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앞서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을 출국금지한 검찰은 두 사람이 재임 당시 임 전 차장의 ‘윗선’으로 사법행정권 남용과 관련된 각종 조치를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직 대법원장·대법관에 대한 출금 조치는 극히 이례적이다. 법원이 두 사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하자, 검찰 자체적으로 강수를 둔 것으로 본다. 대법원은 인권과 정의의 최후 보루이며, 대법원장은 그 수장이자 표상이다. 전직 대법원장이 재임기간 권력을 남용한 혐의로 출금된 것은 사법부의 불행이고 수치다. 물론 모두 본인이 자초한 일이다. 고구마 줄기 캐듯 쏟아지는 의혹들..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법관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1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임 전 차장이 은닉한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그러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는 실패했다. 법원이 임 전 차장에 대한 압수수색영장만 발부하고 나머지는 모두 기각했기 때문이다. 수사 차질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압수수색은 강제수사의 기초단계이며, 인신 구속을 요하지 않는다. 따라서 혐의 일부라도 소명되면 영장을 발부해온 것이 관행이다. 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주거권을 침해할 만큼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각 사유가 사태의 심각성과 동떨어진 데다, 담당 판사의 이..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청와대’를 상대로 로비한 구체적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장과 대통령의 독대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친박근혜계 핵심인사와 접촉하고, 국정 협조를 약속하는 별도 자료까지 건넸다고 한다. 이후 청와대에서 이뤄진 박근혜·양승태 회동은 이 같은 로비의 결과물일 공산이 크다. 양측의 유착 정황은 사법농단의 핵심인 재판거래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을 짙게 한다. 경향신문 취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6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은 서울의 한 식당에서 친박계 핵심인 이정현 의원을 만났다고 한다. 임 전 차장은 이 의원에게 ‘창조경제정책에 협조할 테니 상고법원 설치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했다. 이 의원은 그 자리에서 ‘문고리 ..
근대는 픽션, 즉 만들어진 사회이다. 정치학자 마루야마 마사오는 “비근대적 사회의식은 픽션에서 불안을 느끼지만, 근대정신은 픽션의 가치와 효용을 믿고 재생산한다”고 했다. 이렇게 근대를 구성하는 픽션의 정점에 헌법이 있다. 국가라는 거대한 픽션의 설계도이다. 군사정부의 성실한 마름이던 대법원이 공정하고 독립적인 사법부라는 서구적인 픽션을 갖춘 것은 역설적이게도 1987년이 계기다. 시민혁명의 대상은 세계적으로 역사적으로 정권과 법원이지만 6월항쟁은 법원에 손을 대지 않았고, 법원은 혁명에 무임승차했다. 어설픈 타협은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실체를 드러낸다. 전두환 정권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판사가 이명박 정부 당시 대법관이 되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에 관여한 검사가 박근혜 정부에서 대법관이 됐다. 세상..
블랙리스트 사건은 이명박·박근혜·김기춘 등이 권력과 국민의 세금으로 전 장르에 걸쳐 문화예술계를 검열하여 인위적으로 판을 바꾸고, 이를 통해 전 국민에 대한 이데올로기 통제를 획책한 반헌법·반민주 국가범죄였다. 이 대규모 국가범죄는 청와대·국가정보원이 문화체육관광부 중·하위직과 산하 공공기관 사람들까지 부리고 동원했기에 가능했다. 김기춘과 전 문체부 장차관들은 처벌받고 있지만, 하위 실행자·부역자들은 대부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는 전·현직 문체부 공무원과 산하기관 직원 130명에 대한 수사 또는 징계를 권고했다. 그러니까 ‘하수인’에 불과할 수 있는 공무원과 산하기관 직원까지 여럿 포함된 것이다. 이러한 단죄는 과도한 것일까? 촛불항쟁 전후에, ‘영혼 없는 공무..
김명수 대법원장이 김선수 변호사와 이동원 제주지법원장, 노정희 법원도서관장을 대법관 후보로 제청한 것은 대법원 구성 다양화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것으로 보인다. 세 사람은 역대 대법관 대다수를 차지했던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의 범주를 모두 벗어났다. 김 변호사는 법원·검찰을 거치지 않은 순수 재야 출신의 노동·인권변호사다. 이 원장은 고려대 출신으로 법원행정처 근무 없이 재판에만 전념해온 정통 법관이다. 노 관장은 젠더 관점을 지닌 이화여대 출신 여성 법관으로 여성의 지위와 권한에 관해 주목할 판결을 여럿 남겼다. 대법원은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 기대를 염두에 두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대한 인식 등을 고려해 선별했다”고 밝혔다. 외형상 인적 구성이나 대법관..
전국 법원장 35명이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 수사를 사실상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지난 7일 간담회를 열어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자들에 대해 형사상 조치를 취하지 않기로 한 특별조사단의 결론을 존중하며, 사법부에서 고발·수사의뢰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법원장들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의 문제에 공동책임을 져야 할 인사들이다. 자중하고 자숙해도 모자랄 처지에, 형사조치가 부적절하다는 주장을 공공연히 하고 나서다니 기막힐 따름이다. 사법 신뢰가 더 추락하든 말든 자신들을 포함한 고위법관들만 보신(保身)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인 듯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한 안이한 인식, 법 위에 존재하는 듯한 오만한 태도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우려스러운 대목은 재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