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브러더가 지배하던 오세아니아국에서는 ‘신어’를 사용했다. 빅 브러더가 보기에 불순한 이단적인 사고가 “적어도 사고가 말에 의존하는 한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의도에서였다”. 그래서 기존의 언어와는 다른 언어법칙이 만들어지고 계속 새로운 신어사전을 편찬해서 보급했다. “자유로운(FREE)”이란 단어는 ‘정치적 자유’나 ‘지적 자유’와 같은 뜻으로는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언어를 통해서 사고를 통제하려는 시도였다. 시인 나희덕이 정확하게 포착해낸 것처럼 구동독 정보국은 라는 파일을 만들어 관리했다. 시인은 라는 시에서 “그들이 두려워한 것은/ 그가 사람의 마음을 열 수 있는 말을 가졌다는 것/ 마음의 뿌리를 돌보며 살았다는 것” 때문에 “그들은 라는 파일 속에 그를 가두었다”고 말했다. “서정시마저 불온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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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정치권 대치는 무이념의 축제라 반지성적이고 반민중적 국민 생명과 인권 지켜낼 사회적 책임과 권한 공유체계 설계 위해 부정성과 부작용 불구 정치도 이념을 가져야 역사적 경험으로 보면 극심한 갈등에도 불구하고 공통적 대의를 만들어 새 정치사회적 질서를 연 국제적 사례들이 있다 작금의 한국 정치사회가 주목할 지점이 그것이다 광장과 거리에서 또다시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한 측은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고, 다른 한 측은 정권 사수를 내세우고 있다. 오늘 글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작금의 그와 같은 대치는 반지성적이며 반민중적이다. 왜냐고? ‘무이념의 축제’이기 때문이다. 미래를 열기 위해 사람들의 마음을 묶어낼 가치 규범과 비전과 전략, 그리고 그것을 담고 있는 언어와 실천 프로그램 모두를 결여하고 ..
문재인 정부가 잘한 정책 중에는 신남방 정책이 있다. 한국 외교의 중심축은 오랫동안 대북관계 또는 동북아시아였다. 신남방 정책은 동남아시아+인도를 외교의 중심 축으로 주목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 집권 기간, 동남아시아+인도와의 경제 교류는 대폭 확대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한·아세안 정상회의, 한·미·일 정상회담, G20 정상회의 등에 참석했다.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는 ‘프놈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 정책’과 윤석열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 것일까? 먼저 차이점을 살펴보자. 문재인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표현을 의식적으로 피했다. 신남방 정책은 ‘사람 ..
요새 우리들의 삶이 많이 움츠러들어 있음을 느낀다. 우리는 어떤 민족보다도 흥이 많은 민족인데, 지금 흥은 사라지고 근심 걱정만 남아 있으니 사람이 쪼그라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람과 천지의 기운이 만나서 흥을 일으키고, 사람이 흥겨우면 근심으로 든 병도 낫는다는데, 사람들이 흥을 잃은 요즘 나라와 민족도 나아갈 방향을 잃고 어지러운 세상이 됐다. 이태원 참사로 158명이나 되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부모형제와 작별인사도 못하고 비명횡사했다. 또 고금리와 고물가 등으로 부동산, 주식 등 자산의 거품이 붕괴하고 또 고환율과 세계경제의 불황의 심화로 우리 경제가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 사람들은 ‘국가가 어디 있는지’ ‘정부가 과연 국민의 안전과 민생에 관심이나 있는지’ 묻고 있으나, 대답이 없다. 보통..
폭군의 대명사 연산군. 에는 그의 죄상이 무려 4쪽에 달한다. 즉위 초에는 백성을 보살피고 국방에 주력했으나, 생모 폐비 윤씨 사건으로 온갖 폭정이 시작되었다. 꽃과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천성이었는지, 나라와 백성보다는 자신의 지취(志趣)와 향락이 우선이었다. 그야말로 ‘풍류에 진심’인 왕이었다. 그렇다고 탄핵당한 폭군으로만 치부하긴 아쉽다. 조선시대 원예사와 공연예술에 큰 족적을 남긴 임금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임금이 꽃에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연산군만은 예외였다. 그는 기이한 꽃과 나무를 구해 후원에 심도록 하고, 각종 꽃을 전국 각지에서 바치게 하였다. 또한 철 지난 감귤이라도 ‘가지에 붙어 있는 채’로 올리도록 하거나, 일본철쭉을 “뿌리에 흙을 붙인 채 바치되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하라”고 하명..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단 공개는 패륜인가 애도인가. 공개하자고 주장하거나 유족 동의 없이 공개를 감행한 쪽에서는 이름을 부르는 것이 진정한 애도라고 하고, 반대하는 쪽에서는 패륜이라거나 ‘미친 생각’이라고 비판한다. 개인정보보호법이나 명예훼손 등 법적인 쟁점이나 2차 가해와 프라이버시 등 인권 쟁점은 지난 며칠간 많은 조명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부분은 공개하자거나 공개하지 말자는 주장에 깔려 있는 정치적 기획이다. 법적이나 도의적으로 옳고 그름을 떠나 그 정치적 기획이 가진 의도와 성공 가능성을 따져보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촛불을 들고 다시 해야 되겠나”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려는 의도가 읽히는..
스위스 사회학자로 유엔 인권위원회 식량특별조사관을 지낸 장 지글러는 저명한 기아 문제 연구자다. 그는 등의 저서들을 통해 기아 문제, 특히 아동 빈곤에 대한 실태와 원인을 집중 조명했다. 그에 따르면 빈곤은 다국적 자본이 제3세계 민중을 착취하는 사회구조에서 기인한다. 또 자본주의에서 소수가 누리는 풍요로움은 제3세계 고통과 빈곤을 기반으로 자라난다.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중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어린이와 찍은 사진을 놓고 연일 정치권이 시끄럽다. 배우이자 은퇴 후 인권운동가로 활동한 오드리 헵번의 1992년 소말리아 방문 사진을 따라 한 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더니, 현재는 ‘빈곤 포르노’ 표현 논란 속에서 조명 3대가 동원됐느냐, 아니냐까지로 공방이 번졌다. 여권에선 “표현 자체가 반여성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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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라틴그래미어워즈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95세 가수 앙헬라 알바레스가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EPA·연합뉴스 올해 95세인 가수 겸 작곡가 앙헬라 알바레스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라틴그래미 시상식에서 역대 최고령으로 신인상을 수상했다. 90세에 데뷔해 이룬 성과다. 등이 꼿꼿하고 눈빛이 맑은 그는 수상 소감에서 “삶은 고되지만 믿음과 사랑을 통해 꿈을 이룰 방법은 늘 있기 마련이다. 여러분께 장담컨대 너무 늦은 때란 없다”고 말했다. 청중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1927년 쿠바의 사탕수수 농장에서 태어난 그는 14세에 작곡을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가수의 꿈은 아버지의 반대로 접어야 했다. 평온했던 가정주부로서의 삶 역시 196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