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서 벌어진 기가 막힌 참사가 일어나기 전에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에서는 두 명의 노동자가 갱도에 묻혀 고립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정확한 시간은 지난 10월26일 오후 6시. 이태원 참사는 10월29일 밤 10시20분 즈음에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초저녁부터 참사의 전조가 사방으로 타전되고 있었다. 시간 순으로는 아연 광산 노동자들이 먼저 갱도에 고립되고 나서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것인데, 우리는 그사이에 아연 광산 노동자들을 잊고 있었다. 노동자들의 산재 사고는 이제 일상적인(!) 소식이어서일까. 아무튼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고 난 다음에야 아연 광산 노동자들에게 이목이 쏠린 게 사실인데, 다행히도 221시간 만에 광산 노동자 두 분이 구조되었다. 단적으로 말해, 이태원 참사는 많은 사람들이 같..
김장철을 맞아 ‘귀한 몸’이 된 배추는 한자어 ‘백채’가 변한 말이다. 채소는 대부분 녹색을 띤다. 하지만 배추는 겉만 녹색이고 속은 흰색이다. 그래서 백채(白菜)다. 훈몽자회에 ‘숭채(崇菜)’로 올라 있는 것을 비롯해 옛 문헌에서는 백숭·배차·배채·벱추 등 다양한 이름을 볼 수 있다. 배추가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고려 때로 추정된다. 고려 고종 때 발간된 ‘향약구급방’에 배추를 뜻하는 ‘숭’이란 글자가 나오는 것이 그 근거다. 그러나 이때의 배추와 지금의 배추는 사뭇 다르다. 옛날의 배추는 지금의 배추에 비하면 몸통 둘레가 절반도 안 되는 등 아주 ‘빈약’했다. 따라서 ‘국민 채소’ 배추의 품질 개량이 절실히 필요했고, ‘한국 농업 기술의 아버지’ 우장춘 박사가 지금의 배추로 개량했다. 중국 배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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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앞에서 딸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아버지와 딸이 다정하게 손잡고 귀엣말을 하며 걸어가는 모습. 배경이 놀이공원이나 극장가 같은 곳이라면 마음이 푸근해지는 장면일 것이다. 그런데 이들 뒤로 길이가 22~24m인 세계 최장 ‘괴물 미사일’이 서 있다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소식과 함께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어린 딸의 사진을 보며 기괴함을 느끼게 된다. 북한은 19일 관영매체들을 통해 김 위원장이 전날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화성17형 미사일의 발사를 참관한 사실을 공개했다. 소녀는 부모를 빼닮은 앳된 외모다. 아버지가 말할 때 두 손 모으고 경청하는가 하면, 발사 성공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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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선 전동차 국내 첫 경전철은 2011년 3월 개통한 부산도시철도 4호선이다. 그해 9월 부산김해경전철이 개통됐고, 이듬해 7월 의정부경전철이 수도권 최초로 선보였다. 이후 개통·운행 중인 용인 에버라인, 대구 3호선, 인천 2호선, 김포 골드라인이 모두 경전철이다. 서울에는 2017년 9월 개통한 우이신설선과 지난 5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신림선이 있다. 경전철은 중전철인 기존 지하철에 대비되는 ‘가벼운 전기 철도’를 말한다. 지하철과 버스의 단점을 보완하는 도시 교통수단으로 각광받아 해외에서는 1980년대부터 실용화됐다. 경전철은 지하철보다 차체가 작고 연결 차량이 2~6량으로 짧다. 시간당 수송능력이 4000~4만명으로 추산돼 3만~7만명인 지하철에 비해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2000~5000명인..
얼마 전 박사 학위를 받은 제자가 학회에 처음 발표하러 다녀왔다. 사회학자 박영신을 중심으로 해서 1970년대부터 학회지를 발간해온 유서 깊은 학회인데, 신진학자 발표 자리를 흔쾌히 마련했다. 막스 베버의 이론을 활용하여 한국 사회를 분석한 걸 높게 평가한 듯하다. 학회에서 돌아온 제자가 한껏 고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 갓 박사 학위를 받은 저를 깍듯이 학자로 대해주셨어요.” 할아버지뻘 되는 원로학자가 30대 초반의 초짜 박사를 마치 동등한 학자인 양 존중했다. 그 어려운 막스 베버의 이론을 분석적으로 재구성하여 한국 사회에 적용하였다 한들, 평생 학문에 몸 바친 원로학자의 눈에 뭐 그리 대단하게 보였겠는가? 그런데도 두 세대나 아래인 젊은 박사의 연구를 귀히 여겨 초청해서 경청했다. 김덕영이 쓴 ..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기 전에 촬영된 동영상 클립들을 보면, 참사는 돌발적 사건이 아니라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몇 시간 전부터 신고 전화가 이어졌고, 질서 있게 군중을 해산시킬 수 있는 ‘골든 타임’이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방관했고, 감당할 수 없을 수준으로 군중의 밀집도가 높아지면서 순식간에 참사가 일어났다. 이태원 희생자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는 ‘제2의 세월호 참사’이다. 안전과 관련된 참사뿐만이 아니다. 미리 대비하지 못하면 경제적 참사도 발생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1997년 경제위기를 겪었고,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를 경험했다. 그러나 다가오는 탄소중립 시대의 위기에 우리 정부는 사실상 두 손을 놓고 있다. 이대..
지난달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법인세 감세를 부자감세라 주장하는 것은 정치과정에서 제기된 구호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3%포인트 낮추는 내용 등을 담은 정부 개편안을 지지하면서 “최근 법인세율 체계 개편안 발표 이후 이러한 주장(부자감세)이 제기되는 것은 민생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국력을 집중해야 할 시점에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KDI 내부에서 보고서 내용의 수정이 필요하다는 검토 보고서가 제출됐지만 묵살된 것으로 국감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보고서가 공개되기 전 KDI와 기획재정부는 합동정책간담회도 열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국감 기간에 보고서를 내세워 법인세 감면을 옹호했다. 지난 6월 한덕수 국무총리가 홍장표 KDI 원장을 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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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이 어딘지 똑똑히는 모르겠지만 이승은 햇빛이 지휘하고 관할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직진하는 빛은 항상 내 곁에 그림자 하나를 세워둔다. 어릴 땐 가까운 친구이더니 이제는 언젠가 가야 할 곳을 지키는 보초 같다. 눈은 발광체가 아니라서 태양의 빛에 의지해서 사물을 보는바, 그 빛의 성질에 개입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만약 눈에서 나가는 시선을 조절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나와 너 사이에 있을지도 모를 ‘섬’을 발견할 수 있을까? 바로 눈앞의 세계가 불변인 척하면서 실은 깜쪽같이 변화하고 있다는 낌새를 최근에 눈치채게 되었다. 눈 한번 깜빡해도 세상은 조금 차이가 난다. 눈앞은 그냥 뻔하고 빤한 곳이 아니라 그야말로 변화무쌍의 현장이다. 시시각각 아찔한 절벽을 세우고 허물기를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