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박근혜 정부 인사들이 1심에서 대부분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설립과 활동을 방해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조사를 저지하려 한 행태가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참사 이후 5년여 만에 박근혜 정부 인사들의 책임을 물은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고 본다. 그러나 재판부가 상당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면서 유죄가 인정된 피고인들도 집행유예를 받는 데 그친 점은 실망스럽다.서울동부지법은 25일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징역 2년에 집유 3년, 윤학배 전 해수부 차관은 징역 1년..
세월호 참사는 전 국민적 트라우마다. 아픈 기억을 떠올리기 싫은 게 인간의 본능이다. 더구나 참사가 발생한 지 5년, 시간이 기억과 다짐을 부식시켜왔다. 그날의 충격과 분노는 갈수록 희미해지고 생업의 무거움은 핑계가 된다. 그 틈을 타고 가해자들이 날뛴다. 진실을 왜곡하고 유가족을 비방·조롱한다. 시민의 공감을 희석시키고 피해자 집단을 공동체로부터 분리시키려 한다. 이 시도를 막아야 한다. 안 그러면 또 다른 국가 권력의 피해자들이 진영 논리와 이데올로기의 희생양이 될 것이다.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세월호 망언’을 ‘인간이기를 포기한 일개인의 만행’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그의 뒤에는 공감 세력이 상당히 존재한다. 공개 지지 입장을 밝힌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이런 ‘차명진들’ 중 한 명이다. ..
병마는 일주일씩의 시차를 두고 찾아왔다. 이주일 전, 갑자기 남편이 복통과 몸살에 시달렸다. 일주일 전 아이가 비슷한 증세를 보이더니, 일주일을 꼬박 앓았다. 지난 주말, 마침내 나에게도 오한과 복통이 찾아왔다. 왜 놀아주지 않냐며 성화인 아이로부터 누워 쉴 시간을 쟁취하는 동안 지난 2주간 나의 무심함이 빚어낸 풍경들이 보였다. 아픈 남편이 안쓰러운 한편, 병마로 상실된 남편의 노동력을 내가 메꿔야 하자 슬쩍 짜증이 치밀기도 했던 것, 아픈 아이가 떼쓰자 버럭댄 것. 그 순간이 한없이 미안해지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 아프니까. ‘누워 있는 자리가 다르면 보이는 것도 다른 법’이다. “사람은 누구나 이중국적을 가지고 태어난다. 건강한 나라와 병의 나라에 동시에 속한 시민으로서의 이중국적이다”라고..
국방부 특별수사단이 6일 옛 국군기무사령부의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기무사의 사찰은 2014년 6·4 지방선거 정국이 세월호 참사로 박근혜 정권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이런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무사의 사전 계획과 청와대의 승인에 따라 지역 기무부대가 실종자 가족과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사찰 첩보를 수집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등에 대해 불법감청을 한 사실도 새로이 확인됐다. 밝혀진 것이 이 정도이니 얼마나 더 많은 불법을 저질렀을지 알 수 없다. 이번 수사는 기무사가 얼마나 철저히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박근혜 정권에 봉사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기무사가 청와대에 올린 보고서는 세월호 실종자 수색 및 세월호 ..
전남 진도 팽목항의 세월호 분향소가 3일 문을 닫았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년5개월, 2015년 1월14일 분향소가 설치된 지 3년7개월 만이다. 이날 분향소에 걸려 있던 희생자 304명의 영정이 내려져 유품들과 함께 유가족들에게 전달됐다. 컨테이너 두 동을 이어붙인 분향소는 이달 말까지 완전히 정리된다. 팽목항 분향소는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들을 기다린다는 의미로 마련됐다. 그동안 많은 시민이 이곳을 찾아 미수습자들이 돌아오길 간절히 기원하며 유가족들과 아픔을 함께했다. 그들이 눈물과 분노로 남긴 방명록만 130여권에 달한다. 지난해 4월 세월호가 1091일 만에 인양됐지만 여전히 5명의 미수습자가 남아 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선체 인양과 해저면 수색이 끝나면..
법원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는 19일 세월호 유가족들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1심에서 희생자 1명당 위자료 2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목포해경은 승객 퇴선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희생자들은 구체적인 상황을 알지 못한 채 선내에서 구조 세력을 기다리다 긴 시간 공포감에 시달리며 극심한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연한 결과다. 사법부는 앞서 선주 일가, 선장과 선원, 해경 직원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은 개개인에 대한 단죄에 이어 초동 대응과 구조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
블랙리스트 사건은 이명박·박근혜·김기춘 등이 권력과 국민의 세금으로 전 장르에 걸쳐 문화예술계를 검열하여 인위적으로 판을 바꾸고, 이를 통해 전 국민에 대한 이데올로기 통제를 획책한 반헌법·반민주 국가범죄였다. 이 대규모 국가범죄는 청와대·국가정보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중·하위직과 산하 공공기관 사람들까지 부리고 동원했기에 가능했다. 김기춘과 전 문체부 장차관들은 처벌받고 있지만, 하위 실행자·부역자들은 대부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전·현직 문체부 공무원과 산하기관 직원 130명에 대한 수사 또는 징계를 권고했다. 그러니까 ‘하수인’에 불과할 수 있는 공무원과 산하기관 직원까지 여럿 포함된 것이다. 이러한 단죄는 과도한 것일까? 촛불항쟁 전후에, ‘영혼 없는 공무..
세월호 참사는 남아있는 우리 모두에게 깊고 씻을 수 없는 아픈 기억을 남겼다. 정부는 이와 같은 대형사고를 예방하고 국민들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 산업재해 사망자는 매년 1000여명에 이르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21조원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의 1.3%, 국가 예산의 5.4%에 이르는 규모다. 또한 노동자 1만명당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 비율인 사망만인율은 독일·일본 등 선진국의 2~3배 수준이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안전한 사회’와 ‘지속가능한 사회’의 실현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제 다시 한 번 근원적인 접근과 처방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는 우리나라 기간산업을 이끌어 온 전력산업에 30여년을 몸담아 왔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