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사법농단 연루 법관 대다수에게 ‘셀프 면죄부’를 주자 비판이 거세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9일 ‘양승태 사법농단’에 관여한 현직 법관 10명에 대해 추가로 징계를 청구했다. 검찰이 지난 3월 사법농단 수사를 마무리하며 비위 사실을 통보한 법관은 66명이었다. 대법원은 이들 중 절반은 징계시효(3년)가 지났고, 시효가 남은 법관 상당수는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된 권순일 대법관조차 징계 대상에서 빠졌다. 그나마 징계가 청구된 10명 중 5명은 이미 기소된 상태이고, 3명은 지난해 6월 1차 징계 청구대상에 포함된 터다. 추가 조사를 이유로 늑장을 부리더니 결국 솜방망이 징계로 끝난 것이다.이대로라면 전직 대법원장까지 구속 기소된 초유의 사법농..
‘양승태 사법농단’ 당시 여야 국회의원들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재판 민원’을 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숙원이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이들의 민원을 담당 판사에게 전달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추가 기소했다. 사법농단의 실무총책 격인 임 전 차장은 이미 40여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보태진 공소사실은 단순히 ‘추가’적 사안이 아니다. 권력분립을 명시한 헌법상 엄격하게 독립돼야 할 입법부와 사법부가 재판을 두고 짬짜미를 한 충격적 사태다. 검찰 공소사실을 보면, 2015년 5월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파견 중이던 판사를 의원실로 불러 형사재판을 받고 있던 지인 아들의 선처를 요청했다. 죄명..
‘양승태 사법농단’으로 기소된 첫 피고인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사건을 심리할 재판부가 결정됐다. 서울중앙지법은 15일 임 전 차장 사건을 ‘적시처리가 필요한 중요 사건’으로 지정하고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에 배당했다. 법원은 “연고관계와 업무량, 진행 중인 사건 등을 고려해 일부 재판부를 배제하고 나머지 재판부를 대상으로 무작위 전산배당했다”고 설명했다. 형사36부는 법원이 임 전 차장 등 사법농단 사건 관련자들의 기소에 대비해 신설한 3개 형사합의 재판부 중 한 곳이다. 사법농단의 진원지인 법원행정처 심의관이나 대법원 재판연구관 경력이 없는 판사들로 구성됐다. 기존 형사합의부 중 사법농단과 직간접적 관련이 있는 6개 재판부는 배당 대상에서 미리 배제했다고 한다. 법원이 나름의 고육..
‘양승태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들의 책임을 묻기 위해 국회에 탄핵소추를 요구하자는 주장이 법원 내부에서 제기됐다.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 6명은 오는 19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에 대한 탄핵 촉구 결의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들은 “사법부 구성원 스스로 행한 재판독립 침해행위에 대해 위헌적 행위였음을 스스로 국민에게 고백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위 법관들이 자성은커녕 검찰 수사에 반발하는 와중에 중견·소장 법관들이 ‘제 살을 도려내는’ 결단을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의 용기와 소신을 높이 평가한다. 헌정 사상 법관이 탄핵된 사례는 없다. 그런 만큼 현직 법관들이 동료 법관의 탄핵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안동지원 판사들은 “형사절차에만 의존해서는 형사법..
‘양승태 사법농단’ 수사 4개월여 만에 첫 구속자가 나왔다. 지난 27일 수감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다. 임 전 차장은 재판거래, 법관 사찰, 검찰·헌법재판소 기밀유출 등 대부분의 사법농단 의혹 사안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인사다. 구속영장에 기재된 개별 범죄사실만 30개 항목에 이른다.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조차 90%가량 기각해오던 법원이 임 전 차장 구속수사를 허용한 것은 의미가 크다. 사법농단이 도덕적·윤리적 사안을 넘어 실정법 위반 행위임을 법원에서 인정했다는 뜻이 된다. 임 전 차장 측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사실관계를 대부분 인정하면서도 “징계 대상이 될지는 모르나, 형사처벌 받을 일은 아니다”라는 방어논리를 폈다고 한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한국 사법부가 13일 일흔 돌을 맞았다. 그러나 ‘양승태 사법농단’의 짙은 그늘 속에 법원도, 법관도 축하받지 못했다.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정부 시절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이 국민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며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하고, 잘못이 있었다면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삼가온 문 대통령이 ‘재판거래’라는 용어까지 사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수사 방해’에 가까운 법원의 행태로 진상규명이 지지부진한 데 대한 질타로 봐야 할 것이다. 사법의 위기는 총체적이다. 정의와 인권의 보루여야 할 법원이 온 나라의 두통거리가 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의 법관사찰·재판거래 의혹으로 전·현직 법관들이 검찰 수사선..
퇴직하며 기밀문건을 무더기로 들고나왔다. 검찰이 이를 파악하자 “증거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썼다. 압수수색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약속을 깨고 돌변했다. 해당 문건을 파쇄하고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분해해 버렸다. 일반 기업에서 퇴직한 사람이 벌인 일이라 해도 비난받아 마땅한 범죄다. 그런데 이처럼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을 공개적으로 모욕한 장본인이 차관급 대우를 받던 고위법관 출신 변호사라고 한다. 납득하기도, 용서하기도 어렵다. ‘양승태 사법농단’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 보관해오던 대법원 내부 문건 수백건을 폐기한 사실을 확인했다. 유 전 수석연구관은 일제 강제징용, 통합진보당 사건 등에서 ‘박근혜 청와대’와의 재판거래에 핵심 역할을 했다는..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추진에 필요한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은 2015년 대법원이 허위 증빙서류를 꾸며 일선 법원의 예산 수억원을 빼돌린 뒤 유용한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4일 밝혔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이 돈을 상고법원 추진에 나선 고위 법관들에게 대외활동비·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지급했다고 한다. 비자금 조성을 엄단해야 할 대법원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니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법원이 범죄자들을 재판하는 과정에서 범죄의 기술을 익힌 것인가. ‘양승태 사법농단’의 끝은 도대체 어디인가. 법원의 행태는 건설회사 등의 비자금 조성 양태와 다를 게 없다. 2015년 당시 행정처는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현금으로 인출한 뒤 비밀리에 인편으로 건네받아 행정처 예산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