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학순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요새 ‘우리 사회에서 패자를 그냥 내버려 두지 말고 재도전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부쩍 많아졌다. 그 동안 악화될 대로 악화된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1%의 부자 대 99%의 나머지’로 나눠 비판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다 보니 대선정국에서 자연히 그런 주장이 나오는 것이리라. 이번 대선정국에서 패자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어야한다는 것을 맨 먼저 강조하고 나온 사람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그는 이미 오래전에 출판한 자신의 여러 저서들, 지난 5월 말 부산대 강연, 7월 중순에 출판된 , 또 7월 하순에 출연한 SBS 방송의 등에서 재도전 기회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패자 구하기’는 안철수의 등록상표가 됐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도 최근..
정제혁 사회부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야 법조인 시절 쓴 에는 우리가 거쳐온 시대를 증언하는 생생한 사례들이 가득하다. ‘고문의 한국현대사’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의 상당 분량은 박정희 정권 시절에 할애돼 있다. 지금은 상상조차 힘든 야만의 시간 가운데서도 특히 참혹한 것은 인혁당재건위 사건이다. 저자는 이 사건을 ‘처참함이 극에 달한 고문사건’으로 규정한다. “중앙정보부 취조 시 고문에 의해 수십 차례에 걸쳐 심장병인 협심증까지 일으켜 드디어는 수차 졸도하는 등 만신창이가 되었다”(피고 도예종씨의 최후진술 중) “혹독한 고문으로 탈홍이 되고 폐농양증이 생겨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가운데 취조를 받았다”(피고 하재완씨의 상고이유서 중) “고문을 할 때는 3층에서 떨어져 죽고 싶었으며, 두 번만 더 돌리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하고 나섰다. 안 원장은 엊그제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끝난 후 며칠 내에 대선 출마에 대해 국민께 입장을 밝히겠다”고 유민영 대변인을 통해 전했다. 그러자 민주당 내에선 “하필이면 이때…”라는 볼멘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민주당이 뜰 만하면 안 원장이 끼어들어 눈과 귀를 잡는다는 듯한 푸념이 깔려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안 원장의 일거수일투족에 매달리는 것은 제1야당다운 모습이 아니다. 민주당은 보다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당내 경선에서 선두를 달리는 문재인 후보가 야권단일화 후보 선호를 묻는 한 여론조사에서 안 원장을 앞선 그날 출사표를 예고해 국민들의 눈길을 빼앗아갔다고 해서 원망만 할 일이 아니다. 그것이 정치다. 설..
이일영 | 한신대 교수·경제학 이제 대선이 100일도 남지 않았다. 곧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이 마무리되고 안철수 교수의 입장도 분명해질 것이다. 한·중·일과 미국, 그리고 남북한 관계가 ‘거대한 전환’의 국면에 들어가 있는 가운데, 한국·북한·미국·중국·일본 모두 새로운 리더십 형성의 시기를 맞았다. 한국은 9월 이후 100일 동안이 새로운 국가 시스템을 논의할 때이고, 그 성과가 21세기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돌이켜보면, 20세기 동아시아 근대의 기본 틀은 청일·러일 전쟁의 10여년 사이에 만들어졌다. 이 시기 일본은 우위에 선 국내적 리더십으로 근대국가를 형성하고 동아시아에서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반면 한국과 중국은 이후 100년간 몰락과 정체의 우여곡절을 겪으..
신동호 논설위원 자연의 색 가운데 가장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이 녹색이다. 푸른 잎이 발하는 특별한 자극이 사람의 심신을 안정시키고 면역계를 활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같은 병실에 있더라도 창밖에 푸른 나무가 보이는 침대를 쓰는 환자는 벽이나 건물밖에는 보이지 않는 쪽에 누운 환자보다 회복 속도가 빠르다. 물론 이 같은 치유 효과는 시각적 자극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푸른 수목의 잎이 발산하는 향기 물질에 의한 후각적 자극도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헥센올류의 식물 향기를 맡으면 뇌파에서 진정 효과가 나타나고 피험자가 개운하고 상쾌한 기분을 느끼는 것은 실험을 통해서도 입증됐다. 힘든 일이나 운동을 하고 나서 건물 안이나 파라솔 아래보다 푸른 잎이 무성한 나무 그늘에서 쉬는 것이 온도나 습도..
북한이 엊그제 우리 정부의 수해복구 지원 제의를 받아들이겠다고 알려왔다. 북한 측은 이날 판문점 적십자 채널을 통해 이같이 밝히면서 (지원할 수 있는) 품목과 수량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일단 북한이 의미있는 변화를 보인 것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북한은 지난해 12월부터 ‘이명박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고 공언해왔고, 이 때문에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우리로서는 이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더불어 이를 꽉 막힌 남북관계 개선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중요한 계기가 마련됐다고 해도 상황을 정교하고 차분하게 관리해 나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북측은 이번에 남측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작년과 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는 ..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어제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무죄를 확정한 재심) 판결은 존중한다. 법적으로 그렇게 된 것은 저도 인정한다”고 말했다. 전날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느냐. 앞으로의 (역사적)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느냐”고 한 발언이 법치를 부정한다는 비판이 일자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박 후보가 재심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 한마디로 사태의 본질을 비켜갈 수는 없다. 박 후보는 인혁당 사건을 둘러싼 일련의 발언으로 역사·법치 인식의 민낯을 드러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박 후보가 앞서 “그 조직(인혁당)에 몸담았던 분들이 최근 여러 증언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감안해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대목이다..
이명박 정부의 대일본 외교가 오락가락하는 정도를 넘어 갈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대통령이 느닷없이 독도를 방문해서 현해탄 사이에 외교적 풍랑을 자초하더니, 마땅히 외교적으로 따져야 할 사안에 대해서는 오히려 미온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을 비롯한 일본의 70개 중앙·지방지들이 어제부터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내용의 광고를 순차적으로 게재하기 시작했다. 1주일간 이어지는 이번 광고는 일본 극우파들이 주도하는 바람몰이가 아니다. 일본 외무성이 예산을 들여 벌이는 국가 차원의 선전전이다. 일본이 고장난 레코드처럼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온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매년 방위백서에서 되풀이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이 꼼꼼히 들여다보지 않는 방위백서와 일간지 광고는 차원이 다르다. 인터..