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열 | 연세대 국제대학원장 지난 18일은 만주사변의 시발점인 류타오후(柳條湖) 사건 81주년이었다. 일본 관동군이 대륙 진출을 위해 만철 선로를 폭파하고 이를 중국 측 소행이라 발표한 후 보복을 이유로 만주 침략을 개시한 날이다. 중국인으로서는 일본에 의해 만주국이란 괴뢰정권이 수립되어 반식민지 지배상태로 들어가게 된 국치일이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연일 뜨겁게 달아오르던 반일 시위는 이날 정점을 찍었다. 시위는 100개 도시로 확산되었고 류타오후에서 가까운 선양 소재 일본 총영사관 건물의 일부가 파손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차기 대권을 접수하느라 분주한 시진핑 국가부주석은 패네타 미 국방장관과 접견하면서 일본 정부가 센카쿠를 국유화한 행위는 전쟁 가해자로서의 과거를 부정하는 동시에 ..
이문재 |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내가 그때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두 귀로 들은 이야기가 언론에서 엉뚱하게 와전되고 있다면 어떻게 했을까. 일단 내 귀를 의심했을 것이다. 몇 번이고 곱씹어보았을 것이다. 내 기억이 틀림없다는 확신이 든 순간, 분통이 터졌을 것이다. 친구들에게 넋두리를 했을 것이다. 몇몇 친구들은 당장 언론사에 연락하라고 했을 것이고, 또 다른 친구들은 괜히 정치판에 끼어들어 곤욕을 치르지 말고 그냥 넘어가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지난 9월 초순, 정준길 전 새누리당 공보위원이 안철수 교수의 대변인 격인 금태섭 변호사에게 ‘안철수 교수가 대선에 나오면 죽는다’는 내용의 협박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선 정국이 시끄러웠다. 새누리당과 안철수 교수 측의 공방은..
한국 사회는 여전히 북한 인권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진보는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시킬 실질적인 효과가 없는 데다 자칫 남북 화해·협력에 지장을 준다는 점을 우려해 북한 인권에 대한 거론 자체를 꺼려온 게 사실이다. 보수는 북한 인권 문제를 먼저 제기함으로써 도덕적 우월성을 내세웠지만, 많은 경우 북한 체제전복을 통한 인권 개선을 목표치로 둠으로써 정치적 선전에 그쳤다. 북한 인권을 중요시하겠다던 이명박 정부 5년의 경험이 증명하듯 보수는 북한 인권 개선은커녕 인도적 지원의 통로마저 막아버렸다. 뿔을 고친다고 소를 죽인 격이다. 이제라도 보수·진보의 이분법적 틀을 깨고 북녘의 삶의 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고민을 다시 시작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이 보름간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국민의 열망을 실천해내는 사람이 되려 한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9월 현실 정치에 참여할 뜻을 시사한 뒤 1년여 만이다. 의사와 기업인, 학자를 거쳐 정치인으로의 변신이다. 안 대선 후보는 출마 일성으로 대선 후보자들 간 선의의 정책 경쟁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다소 애매모호했던 화법과 달리 분명하고도 확실한 어조로 대선에 임하는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안 후보 측이 기자회견장에 내건 캐치프레이즈 ‘국민이 선택하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됩니다’는 그가 말하고자 하는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그의 출마가 국민들의 요구를 수용해, 국민들의 소리를 들은 결론이며, 국민들의 열망을 실현하기..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의 주변 비리 사건이 꼬리를 물고 있다. 지난 8월 초 현영희 의원과 현기환 전 의원의 돈 공천 파문에 이어 최근에는 홍사덕 전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친박근혜(친박)계 핵심 인사들의 잇따른 비리 의혹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역시 친박계인 송영선 전 의원이 박 후보를 언급하며 사업가에게 돈을 요구한 정황이 드러났다. 한겨레신문이 공개한 송 전 의원과 사업가 ㄱ씨 간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송 전 의원은 지난 8월 중순 서울의 한 식당에서 ㄱ씨를 만나 “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필요하다”며 1억5000만원을 요구했다. 송 전 의원은 또 “내가 (박 후보의 핵심 측근인) ㄴ의원에게 2·3억만 갖다줬어도 (대구에서) 공천을 받았을 것”이라며 자신..
이철희 |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촌탁(忖度), 남의 마음을 미루어 헤아리는 것이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으니 촌탁은 어려운 일이다. 잘못해서 진의를 왜곡할 위험까지 있어 이래저래 남의 생각을 짐작하기란 무척 조심스럽다. 촌탁의 부담을 먼저 언급하는 것은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끝난 민주당 경선에서 많은 수의 의원들이 경선 후보 캠프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을 두고 언론에서는 잠재적인 안철수 지지자들로 분류하곤 했다. 그 속내야 촌탁하기 어렵지만 어쩐지 어색해 보인다. 당에 몸담고 있는 국회의원이라면 의당 캠프에 합류해 지지층을 동원하고, 그 외연을 넓히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 온당하기 때문이다. 외견상 중립을 지킨 그..
신동호 논설위원 역사는 조작할 수 있다. 사실도 조작할 수 있다. 하지만 진실과 양심은 조작할 수 없는 줄 알았다. 조작된 진실은 이미 진실이 아니고, 양심 또한 조작되는 순간 비양심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리석게도 오랫동안 그렇게 알고 살아왔다. 우리는 역사와 대면하면서 진실이 아닌 사실을 배우거나 양극단의 평가를 경험한다. “일본군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증거가 없다”는 일본 총리의 발언과 5·16의 성격을 둘러싼 혁명과 쿠데타 논란이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또 어떤 사실에 대한 가장 권위 있는 판단이라 할 법원의 판결이 뒤바뀌는 것도 본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2차 인혁당 사건 관련자 8명에게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만으로도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최근 우리의 가까운 과거사를 놓고 정치적..
이용호 | 한양대 겸임교수, 힐링경제연구소장 방글라데시 무함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전 총재는 빈민운동가이다. 그는 1달러도 안되는 푼돈 때문에 사채업자의 사슬에 묶여 살아가는 여성들을 위해 1970년대에 이 은행을 설립했다. 그라민은행의 성공 이후 지금은 전 세계에 수천개의 마이크로 크레디트 은행이 운영되고 있다. 그라민은행에 이어 유누스는 인간의 이타적 유전자를 바탕으로 사회적기업 모델을 만들어 성공시켰다. 방글라데시의 빈곤율은 매년 1%씩 떨어지고 있다. 유누스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충분히 존경받고 큰 인기를 누렸다. 그런 그가 2007년 2월 느닷없이 정계 진출을 선언했다. “부패한 기존 정치인과 절대 손잡지 않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 정치를 한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