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 |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24일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저지른 반민주행위들에 대해 사과했다. 명시적으로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시인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조차도 가해자 측의 한 중심축이던 박 후보가 시인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1975년부터 1979년 10월까지 퍼스트 레이디로서 여성구국봉사단 총재 활동을 벌이는 등 유신체제의 중심에 있었다. 이어 박 후보는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후보의 이날 사과 연설은 몇 가지 새로운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는 무엇보다도 엄중한 역사 문제를 선거과정에서 정치적으로 발언한 점이다. 선거에서 이기는 것을 지상..
국가 간에 여러 외교 현안들이 있다면 각각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현안에서 한발씩 양보해 접점을 도출해내는 지혜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외교 현안이라도 자국민의 피와 눈물이 배어 있는 사안이라면 차원이 달라진다. 외교통상부가 오는 28일 김성환 장관의 유엔 총회 연설을 앞두고 위안부 관련 내용을 연설문 초고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정부는 다음달 중순 유엔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진출이 걸린 투표를 앞둔 시점에서 양자 간 현안을 놓고 일본과 싸우는 모양새가 득표전에 도움이 안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김 장관보다 앞서 25일 총회 연설을 하는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의 관련 언급 및 독도 영유권 주장의 강도를 보고 수위 조절을 할 것이라는 말도 전해진다. 하지만 외교부가 실용 또는 상황 논리에 매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기의 과오와 관련해 공식 사과했다. 어제 기자회견에서 박 후보는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킨 결과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논란이 돼온 역사 인식 문제에 전향적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긍정 평가한다. 박 후보는 산업화·민주화의 성취를 언급한 뒤 “압축적 발전 과정에서 상처와 아픔이 있었고 때론 굴곡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기적적 성장 뒤편에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고, 북한에 맞서 안보를 지켰던 이면에 공권력에 의해 인권을 침해받은 일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와 현재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고 했다. 이제는 증오..
누구나 살다 보면 욕설이나 막말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마구 할 수는 없다. 욕설과 막말을 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인격을 깔아뭉개는 일이기 때문이다. 얼굴을 맞댄 상태라면 더욱 그렇다. 누군가가 많은 사람의 면전에서 막말이나 욕설을 했다면 자신에게 그럴 만한 ‘힘’이 충분히 있다는 오만함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약자’가 ‘강자’의 얼굴에 대고 욕설과 막말을 하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김재원 새누리당 공동대변인 내정자가 그제 15명가량의 기자를 초청해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막말을 해 파문이 일고 있다. 술잔이 한참 오간 뒤 김 내정자가 “내일 9시 박근혜 후보가 기자회견을 한다” “박 후보가 정치하는 목적이 아버지 명예회복이 아니냐”고 말했고, 기..
대통령선거 등 공직선거의 투표시간을 2시간 연장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보류됐다.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직전 새누리당 소속 소위원장이 정회를 선포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이 여야 합의를 뒤엎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새누리당은 애초에 여야가 합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중요한 것은 합의 여부가 아니라 투표권 보장이 갖는 중대한 함의이다. 5년에 한 번,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대선·총선의 투표권조차 보장하지 않고서 민주주의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행안위 소위(18일) 회의록을 보면, 고희선 소위원장은 투표 마감시간을 오후 6시에서 8시로 늦추는 데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의견을 청취한 뒤 “이만 의결하겠습니다. 그러면 20시(오후 ..
공안검사들에게 참여정부 시절은 악몽같은 시기였다. 청와대와 검찰 수뇌부는 공안 분야에서 사사건건 부딪쳤다. 대표적인 게 2003년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한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의 간첩사건이다. 당시 청와대에서 열린 공안 대책회의로 돌아가 보자. 청와대는 송 교수의 구속영장 청구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검찰 공안부는 송 교수의 간첩 혐의를 확신했다. 보수언론의 무차별적인 보도 탓에 송 교수에게는 이미 간첩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검찰은 청와대의 의중에도 불구하고 송 교수의 구속수사는 피할 수 없다고 버텼다. 청와대 회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무거웠다. 회의를 주재한 청와대 고위층은 검찰이 고집을 꺾지 않자 분을 삭이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검찰의 사법처리 방침을 무작정 뒤집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청와대..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의혹 특검법’을 수용했다. 특검법의 공정성 문제를 이유로 거부권 행사도 검토했던 이 대통령이 방향을 선회한 것은 자신을 포함한 가족이 수사 대상에 오른 상황에서 특검을 회피할 경우 의혹만 부풀릴 뿐이라는 판단과 ‘통큰 결단’을 촉구한 새누리당의 압박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현직 대통령 가족이 특검의 심판대에 오르는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했다. 이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 매입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속시원히 해소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규명해야 할 의혹은 크게 두가지 정도다. 먼저 사저·경호동 부지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아들 시형씨가 사저용 3필지를 공시지가보다 10%가량 싼 11억2000만원에 매입한 반면 경호처는 공시지가의 4배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출마 선언 후 첫 공식 행보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이승만·박정희·김대중 등 원내에 있는 역대 대통령들과 박태준 전 총리 묘역을 참배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김 전 대통령 묘역만 참배한 것과 대조적이다. 안 후보가 보수와 진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서는 ‘통합의 정치’를 내세웠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를 담은 행보로 비쳐지지만 야권 라이벌이자 개혁·진보 진영 대표를 표방한 문 후보와의 차별화 의도도 엿보인다. 이렇듯 안 후보의 대선 출마는 정체된 분위기의 야권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문·안 두 후보가 각축을 벌일 최대의 쟁점은 ‘변화’와 ‘혁신’이 될 것 같다. 안 후보가 출마 회견에서 야권 후보의 단일화 조건으로 “정치권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 국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