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사법농단 연루 법관 대다수에게 ‘셀프 면죄부’를 주자 비판이 거세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9일 ‘양승태 사법농단’에 관여한 현직 법관 10명에 대해 추가로 징계를 청구했다. 검찰이 지난 3월 사법농단 수사를 마무리하며 비위 사실을 통보한 법관은 66명이었다. 대법원은 이들 중 절반은 징계시효(3년)가 지났고, 시효가 남은 법관 상당수는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된 권순일 대법관조차 징계 대상에서 빠졌다. 그나마 징계가 청구된 10명 중 5명은 이미 기소된 상태이고, 3명은 지난해 6월 1차 징계 청구대상에 포함된 터다. 추가 조사를 이유로 늑장을 부리더니 결국 솜방망이 징계로 끝난 것이다.이대로라면 전직 대법원장까지 구속 기소된 초유의 사법농..
다음 달로 임기 4분의 1이 되는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우군(友軍)이 없다고들 한다. 이런 얘기는 진보와 보수에서, 법원과 로펌에서, 이제는 대법원에서도 나온다. 대법원 사람들은 걱정인지 항의인지 모를 말투로 “요새 우리 대법원장 도와주는 곳이 있기나 해요?”라고 말한다. 정치인도 아닌 대법원장이 누군가의 지지를 받느니 마느니 하는 표현을 들어본 기억이 없는데, 유난히 김 대법원장을 두고는 “양쪽에서 비판을 받는다”거나 “지지 세력이 없다”고들 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재판장으로서는 여론의 비난을 걱정하거나 지지를 추종할 이유가 없다. 재판은 다수의 의지를 넘어 소수를 보호하는 일이다. 따라서 판결 때문에 심각하게 비난받을 일은 앞으로도 없다. 지금 김 대법원장이 비판받는 이유는 사법행정 책임자로서다. 사..
전국법관대표회의(이하 법관회의)가 사법농단 관여 법관들의 탄핵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자유한국당과 일부 보수언론이 ‘탄핵 저지’ 총공세에 나섰다.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의 취지를 제멋대로 해석하고, 사법 신뢰 회복을 위해 제 살을 도려내겠다는 법관들의 충정을 폄훼하고 있다. 법관 탄핵 반대 논리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탄핵은 헌법상 국회 권한이므로 법관회의가 관여하는 것은 삼권분립 위반이라는 논리다. 법관회의는 “(사법농단 행위가) 징계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고 밝혔다. 국회를 향해 직접적으로 탄핵을 요구한 것이 아니며, 의결 내용도 대법원장에게 전달했을 뿐 국회엔 보내지 않았다. 이런 의견표명이 삼권분립 위반이면, 한국당이 ..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행정 개혁과 관련해 법원 내 의견수렴에 나서기로 했다. 김 대법원장은 12일 “국회에 사법행정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최종 의견을 표명하기에 앞서 법원 가족으로부터 의견을 듣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법발전위원회는 ‘사법행정회의’ 위상에 관해 단일안을 채택하지 못했고, (사법발전위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 역시 완전히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후속추진단은 사법농단의 진원지인 법원행정처(행정처)를 폐지하고, 비법관이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해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을 대부분 넘기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공개한 바 있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사에서 “저의 대법원장 취임은 그 자체로 사법부의 개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사법부의 변화..
한국 사법부가 13일 일흔 돌을 맞았다. 그러나 ‘양승태 사법농단’의 짙은 그늘 속에 법원도, 법관도 축하받지 못했다.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정부 시절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이 국민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하고, 잘못이 있었다면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삼가온 문 대통령이 ‘재판거래’라는 용어까지 사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수사 방해’에 가까운 법원의 행태로 진상규명이 지지부진한 데 대한 질타로 봐야 할 것이다. 사법의 위기는 총체적이다. 정의와 인권의 보루여야 할 법원이 온 나라의 두통거리가 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의 법관사찰·재판거래 의혹으로 전·현직 법관들이 검찰 수사선..
퇴직하며 기밀문건을 무더기로 들고나왔다. 검찰이 이를 파악하자 “증거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썼다. 압수수색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약속을 깨고 돌변했다. 해당 문건을 파쇄하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분해해 버렸다. 일반 기업에서 퇴직한 사람이 벌인 일이라 해도 비난받아 마땅한 범죄다. 그런데 이처럼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을 공개적으로 모욕한 장본인이 차관급 대우를 받던 고위법관 출신 변호사라고 한다. 납득하기도, 용서하기도 어렵다. ‘양승태 사법농단’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 보관해오던 대법원 내부 문건 수백건을 폐기한 사실을 확인했다. 유 전 수석연구관은 일제 강제징용, 통합진보당 사건 등에서 ‘박근혜 청와대’와의 재판거래에 핵심 역할을 했다는..
그는 법원의 예언자였을까. “한 고위 법관은 ‘양 후보자가 조직 장악력이 뛰어나 사법행정을 통해 재판에 영향을 줄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한겨레 2011년 8월19일자). ‘양 후보자’는 기사 게재 전날 대법원장으로 지명된 양승태 변호사를 가리킨다. 우려는 적중했다. 이제 양승태라는 이름 뒤에는 사법농단이란 문구가 따라다닌다. 그런데 사법농단이 적확한 표현일까. 군이 적을 향해 겨눠야 할 총부리를 시민에게 돌렸다면? 군사쿠데타라 부른다. 법관이 사실과 증거 대신 권력의 입맛에 따라 재판을 했거나 계획을 세웠다면? 사법쿠데타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심한 표현이라는 시각이 있겠다. 사람이 죽었다. 양승태 대법원이 1·2심 판결을 깨고 KTX 승무원들의 복직 길을 막아서자 세 살배기 딸을 둔 해고자가 목숨을..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1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임 전 차장이 은닉한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그러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는 실패했다. 법원이 임 전 차장에 대한 압수수색영장만 발부하고 나머지는 모두 기각했기 때문이다. 수사 차질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압수수색은 강제수사의 기초단계이며, 인신 구속을 요하지 않는다. 따라서 혐의 일부라도 소명되면 영장을 발부해온 것이 관행이다. 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거권을 침해할 만큼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각 사유가 사태의 심각성과 동떨어진 데다, 담당 판사의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