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와 특검 수사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는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애먼 시민이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났다. 설인 지난 28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박사모’ 회원 조모씨가 투신해 사망했다. 조씨는 탄핵 반대 집회에서 사용하는 손태극기 2개를 든 채 몸을 던졌고, 태극기에는 ‘탄핵가결 헌재무효’라는 구호가 적혀 있었다고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박사모 활동 때문에 가족과 불화가 있었다. 유족을 상대로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달 7일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에서는 한 스님이 박 대통령 체포 등을 요구하며 분신했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두 사람의 극단적 선택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지만, 그들의..
얼마 전 일부 누리꾼들이 걸그룹 멤버 수지(배수지)의 화보집 속 사진 몇 장에서 매춘과 로리타 콘셉트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늘 그렇듯 당사자의 입장은 알 길 없고 소속사에서 법적 대응을 한다는 둥 으름장이다. ‘뭘 새삼스럽게…’ 하고 관심을 거두다가, 문득 그 화보집의 제목에 눈이 갔다. . 그러고 보니 ‘하루라도 젊을 때’(‘한 살’도 아니고 ‘하루’다)는 우리 사회에서 이미 관용어처럼 쓰이고 있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라는 실용주의적 처세의 논리가 일상의 정치를 장악한 결과일 것이다. 어쨌거나 자존심 따위는 내버린 듯한 그 화보집의 제목은 문제가 된 화보 이미지들과는 별개로 보는 이에게 민망함을 안겨주었다. 2002년 어느 신용카드 회사의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 카피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오는 3월13일 전까지 결론 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소장이 이달 말 물러나고, 이정미 재판관이 3월13일 퇴임 예정이므로 그 전에 탄핵심판을 마무리하겠다는 의미다. 후임 소장과 재판관을 선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박 소장이 최선의 판단을 했다고 본다. 박 소장 발언으로 대선 등 주요 정치 일정도 예측이 가능해졌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 또는 각하하면 박 대통령은 바로 그 순간 직무에 복귀하고 대선은 기존대로 12월에 치러지게 된다. 반면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안이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하도록 규정한 헌법에 따라 늦어도 5월 초순에는 대선을 치러야 한다. 박 대통령 측은 ‘3월13일 전 결론’에 반발하고 있지만 수긍하기 어렵다. 박 대..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운하 건설을 공약했다가 국민의 반대에 부딪히자 한발 물러서 22조원의 국고를 들여 4대강 보 공사를 추진했다. 이명박 정부는 영산강에 2개, 금강에 3개, 한강에 3개, 낙동강에 8개 등 모두 16개의 보 공사를 국책사업으로 추진했는데,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보 설치로 주변 농지면적이 축소되고 농토가 침수피해를 입었으며 심각한 녹조 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또한 보 유지관리를 위해 많은 예산이 들어가고 있다. 보 건설이 필요했다면 필요한 지점에 시범적으로 몇 군데 설치해 보고, 그 경험을 기초로 해서 다른 보 공사를 연차적으로 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는 4대강에 16개의 보 공사를 한꺼번에 강행했다. 이 전 대통령은 어떻게 해서 보 공사가 부실공사가 됐는지 해명해..
30년 전 민주화는 대통령을 시민이 직접 뽑는 변화를 일궈냈다. 그러나 그 밖의 많은 문제들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 뒤 권위주의적 생산체제에 맞선 노동운동의 도전도 있었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도 겪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이는 ‘박정희 시대의 발전모델’, 즉 정부가 재벌과 동맹해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체제가 여전히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압도했음을 의미했다. 박근혜 정부의 출현이 가능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 박근혜 정부의 몰락이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전개된 것은 흥미롭다. 대안세력의 성장에 의해서라기보다는, 바로 박근혜 대통령 자신의 ‘의도하지 않은 행위’의 결과로 구체제의 재생산이 위기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터진 2016 촛불집회가 대통령 개인의 거취에 국한하지 않고, 한국..
여야 유력 정치인들이 속속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앞선 주자는 대세론을 주장하고, 후발 주자들은 ‘제3지대’ 연합이니 야권 공동경선 등을 제안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 등 젊은 후보들은 세대교체와 정책 중심의 경쟁을 외치지만 정국을 주도하지는 못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슈퍼우먼방지법’ 공약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의 ‘육아휴직 3년 보장법’, 이재명 성남시장의 기본소득 정책 등도 이목은 끌었지만 의제로 떠오르진 못했다. 오히려 유력한 대선주자들일수록 특정 지역에 한정된 약속들만 내놓고 있다. 현안에 대한 해법이나 국가 미래를 좌우할 정책 제안보다는 유리한 경쟁 구도 만들기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대선은 정당과 후보들이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사회문제에 대한 해법을 공약으..
박근혜 정권이 벌인 ‘관제 데모’ 실상이 드러났다. 청와대가 기획하면 재벌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자금을 대고, 극우단체가 움직이는 구조다. 세월호 유족을 조롱하는 집회와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집회 등이 이런 식으로 열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공작을 주도한 인물은 다름 아닌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전직 청와대 직원으로부터 김 전 실장이 2013년 말에서 2014년 초 극우단체에 자금 지원을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김 전 실장의 지시에 따라 정무수석실은 전경련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고, 전경련은 극우단체에 차명으로 돈을 보냈다. 진보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를 탄압하기 위해 한편으로는 ‘블랙리스트’를 만..
역설적이게도 대통령기록의 중요성을 최순실 사태가 증명해주고 있다. 대통령기록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이자 방향이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국가 예산을 동원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어설픈 말솜씨에도 발언하는 순간 국가 예산이라는 노다지가 쏟아진다는 것을 최순실은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집요하리만큼 국가시스템의 빈틈을 파고들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발간한 ‘최순실과 예산도둑들’에는 놀라운 장면들이 나온다. 최순실이 써준 대통령 연설문을 박근혜 대통령이 대독하면, 관련 부처들은 연설문을 중심으로 예산을 편성했다. 특히 최순실이 좋아했던 평창 올림픽, 창조경제, 문화융성을 언급할 때마다 관련 부처는 바빠졌다. 그 결과 문화체육관광부는 87번, 미래창조과학부가 90번이나 대통령 관심 예산으로 언급되어 있었다. 이런 과정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