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어제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선고를 10일 오전 11시에 한다고 예고했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의 탄핵 가결 후 석달 만에 심리 절차를 마치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반년 넘게 끌어온 혼란이 헌재의 역사적 결정으로 조속히 수습되기를 기대한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의 인용은 상식이다. 박 대통령은 숱한 꼼수로 헌재 심리와 특검 수사를 방해했지만, 그런 심리와 수사에서조차 박 대통령이 국정농단의 몸통임이 확인됐다. 탄핵해야 한다는 여론도 꾸준히 70%를 넘는다. 민주주의 토대 위에 서 있는 헌재가 민의에 부합하는 결론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민의와 상식에 반하는 결론은 또 다른 혼란을 불러올 것이다. 탄핵 인용 시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여론이 65%인 데 비해 기각하면 승복하겠다..
박영수 특검은 어제 90일간의 수사를 마무리하면서 “한정된 수사기간과 주요 수사대상의 비협조 등으로 특검 수사는 절반에 그쳤다”고 자평했다. 청와대 압수수색과 대면조사를 거부한 박근혜 대통령의 성역을 끝내 넘지 못한 데 대한 회한의 표현이다. 이제 공은 다시 검찰로 넘어갔다. 특검이 다 드러내지 못한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의 나머지 부분을 검찰이 밝혀내야 할 차례다. 관건은 박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위의 마지막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다. 최순실씨 일가의 의심스러운 재산 형성, 최씨 딸 정유라씨의 학사 부정 등은 드러난 것보다 밝혀내야 할 부분이 더 많다고 특검도 인정했다. 검찰이 맡은 역할이 특검의 뒤치다꺼리나 하는 정도가 아니라는 말이다. 특검이 수사에서 성과를 낸 ..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뇌물 등 5개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이 밝힌 기존 8개 혐의를 더하면 총 13개에 이른다. 최순실씨 등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농단, 그에 따른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훼손 등 박 대통령 탄핵 사유는 이로써 더욱 분명해졌다. 특검 수사의 최대 성과는 박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삼성그룹으로부터 43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확인됐다는 점이다. 특검은 433억원의 성격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공권력과 국가 기구를 동원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원활한 합병 등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운 대가라고 못 박았다. 헌법재판관 출신으로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핵심인 이동흡 변호사는 “삼성 관련 소추 사유가 뇌물수수에 해당한다고 입증되지 않는 이상 파면 사유가 ..
간통죄는 뿌리가 깊다. 고조선의 팔조법금에도 명시돼 있다. 조선시대에는 간통을 저지른 자는 장형(杖刑) 80대, 유부녀는 90대를 쳤다. 그런 간통죄가 1990년 헌법재판소 테이블에 처음 올랐다. 6 대 3 합헌. 시기상조라는 취지였다. 그리고 2015년 2 대 7 위헌.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이유였다. 고조선부터 2100년간 건재했던 간통죄는 헌재 심판 5차례 만에 사라졌다. 법은 진리가 아니다. 절대 불변도 아니다. 진리는 달라지지 않는다. 태양을 중심으로 지구가 돈다는 지동설은 진리다. 법은 세월에 따라, 사회 변화에 따라 개정되고 폐지되고 새로 만들어진다. 헌재는 법의 흥망성쇠를 다루는 곳이다. 1988년 창립 이래 29년간 헌법적 가치를 판가름하며 역사적 결정을 내렸다. 호주제, 동성동본 금..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사저를 최순실씨가 사준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한다. 경향신문 등에 따르면 특검은 최근 최씨를 추가 기소하면서 최씨가 어머니 임선이씨(2003년 사망)와 함께 1990년 삼성동 주택 매매계약을 10억5000만원에 체결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지난해 공직자 재산 공개 때 기준으로 하면 삼성동 집 가격은 25억3000만원이다. 박 대통령의 삼성동 주택 매입 자금 출처 의혹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그때마다 박 대통령은 “이전에 살던 집을 판 돈으로 샀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직전까지 살았던 서울 장충동 집은 당시 6억원이었고, 삼성동 집값을 지불했던 1990년 7월에는 아직 장충동 집이 팔리지 않은 상태였다. 특검팀은 당시 삼성동 주택 거래를..
2004년 3월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처리를 앞둔 그날 윤영철 당시 헌법재판소장과 출입기자단의 오찬간담회가 예정돼 있었다. 날을 잘못 잡아도 한참 잘못 잡았다. 1년에 한 번 있는 정례 기자간담회인데 몇 달 전에 잡힌 일정이라 어쩔 수 없었다. 오전에 서초동 검찰 기자실에서 TV로 중계되는 국회 상황을 보면서 설마 탄핵안이 통과될까 했다. 앞서 많은 여론조사에서 탄핵 반대가 찬성보다 두 배 이상 많다는 결과가 나온 터다. 야당이 국민들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무리를 하겠는가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러곤 헌재가 있는 재동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가 한강 다리를 건너는 순간 라디오에서 탄핵안이 통과됐다는 긴급 뉴스가 흘러나왔다. 기자들의 휴대전화가 일제히 울어댔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일부 극우세력들이 특별검사와 헌법재판소, 야당 등을 상대로 백색테러 위협을 하고 있다. 이들은 야구방망이로 위협하는가 하면, 회칼을 든 자살 및 테러 모임을 모집하고 있다. 해방 직후 우익 테러단체가 설치는 무정부 상태를 방불케 하고 있다. 극우단체인 자유청년연합 대표 장기정씨는 박영수 특검 집 앞 시위에서 알루미늄 야구방망이를 들고 “이 XX들은 몽둥이맛을 봐야 한다. 지금 특검이란 신분 때문에 경찰이 신변보호 요청을 받아들이지만 특검만 끝나면 민간인”이라고 말했다. 엄마부대 대표 주옥순씨도 “우리 목적은 박영수를 때려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또 인터넷 방송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집은 대치동 ○○아파트”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애국연합 등도 JTBC ..
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탄핵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촛불과 탄핵에 반대하는 세력이 태극기를 들고 청와대로 행진했다. 3·1운동은 민족 전체가 계급·지역·이념·종교를 초월해 일으킨 독립운동이었다. 선열들은 한마음으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대동단결했다. 꼭 98년이 지난 지금 서울 도심에선 3·1정신과는 정반대되는 장면이 펼쳐졌다. 안타까운 일이다. 일견 3·1절은 둘로 쪼개진 것처럼 비친다. 하지만 현 시국을 촛불과 태극기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건 올바른 평가가 아니다. 촛불은 박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이 헌법질서를 무너뜨린 데 대한 시민의 분노에서 시작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우리 사회 불평등·불공정·불의에 대한 좌절과 분노를 폭발시킨 기폭제였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