 공사현장이 동시에 두 눈에 들어왔다. 착잡함이 밀려왔다. 이제 이 천혜의 비경은 영원히 안녕인가. 그 날 석간보도가 약간의 위안을 주었다.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와 관련하여 이를 심의해 온 국립공원위원회가 그동안 문제된 대청봉을 비롯한 국립공원 6곳에 대해 부결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천만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백면서생에 불과한 나라도 이번만은 참을 수 없어 대청봉 정상에 올라가 결정철회를 요구하는 메아리 없는 격문을 읽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지난 몇 년을 돌아보면서, 나는 자연을 바라보는 대한민국 사람들의 세계관이 위험천만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진단한다. 대한민국의 ..
김주영 | 전국전력노조위원장 5월 초부터 한전은 전력수급비상체제에 돌입해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1년 중 불과 3~4개월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전력수급에 항상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는 것이고, 이 때문에 발전소를 비롯한 전력설비의 점검과 정비를 제대로 할 수 없어 위기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왜 이러한 문제가 생겼을까? 단언컨대 이는 정부 정책의 실패 때문이다. 정부는 전력산업의 경쟁체제를 통해 값싼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며 한전을 분할해 발전부문의 경쟁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전력 수요의 급증으로 전력이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공급자에게 비싼 값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길을 터주게 됐다. 결국 수요가 증가해 공급이 부족하면 부족할수록 전력가격은 상승하게 되고, 한전은 ..
장정욱 | 일본 마쓰야마대 교수 국정을 논하는 이들은 눈앞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예측 즉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면서, 국민도 납득할 수 있는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그런데 현 정권은 국책사업으로 향후 몇백조원의 세금을 퍼부어야 할 거대하고 위험한 사업을 일부 이해관계자들만의 논의로 강행하려 하고 있다. 정부는 ‘원자력클러스터’라는 이름으로, 경북지역에 원자력 관련 시설을 집중적으로 건설할 계획이다. 사상 최대의 대규모 사업으로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하나, 사고 시는 원전보다 훨씬 막대한 피해로 국가의 존망 자체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경북도는 이런 위험시설들을 단순히 대규모 공공사업 즉 종래의 토목공사의 연장선 시각에서 강행하려 한다. 원자력클러스터의 핵심시설은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에서..
한윤정|문화부 차장 지인이 아파트 인근 텃밭에 상추를 심었는데 오래 묵은 미숫가루를 뿌려주었더니 상추가 달착지근하다고 자랑했다. 내년에는 소금물을 뿌려 탱글탱글한 짭짤이 토마토를 기르겠다고 한다. 주말농장을 오래 해본 경험이 있는 회사 동료는 아예 교외로 이사를 가 옥상에서 농사를 짓는다. 샐러드 바에 뒤지지 않는 열네 가지 채소를 항상 먹을 수 있단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아버지도 올 봄에 마당의 꽃나무를 패버리고 그 자리에 호박 넝쿨을 올리셨다. 도시농부들이 갈수록 늘어난다. 옆집에서 농사를 짓는다고 해서 나도 해보니 정말 되더라는 이야기다. 매일 새싹이 자라는 게 예쁘고 농약 걱정 없이 싱싱한 채소를 먹을 수 있어서 좋다. 굳이 돈 내고 헬스클럽에 가지 않아도 몸을 움직이게 된다. 삭막한 도시의 삶에..
서안철 | 농어촌공사 천수만사업단장 목이 타게 기다리던 장마전선은 남부지방에 잠깐 머물다 타들어가는 농심을 야속하게 외면한 채 감감소식이다. 특히 충청권은 30여년 만에 찾아온 가뭄으로 인해 논밭 작물은 물론 바지락 양식장까지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으며, 농어민들은 하루하루 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실정이다. 충남지역 5월 강우량을 보면 지난해의 10%에 불과하고 홍성, 보령, 청양지역의 경우 지난달 강우량이 15㎜ 안팎에 그쳤으며, 충남도내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저수지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상체제에 돌입한 천수만사업단은 가뭄 장기화에 대비,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 양수기를 설치하고 하천굴착 등 비상급수 대책을 수립, 특별 관리하는 한편 가뭄 극복을 위한 3대 운동(저수, 절수, 용수개발)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