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매입 의혹과 관련해 중대 발언을 했다. 최 지검장은 어제 기자들과 만나 “거래를 담당했던 청와대 경호처 실무자를 배임죄로 볼 소지가 있었다. 하지만 기소하면 배임에 따른 이익 귀속자가 대통령 일가가 되기 때문에…”라고 말했다고 한다. 내곡동 의혹과 관련해 범죄 혐의를 포착했음에도 ‘덮었다’고 자인한 격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6월 내곡동 의혹으로 고발된 이 대통령 아들 시형씨 등 7명 전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고발 내용의 핵심은 시형씨가 아버지 대신 땅을 매입하면서 헐값에 사들여 국고에 손실을 끼쳤다는 것이었다. 검찰은 시형씨가 실거래가보다 6억원가량 싸게 샀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거래를 맡은 김인종 전 경호처장과 경호처 직원 김..
이현 | 동화작가 ‘화륜거의 소리는 우뢰 같아 천지가 진동하고 기관차의 굴뚝 연기는 반공에 솟아오르더라. 수레 속에 앉아 영창으로 내다보니 산천 초목이 모두 활동하여 달리는 것 같고 나는 새도 미처 따르지 못하더라.’ 1899년 9월19일자 ‘독립신문’ 기사의 한 대목이다. 바로 그 전날인 9월18일, 한반도에서 처음으로 기차가 달렸다. 인천에서 노량진까지 총 33.2㎞ 구간으로 경인선이 개통한 것이다. 평균속도는 시속 20~30㎞로 자전거 속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당시 사람들에게 기차는, 불을 뿜으며 달리는 수레라 부를 만큼 놀라운 것이었다. 하지만 열차 타는 재미에 빠져 재산을 탕진한 사람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 만큼 요금이 비쌌다. 보통 사람들은 엄두를 낼 수도 없었고, 신분에 따라서 객차에 차등을 ..
새누리당이 어제 ‘경제민주화’ 토론을 위한 의원총회를 개최했다. 전·현직 의원 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의 요청에 따라 경제민주화의 내용과 방향을 놓고 의견을 수렴하자며 마련한 자리다. 경제민주화는 박근혜 후보가 4·11 총선 때부터 내건 핵심 공약이다. 새누리당은 경실모를 중심으로 지난 3개월여 동안 의원 50여명이 참석하는 모임을 30차례 넘게 가졌지만 당론 결정을 위한 공식적인 의견 수렴의 장이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의총에서는 그 어떤 결론도 도출하지 못했다. 이상한 대선이다. 대선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왔으나 박 후보를 비롯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대선 공약이 거의 안 보인다. 공약의 절대적 빈곤 속에 그나마 내놓은 공약들이라고 해도 내용이 대동소이하다...
오창민 | 경제부 riski@kyunghyang.com 개천절이자 추석 징검다리 연휴 마지막 날인 3일 기획재정부는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한 조간신문이 보도한 기사 때문이었다. 내용은 정부 고위 관료의 발언을 인용해 ‘정부가 정치권이 요구해온 0~2세 무상보육을 수용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것이었다. 재정부는 오전 11시쯤 “보도 내용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 자료를 냈다. “0~2세 무상보육 폐지를 담은 ‘보육지원체계 개편안’은 관계 전문가·지자체·국민여론 등을 수렴해 만든 합리적 방안이므로 정부 입장에 변경이 없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무상보육에 관한 재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지난달 24일 무상보육 폐지를 골자로 하는 ‘보육지원 체계 개편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지만 정치권의..
민주통합당이 대선 공간에서 ‘친노의 역할론’을 놓고 다시 시끄럽다. 문재인 대선 후보 측이 실무그룹이라 할 수 있는 비서실에 친노 인사들을 대거 배치하면서 생긴 불협화음이다. 비노 인사들이 “참여정부를 고스란히 재연하는 거냐”고 반발하자 친노 인사들은 “실무자까지 편가를 일은 아니다”라며 맞서고 있다. 저마다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정치는 행위자가 아닌 관찰자의 판단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 후보 선대위는 엊그제 윤후덕 의원을 부실장에,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메시지팀장에, 소문상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정무행정팀장에, 윤건영 전 정무기획비서관을 일정기획팀장에 각각 임명하는 등 비서실 실무 책임자급 팀장 인선을 발표했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 비서관을 ..
하승수 | 변호사 “19세 이상 성인남녀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요즘 뉴스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문구다. 자꾸 이런 문구를 보다 보니, 대통령은 “19세 이상 성인남녀”만 대표하면 되는 것인지?라는 의문이 든다. 그러나 19세가 안된 사람들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세대는? 이들의 목소리는 누가 대변할까? 투표권이 없는 이 존재들은 현재의 선거판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 자체는 헌법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우리 헌법 전문에는 “우리들”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은 이런 헌법을 수호할 책무가 있다. 최소한 미래세대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들의 입에서 나..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청년유니온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엊그제 국회 앞에서 ‘나도 투표하고 싶다’ 국민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모든 유권자에게 투표권 행사를 보장하지 않는 것은 보통선거라는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투표하고 싶어도 투표할 수 없는 사람은 최소한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시민사회와 노동계에서 선거일을 유급 공휴일로 지정하고 오후 9시까지로 투표시간을 연장하라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이것은 각종 선거의 투표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대표성, 정당성 시비를 낳는 현실을 개선하려는 의지의 발로다. 1987년 민주화운동 후 실시된 첫 대선 투표율은 89.2%였다. 그러나 계속 하락해 2007년 대선은 63.0%였다. 20년 만에 26.2%포인트나 떨어졌다. 그 원인으로는 정치 ..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2000년 본인 명의의 서울 사당동 아파트를 매각할 때 신고가격을 실거래가보다 낮추는 다운계약서를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실거래가가 2억원을 넘었는데 계약서에는 7000만원으로 기재했다는 것이다. 이 아파트는 안 후보가 재개발 입주권인 속칭 ‘딱지’를 구매해 입주한 곳이어서 이미 논란이 빚어진 바 있다. 안 후보가 부인의 다운계약서 작성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한 데 이어 본인의 다운계약서 작성까지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안 후보 부부가 다운계약서를 쓴 것이 불법은 아니다.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가 의무화된 2006년 이전의 일이어서다. 그럼에도 곱지 않은 시선을 던지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정치적 관심 대상이 아니었던 안 후보가 1년여 만에 유력 대선 후보가 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