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장점 1. 키는 작지만 남들로부터 섹시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2. 화장을 잘한다. 3. 밀땅을 잘한다…. 며칠 전 재활용을 하기 위해 종이상자를 정리하다가 A4 용지에 고1 딸아이가 써놓은 내용을 발견했다. 딸과 비슷한 또래를 키우는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거의 ‘황당 10대 배틀전’이 벌어진다. “어휴. 제 딸은 저 몰래 가슴 커지는 크림을 바르고 있더라고요” “고1 아들이 며칠 전에 자기 방에서 야동을 보다가 나한테 딱 들켰잖니!” “몰래 그 비싼 가수 콘서트에 다녀왔더라고요” 등의 자식에 대한 다양한 ‘고발’이 쏟아져 나온다. 가족의 ‘소 자녀화’ 현상과 맞물려 청소년을 둘러싼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공교육의 부진, 인권의식과 성평등 의식의 확산, 여학생의 약진과 남학생의 뒤처..
2008년도 가을이었나보다. 올해 발간된 의 계기가 됐던 박사논문 마무리에 여념이 없던 때였다. 1년간의 열정적인 사랑을 끝낸 친구가 외국으로 명상여행을 떠난다는 전화를 했다. “주은아, 네 박사학위 논문의 주제 있잖아, 이제 중산층 맞벌이 부부는 경제적 동맹자라며? 그 경제적 동맹자 앞에서 내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두 아이를 키우며 남편과 나름대로 잘 살아가던 친구가 옛 남자친구의 연락을 받고는 눈먼 사랑이 시작되었다. 총명하기 그지없던 전업주부 친구였다. 교양있고 약간은 쿨한 듯하던 그 친구가 사랑에 빠져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행동을 해버렸다. 자기가 사귀던 남자의 부인에게 전화해서 “당신의 남편은 나를 사랑한다. 왜 이혼하지 않느냐”는 말을 해버렸다. 결국 내 친구는 “난 당신을 사랑하..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부모들의 할 일이 많아집니다.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아동의 연령과 관련하여 해외사례를 조사해주시고, 관련 방향으로의 입법화에 대한 검토를 요망합니다.’ “아이고. 이런 조사·분석 요구서가 또 왔네. 이런 식으로 정책이 가면 안되는데, 어쩐담.” 내가 국회입법조사처라는 기관에서 여성·가족을 담당하는 입법조사관으로 근무한 지도 벌써 4년하고도 2개월이 흘렀다. 2009년 3월 근무를 시작할 당시만 하더라도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등은 모두 고용노동부의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내용의 조사·분석 업무가 한동안 나에게 배정이 되었다. 당시 조사·분석 요구의 내용 중에서 육아휴직 관련 건수는 1년에 최소한 20~30개는 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육아휴직급여의 현실화, 육아휴직 사용..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개봉된 가족영화 . 이 영화는 신자유주의에 따른 경제위기와 실업, 여성가장, 결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불혼’ 청년들이 양산되는 한편, 개인의 자유에 입각하여 혼인 규범을 넘어서는 연애가 이루어지는 시대를 유쾌하게 그려냈다. 주인공 가족에서 삼남매의 부모는 매우 이질적이다.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한모(윤제문 분)는 아버지가 혼인제도 밖에서 데리고 온 아들이고, 미연(공효진 분)은 엄마(윤여정 분)가 연애를 해서 낳은 딸이며, 인모(박해일 분)는 부부의 온전한 피가 섞인 ‘정상적’ 자식이다. 이처럼 이 가족은 부계 혈통 중심의 가족을 흔드는 전복성을 갖추고 있다. 미연은 ‘되바라진’ 중학생 딸의 엄마다. 그녀는 두 번째 남편과 헤어지고 또 다른 남성과의 발랄한 연애를 포기하..
중학교 때 친했던 네 명의 친구, 소위 사총사 중에서 가장 결혼을 빨리할 것 같았던 친구 두 명은 아직까지 독신가구이다. 나의 친한 친구 중 절반이 1인가구로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결혼 안 한 두 명 중 한 친구는 결혼을 ‘못한’ 미혼이고, 또 다른 친구 한 명은 결혼 자체에 관심이 없는 ‘비혼’이다. 미·비혼 친구 두 명은 집에서 독립하여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름 재미나게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나이 50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미혼인 친구는 “주은아, 나 아직 결혼 포기한 것 아니야.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라는 말을 곧잘 하곤 한다. 최근의 에 의하면 총 가구 중에서 1인가구의 비율은 23.9%를 차지하고 있다. 조만간 1인가구가 주된 가구유형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성 1인가구와 여성 1인가..
작년 겨울에 당시 남녀공학 중학교에 다니던 딸이 남자친구를 본격적으로 사귀면서 연애질을 시작하였다. 남자 중학교, 남자 고등학교에 다니던 큰아이는 나에게 여동생의 연애상황에 대하여 시기심과 분기탱천에 기반하여 실시간 목격담을 보고하였다. 사실 당시 나의 걱정은 딱 하나였다. ‘아직 아이들한테 콘돔 사용법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런 고민을 하다가 시간은 흘러갔다. 지난 주말에 둘째가 나에게 발칙한 투고를 해왔다. “엄마, 오빠 여자친구 사귀는 거 알아요?” “어휴, 근데 그 언니 있잖아. 얼굴이… (어쩌구 저쩌구).” 이제 대입수능시험을 앞두고 있는 고3수험생이 웬 이성친구냐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나는 ‘부족한 내 아이를 부탁드리옵나이다’라며 그 여학생에게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마..
“물론 연애도 몇 번 해봤죠. 근데 있잖아요. 어쩜 그렇게 끝이 똑같은지 모르겠어요. 딱 2년 되는 순간에요… 저한테 뭐라고 하냐면, ‘돈 빌려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헤어지고 또 괜찮은 사람을 만나 데이트도 하고 골프도 치고 잘 만나요. 근데 만난 지 2년만 되면 또 똑같은 말을 해요.” 최근 31세에 이혼해 어린 두 아이를 키우며 생활하다가 지금은 크게 성공한 여성 사업가와 술 한잔 마시며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녀는 이런저런 살아온 이야기 중 연애 이야기를 하다가 2년이 되는 순간의 씁쓸함에 대해 토로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녀의 씁쓸함’을 둘러싼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결론은 2년이 되는 순간에 “돈 빌려달라”는 제안을 한 남성이 여성 사업가의 재물에 탐이 나서 접..
“엄마, 똥! 할 때요. 하루 중 가장 정신없는 때가 출근 전인 것 같아요. 아파트 15층에서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와서 유치원 차 기다리잖아요. 그런데 애가 느닷없이 ‘엄마 똥!’ 이러는 거예요.” “아이가 느닷없이 수족구병이 생기기라도 하면 미치는 거죠. 어린이집에서는 오지 말라고 하니까요.” “생리통이 너무 심해서 도저히 수업시간에 앉아 있을 수가 없습니다. 출석만 확인하고 나가서 쉬면 안될까요?” 최근 몇 년간 자녀가 있는 기혼여성이나 여대생들에게 들은 ‘시간’과 관련해 갈등을 겪은 이야기이다. 근대 자본주의사회의 특성 중 하나는 ‘정확함’에 기반을 둔 시간표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직장이 지정한 출근시간에 도착하여 퇴근시간 전까지 최대한의 실적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생산성이 높은 사람’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